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파나소닉 에너지가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로 각광받던 4680 원통형 셀의 양산을 다시 한번 연기했다. 닛케이 아시아의 보도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당초 계획과 달리 핵심 고객사로부터 확정된 구매 주문을 아직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 세계적인 전기차 수요 둔화와 맞물려 파나소닉의 배터리 전략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
파나소닉은 지난해 7월, 주요 고객사의 최종 피드백이 임박했다며 2024년 3월까지 본격적인 생산 체제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약속된 시점이 지났음에도 실제 주문은 없었다. 이에 따라 일본 와카야마 공장에 구축된 2개의 전용 라인도 풀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4680 셀은 기존 2170 모델 대비 크기는 두 배지만 에너지 용량은 5배에 달해, 적은 수의 셀로도 전기차 주행 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기대를 모았다. 파나소닉은 테슬라와 공급 계약을 맺고 2028 회계연도까지 배터리 용량을 3~4배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최근 테슬라의 전 세계 인도량이 전년 대비 8.6% 감소하는 등 시장 상황이 급변했다.
특히 미국 시장 내 전기차 구매 인센티브 축소와 고금리 여파로 수요가 크게 하락하면서 파나소닉은 수세에 몰렸다. 이에 대응해 파나소닉 홀딩스는 2024년 미국 내 세 번째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동결하고 배터리 부문 매출 목표를 전격 철회했다.
4680 프로그램의 기술 이전이 지연되면서 미국 캔자스 공장의 생산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2025년으로 예정됐던 캔자스 공장의 자동차 배터리 전면 생산은 뒤로 밀렸으며, 회사 측은 대신 수요가 견고한 데이터 센터용 전력 저장 시스템(ESS)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미 일본 스미노에 시설의 일부 라인은 데이터 센터용 ESS 배터리 제작으로 전환되었으며, 캔자스 공장 역시 이와 유사한 설비 전환을 검토 중이다. 2023년 전기차 배터리를 그룹의 최우선 전략 과제로 지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 앞에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 모습이다.
파나소닉의 이번 양산 연기는 단순한 기술적 결함보다는 수요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것이다. 특히 테슬라의 판매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제조사 입장에서는 막대한 양산 리스크를 짊어질 이유가 없다.
파나소닉이 자동차용 배터리 라인을 데이터 센터용 ESS로 전환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기차 시장이 주춤하는 사이 AI 열풍으로 급성장 중인 데이터 센터 시장에서 활로를 찾겠다는 계산이다. 이는 배터리 기업들이 이제 전기차 위주가 아닌 포트폴리오 다변화라는 생존 게임에 돌입했음을 의미한다. 한때 테슬라의 독점 파트너로서 시장을 호령했던 파나소닉이 이 위기를 어떻게 넘길지, 4680 셀이 언제쯤 도로 위를 본격적으로 달릴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와카야마 공장으로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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