포르쉐가 차량 소프트웨어 접근을 제한해 소비자와 독립 정비업체의 선택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으로 미국에서 집단소송에 휘말렸다(포르쉐)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포르쉐가 차량 소프트웨어 접근을 제한해 소비자와 독립 정비업체의 선택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으로 미국에서 집단소송에 휘말렸다. 단순 오일 교환 이후 경고등 하나를 마음대로 끌 수 없어 시작된 이번 소송은 완성차 업계 전반에 '수리할 권리' 논쟁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이번 소송의 발단은 미국의 한 포르쉐 카이엔 차주가 독립 정비업체에서 오일 교환 서비스를 받은 뒤 차량 내 정비 경고등을 초기화하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원고 측은 해당 기능 접근을 위해 포르쉐의 독점적 소프트웨어와 전용 도구가 필요해 사실상 공식 서비스센터 외에는 정비를 완료할 수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단순 경고등 초기화 문제가 아니라 제조사가 차량 진단과 소프트웨어 접근 권한을 통제하면서 소비자의 서비스 선택권을 제한했는지 여부다. 원고 측은 이런 구조가 결과적으로 더 높은 비용의 공식 서비스망 이용을 사실상 강제하는 반독점 문제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최근 자동차 산업은 기계적 완성도 중심 경쟁에서 전자제어와 소프트웨어 기반 플랫폼 경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엔진오일 교환처럼 단순 정비 작업이 비교적 독립적으로 가능했지만, 이제는 차량 시스템과 디지털 인증 구조가 복잡하게 연결되면서 기본 유지보수조차 제조사 시스템 접근이 필요한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이런 흐름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OTA 업데이트, 통합 전자제어 구조 확대에 따라 제조사들은 품질 관리와 보안 강화를 이유로 정비 접근 권한을 보다 엄격하게 통제하는 방향을 택하고 있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제조사가 차량 진단과 소프트웨어 접근 권한을 통제하면서 소비자의 서비스 선택권을 제한했는지 여부다(포르쉐)
반면 소비자와 독립 정비업계는 차량 구매 이후 정비 장소와 서비스 방식을 선택할 권리가 소비자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단순 유지보수조차 제조사 승인 체계 안에서만 가능해질 경우 서비스 비용 상승은 물론 시장 경쟁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논쟁은 포르쉐 한 브랜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자동차 산업 구조 변화와 맞닿아 있다. 차량이 소프트웨어 중심 플랫폼으로 진화할수록 제조사의 통제 범위는 넓어지고, 소비자 권리와 시장 경쟁 원칙을 둘러싼 충돌 가능성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커넥티드카 데이터 활용 논란과 OTA 기능 확대 역시 같은 흐름 위에 있다. 자동차가 단순 이동 수단을 넘어 지속적으로 연결되고 관리되는 디지털 제품이 되면서 차량 소유 이후 권한의 경계 역시 다시 정의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내 주요 언론은 이번 소송이 개별 법적 분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수리할 권리' 논의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자동차 제조사의 소프트웨어 통제 방식이 향후 규제 이슈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한편 이번 포르쉐 사례는 자동차 산업 경쟁의 기준이 차량 판매 이후 서비스 생태계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는 얼마나 뛰어난 기술을 갖췄는가뿐 아니라 차량 소유 이후 소비자 선택권을 어디까지 보장하느냐 역시 브랜드 신뢰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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