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로 석유 및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으면서 북미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최대 시장 중국도 영향을 받았고 유럽연합은 상대적으로 상승세가 크다.
투자은행이나 시장조사회사들은 예의 전망을 내놓는다. 지금까지 그들의 전망이 맞았던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참고할 필요는 있다.
대부분의 투자은행과 전문 조사기관들은 유가 상승으로 인한 수요 유입이 일시적일 뿐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오는 2035년 유럽연합의 내연기관 판매 금지 시점까지도 완전한 전기차 독점 체제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장기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불과 수년 전 완전 전기차 시대를 선언했던 자동차회사들은 그보다 먼저 전략을 수정했다.
HSBC 글로벌 투자 리서치가 발표한 최신 에너지 위기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고유가 흐름을 반영해 유럽의 중단기 전기차 시장 점유율 전망치가 상향 조정됐다. HSBC는 유럽 내 전기차 점유율이 2025년 18.1%를 기록한 데 이어, 오는 2027년 전망치를 기존 22.0%에서 26.5%로 대폭 올렸다. 반면 2030년(45.0%)과 2035년(87.5%)의 장기 점유율 전망치는 종전 수준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는 유가 상승이 구매 심리를 자극하더라도 전기차 대중화의 근본적 걸림돌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다는 분석에 기반한다. HSBC는 주유소 가격 상승이 전기차의 경제적 매력을 높여 채택을 촉진하겠지만, 시장의 판도를 단숨에 바꾸는 분수령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는 여전히 높은 차량 가격, 충전 인프라 미비, 중고차 잔존 가치 하락 등 다면적인 요소를 고려해 지갑을 열고 있다고 진단했다.
장기적인 전망에서 전문 기관들은 HSBC의 예측보다 훨씬 보수적이다. 에너지·전기차 전문 리서치 기업인 로 모션은 유럽의 전기차 점유율이 2026년 21%, 2027년 28.1%, 2030년 38.9%를 거쳐 2035년에는 67.6%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HSBC의 2035년 전망치와 비교해 20%포인트 가까이 낮은 수치다.
투자연구회사 제퍼리스도 2030년 유럽 전기차 점유율을 기존 30%에서 42%로 상향했으나 2035년 전망은 65.0%(약 870만 대) 수준을 유지했다. 독일의 데이터포스는 2030년 약 46%, 카운터포인트는 약 40%, 슈미트 오토모티브 리서치는 서유럽 주요 5대 시장 기준 41.7%를 전망했다.
불과 수년 전 '2030년 완전 전기차 브랜드 전환 계획을 표방했었으나 현실적인 수요 둔화 장벽에 부딪혀 공식 철회하거나 연기한 상태다.
글로벌 시장 분석 기관 미국 오토 포캐스트 솔루션즈는 전기차가 산업의 최종 미래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그 시점은 당초 예상했던 2020년대 후반이나 2030년이 아니라 2040년대 이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분간 제조사들은 하이브리드(HEV/PHEV) 구동계를 탑재한 내연기관 모델로 포트폴리오를 채우며 이미 투자한 전기차 개발비를 회수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HSBC의 보고서 등은 지정학적 위기로 석유가격이 올랐다고 전기차 시대가 앞당겨질 것이라 흥분하는 것은 시장의 단면만 본 섣부른 오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당장 석유가격 인상은 부담이지만 전기차의 높은 가격과 겨울철 배터리 방전, 2~3년 만에 크게 낮아지는 전기차 가격이 쉽게 구매로 전환하기 어렵게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전기차가 궁극적인 종착지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으나, 그 징검다리 역할을 할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엔진의 수명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길어질 것이라는 얘기이다. 완성차회사들은 수익성을 고려한 생존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