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저렴한 총 소유 비용(TCO)이다.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움직이는 부품 수가 적어 유지보수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터리 팩처럼 고가의 부품이 고장 나거나 사고로 파손되었을 때의 정비 편의성은 여전히 전기차 시장의 주요 과제로 남아있다.
최근 한 연구 팀이 BYD의 최첨단 '블레이드 배터리(Blade Battery)'를 완전히 분해하는 역설계 기술 분석을 진행했다. 약 572kg에 달하는 이 배터리 팩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연구원들은 연마기로 깎고, 칼로 자르고, 망치질을 하는 것은 물론 팩을 통째로 얼리는 극한의 방법까지 동원해야 했다. 정비 가능한 상태로 배터리를 분해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노동력이 소요된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구조용 접착제 남발로 독이 된 일체형 셀투섀시 구조
BYD의 블레이드 배터리는 가늘고 긴 형태의 배터리 셀 자체를 구조재로 활용하는 영리한 설계를 취하고 있다. 내부의 170개 셀이 모듈이 되고, 이 모듈이 차량 서스펜션 및 차체 구조물의 일부가 되는 방식이다.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추구하는 일체형 구조(Cell-to-Pack, Cell-to-Chassis)와 궤를 같이한다. 무게를 줄이고 차체 강성을 높여 배터리 밀도를 극대화할 수 있지만, 치명적인 단점은 내부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발생한다.
8시간에 걸친 강제 해체 작업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팩 내부 전반에 도포된 엄청난 양의 구조용 접착제였다. 배터리 모듈과 버스바, 배선 등 거의 모든 부품이 강력한 접착제로 결합되어 있어 볼트 같은 물리적 체결 부품을 걷어낸 효과를 냈지만 정비는 불가능에 가깝게 만들었다. 연구 팀은 접착제를 물리적으로 약화시키기 위해 영하의 보관 창고에 팩을 40시간 동안 얼리기까지 했으나 분해 난이도를 낮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화재 위험성 때문에 열풍기를 쓰거나 화학 약품을 마음대로 부을 수도 없는 노정이었다.
배터리 부분 수리 불가…보험료 폭등 및 재활용 저해 우려
사고 이후 사설 정비소에서 배터리 팩 내부의 죽은 셀 하나를 교체하거나 부분 수리하는 시나리오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복잡하고 위험한 해체 공정은 과도한 공임 비용으로 이어지며, 결국 작은 손상에도 배터리 팩 전체를 교환해야 하기에 전기차 보험료를 폭등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해당 연구 팀은 지금까지 20개 이상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팩을 분해해 왔으나, BYD의 블레이드 배터리가 그중 해체 난이도가 가장 높았다고 평가했다. 차량의 가치를 다하고 난 뒤 배터리를 분해해 리튬이나 인산철 등 원자재를 추출해야 하는 재활용 단계에서도 이러한 일체형 접착 구조는 심각한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원하는 저렴한 차 가격과 긴 주행거리를 맞추기 위해 제조사들이 제조 단가를 낮추는 패키징에만 몰두하는 사이, 사후 정비성과 자원 순환이라는 배터리 생태계의 핵심 방정식은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