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좁은 부지와 높은 에너지 해외 의존도로 고민해 온 홍콩에 수소의 생산부터 충전, 활용까지 아우르는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한다.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독자적인 자원순환형 수소 생산 모델을 앞세워 중화권 및 아시아태평양 수소 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이다.
현대차그룹은 5월 18일 국제 수소 개발 심포지엄 2026이 열리는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현대차와 현대건설이 참여하는 홍콩 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한 다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약에는 현대차, 현대건설, 제아이엔지 등 한국 기업 3개사를 비롯해 홍콩중화가스, 비올리아, 중국검험인증그룹, 궈푸수소에너지, 템플워터, 춘워건설, 춘워버스 등 한·중·홍콩의 수소·에너지·모빌리티 분야 핵심 기업 10개사가 동참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업 간 계약은 한국 국토교통부와 홍콩 전자기계안전감독청이 체결한 수소 정책 및 비즈니스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의 일환으로 이루어져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추진된다.
참여 10개사는 홍콩 내 매립지 가스를 활용해 저탄소 청정 수소를 생산하는 자원순환형 수소 생산(W2H, Waste-to-Hydrogen) 시설을 구축하고, 도심 주요 거점에 액화수소충전소를 건립하며, 수소 버스 등 대중교통 모빌리티를 도입하는 등 수소 전주기 인프라를 활성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역할 분담도 구체적이다. 현대차는 수소 생산·활용 사업 전반을 총괄하며 수소 모빌리티 보급을 주도한다. 현대건설은 고온다습한 홍콩 기후 특성상 다량 발생하는 매립지 가스를 효율적으로 수소로 전환하는 W2H 시설의 설계와 시공을 담당한다. 국내 수소 EPC 전문기업 제아이엔지와 중국 궈푸수소에너지는 액화수소 저장·운송 및 충전소 설비 구축을 맡고, 현지 운수사인 춘워버스는 공항 셔틀 및 관광용 수소 버스 도입에 협력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이 홍콩을 타깃으로 삼은 배경에는 홍콩이 가진 극단적인 에너지 구조와 지리적 특성이 자리 잡고 있다. 홍콩은 산지가 많고 가용 부지가 협소해 자체적인 친환경 에너지 생산에 한계를 겪어왔으며, 1차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가 무려 98.7%에 달한다. 이에 홍콩 정부는 2024년 수소 로드맵을 발표하고 친환경 교통 자금을 조성하는 등 수소 산업 육성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현대차그룹은 대안으로 액화수소충전소 카드를 꺼냈다. 액화수소는 기존 기체수소에 비해 단위 부피당 저장 용량이 압도적으로 많아 부지 면적이 제한적인 홍콩 도심에 최적화된 솔루션이다. 이미 국내 충북 청주와 경기 파주에서 바이오가스 기반 청정 수소 시설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지난해부터 인도네시아에서도 동일한 W2H 프로젝트를 전개해 온 경험이 이번 홍콩 진출의 밑거름이 됐다.
신승규 현대차그룹 에너지&수소정책담당 부사장은 "지정학적 변동성 속에서 각국이 공급망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수소 중심의 회복탄력적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이번 협약을 시작으로 홍콩을 넘어 아시아태평양 수소 시장 전반으로 협력과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일까지 진행되는 심포지엄 기간 동안 수소 브랜드 'HTWO'의 확장성과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기술력을 집중적으로 홍보하며 중화권 시장 안착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홍콩 수소 밸류체인 구축은 단순한 친환경차 보급을 넘어선 매우 고도화된 에너지 영토 확장 전략이다. 현재 배터리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계 기업들이 압도적인 제조 원가와 인프라로 전 세계를 장악해 들어가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기술적 진입 장벽이 높은 수소와 자원순환이라는 패키지로 중화권 핵심 허브에 깃발을 꽂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홍콩은 98.7%라는 극단적인 에너지 해외 의존도를 가진 곳이다. 이곳에 쓰레기 매립지 가스로 수소를 만드는 W2H 모델을 이식한다는 것은 단순한 완성차 수출이 아니라 에너지 자립 해법 자체를 판매하는 비즈니스다. 특히 땅값이 비싸고 공간이 좁은 홍콩의 특성을 간파해 기체수소가 아닌 면적 효율이 높은 액화수소충전소를 제안하고, 단체 관광객과 물류 이동이 많아 수소 상용차의 경제성이 극대화될 수 있는 공항 셔틀·관광버스 시장을 타깃으로 삼은 것은 현지 시장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2023년 광저우에 HTWO 광저우 수소연료전지 기지를 세운 데 이어 이번 홍콩 프로젝트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면, 현대차는 중국 남부권과 아태지역을 잇는 거대한 수소 벨트의 설계자가 될 수 있다. 배터리 전기차의 일시적 수요 둔화 국면 속에서 미래 대체 에너지인 수소 분야에서 전주기 생태계를 선제적으로 표준화하려는 현대차그룹의 뚝심 있는 퍼스트 무버 전략이 아시아 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주목된다.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