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즈키 자동차가 인도를 전략적 요충지로 삼아 글로벌 판매 순위에서 혼다를 제치고 일본 제조사 중 도요타에 이은 2위 자리에 오를 전망이다. 스즈키는 5월 14일 실적 발표를 통해 2027년 3월 결산 회계연도 기준 전 세계 4륜차 판매 목표를 전년 대비 7% 증가한 355만 대로 제시했다. 이는 같은 기간 339만 대 판매를 예상하는 혼다를 상회하는 수치라고 니케이 오토모티브가 보도했다.
스즈키는 트럼프 관세 리스크가 있는 미국이나 로컬 브랜드의 공세가 거센 중국 시장 대신, 일찌감치 인도 시장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 실제로 인도 시장은 스즈키 전체 판매량의 약 60%를 차지하는 핵심 거점이다. 2025 회계연도 인도 신차 판매량은 572만 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스즈키의 성장을 견인했다.
스즈키의 2026년 3월 종료 회계연도 통합 순이익은 4,392억 엔, 매출은 6조 2,929억 엔으로 모두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하지만 스즈키는 고객이 수용 가능한 차를 만드는 것이지 순위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스즈키가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이유는 토요타와 혼다 등이 인도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기 때문이다. 토요타는 서인도에 새 공장을 설립해 2030년대까지 생산 규모를 현재의 3배인 100만 대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혼다 역시 인도 전용 중소형차 출시와 디지털 서비스 회사 설립을 통해 수요 선점에 나섰다. 한때 60%를 웃돌던 스즈키의 인도 시장 점유율은 현재 40%대 아래로 위협받고 있다.
내부 경쟁뿐만 아니라 외부의 도전도 거세다. 현대자동차그룹과 인도 현지 업체인 타타, 마힌드라가 저가형 모델과 최신 디자인을 앞세워 스즈키의 텃밭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타타의 소형 SUV 펀치는 2024년 인도 베스트셀링카에 등극하며 소형차 강자인 스즈키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스즈키는 2030년까지 인도 내 연산 능력을 400만 대까지 50% 이상 늘리는 한편, 인도를 글로벌 수출 허브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인건비 경쟁력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으로의 수출을 확대해 리스크를 분산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최근 인도의 소비 트렌드가 소형차에서 SUV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어, SUV 라인업 강화와 고소득층을 겨냥한 브랜드 매력 제고가 스즈키의 2위 수성을 위한 최대 과제로 꼽힌다.
스즈키의 혼다 추월 예고는 산업계의 거대한 패러다임 이동을 상징한다. 과거 북미 시장에서의 성공이 제조사의 순위를 결정했다면, 이제는 인도와 같은 신흥 시장에서의 장악력이 글로벌 위상을 결정짓는 시대가 온 것이다.
다만 인도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도전과제다. 인도 중산층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싸고 튼튼한 소형차라는 스즈키의 공식이 프리미엄 SUV를 원하는 시장 요구와 충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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