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익스플로러가 새로운 트림을 달고 돌아왔다. 이름은 트레머(Tremor). 포드 특유의 오프로드 감성을 전면에 내세운 라인업이다. 기존 ST-라인이나 플래티넘과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지만, 엔진부터 서스펜션, 타이어까지 완전히 다른 차라고 봐도 좋을 만큼 성격이 확연히 갈린다. 오프로드에 진심인 SUV를 찾는 사람이라면 트레머는 위시리스트 최상단에 올릴 만하다.
외관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차체 곳곳을 장식한 '일렉트릭 스파이스' 컬러는 오렌지에 가까운 선명한 포인트다. 프론트 그릴, 견인용 토우 후크, 스티어링 휠, 실내 스티칭에 이르기까지 이 컬러가 일관되게 이어진다. 과하지도, 그렇다고 무난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강조다.
전면 그릴 안에는 보조 그릴 라이트가 숨어 있다. LED 조명이라 부피는 작지만 야간 험로 주행 시 실용적인 밝기를 자랑한다. 루프 위에 대형 서치라이트를 다는 전통적인 오프로드 스타일과는 다른 세련된 접근이다. 하단의 토우 후크는 오프로더로서의 기능과 디자인을 동시에 챙겼다. 측면은 기존 익스플로러의 실루엣을 그대로 유지했다. 짧은 오버행과 넓은 3열 창이 만드는 비율은 전형적인 미국 대형 SUV의 당당한 풍채를 보여준다. 후면에는 주황색 폰트로 'TREMOR' 레터링이 선명하게 새겨져 존재감을 더한다.
18인치 올-터레인 타이어는 브리지스톤의 오프로드 전용 제품이 장착됐다. 노면 충격을 다소 정직하게 전달하는 편이어서 온로드 주행의 세련됨은 다소 감쇄되지만, 이 차를 선택할 소비자라면 그 기회비용을 기꺼이 감수할 것이다.
문을 열면 주황색 스티칭이 먼저 눈길을 끈다. 스티어링 휠, 시트,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배색이 주행 전부터 운전자의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시트 착좌면은 미코(Miko) 스웨이드 소재를 적용해 몸을 잘 지지해주며, 헤드레스트에는 트레머 레터링을 각인했다.
계기판은 12.3인치 LCD 디지털 클러스터, 센터 디스플레이는 13.2인치 터치스크린이 담당한다. 인포테인먼트 UI 구성은 직관적이고 복잡하지 않다.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므로, 내비게이션은 스마트폰 연동에 맡기면 그만이다. 14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B&O(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은 전용 사운드 프리셋과 이퀄라이저 조정을 통해 만족스러운 음향을 선사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센터 콘솔 하단 수납공간에 무선 충전 기능이 빠져 있어 스마트폰을 항상 유선으로 연결해야 한다. 보닛 역시 가스 리프트 지지대가 없어 엔진룸을 열 때 손으로 직접 받쳐야 한다.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가격대를 고려하면 분명 아쉬운 점이다.
반면, 고무 패드로 마감된 실내 수납공간과 발판은 진흙이 묻은 채 올라타도 손쉽게 닦아낼 수 있어 오프로더로서의 실용성을 극대화했다. 도어 안쪽에 새겨진 'EXPLORER 1991' 로고는 앞서 포드 브롱코 등에서 보았던 방식으로, 헤리티지를 강조하는 미국 브랜드 특유의 감각이 돋보인다.
2열은 독립식 캡틴 시트 2개가 적용됐다. 중앙 통로가 넓고 앞뒤 슬라이딩 기능도 지원한다. 3열은 전동 폴딩 방식으로, 적재함에 위치한 버튼 하나로 손쉽게 접고 펼 수 있으며 완전히 접으면 완벽한 평탄화가 이루어진다. 3열의 착좌감은 예상보다 안락하다. 신장 170cm 성인 기준으로 헤드룸과 레그룸에 불편함이 없었다. 다만 플랫폼 특성상 바닥이 높아 무릎이 다소 들리는 구조는 어쩔 수 없다. 키가 큰 성인이라면 장거리 여정 시 다소 힘겨울 수 있겠다. 파노라믹 선루프는 2열까지 시원하게 열리지만, 3열 쪽 루프 두께가 두꺼워 3열 승객이 느끼는 개방감은 기대보다 협소한 편이다.
트레머의 운전석에 앉아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이 차가 ST-라인이나 플래티넘과는 궤를 달리한다는 것을 곧바로 실감하게 된다. 보닛 아래에는 3.0L 에코부스트 V6 엔진이 탑재되어 최고출력 406마력, 최대토크 57kg·m의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기존 트림의 2.3L 4기통 엔진보다 100마력 이상 높은 수치다.
저속에서는 올-터레인 타이어의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초기 발진 시 차체가 묵직하게 뭉그적거리는 느낌이 있다. 연비 효율을 중시하는 주행과는 거리가 멀다. 공인 복합 연비는 8.1km/L(도심 7.2km/L)로, '에코부스트'라는 이름이 다소 무색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고속도로에 올라서면 V6 본연의 호쾌한 성격이 여실히 드러난다. 속도를 높여갈수록 출력이 지치지 않고 여유롭게 쏟아진다. "이쯤이면 슬슬 힘이 달릴 때"라는 생각이 드는 고속 영역에서도 차는 힘차게 치고 나간다. 토크 밴드가 두텁기 때문에 추월 가속 시의 자신감도 상당하다. 다만 올-터레인 타이어와 높은 지상고로 인해 고속 주행 시 특유의 피칭(앞뒤 흔들림)이 존재하며, 코너링 시 좌우 롤링도 일반 익스플로러보다 크다. 매끄럽고 세련된 온로드 크루징이 목적이라면 맞지 않는 옷일 수 있다. 하지만 거칠고 날것의 피드백이야말로 트레머의 진짜 정체성이다.
주행 모드는 일반, 에코, 스포츠, 미끄러운 길, 견인/끌기, 오프로드 등 총 6가지를 제공한다. 지형 관리 시스템(Terrain Management System)이 각 모드에 맞춰 구동력을 최적으로 배분한다. 지상고는 기존 트림보다 약 1인치 높여 접근각과 이탈각을 개선했으며, 하부 손상을 방지하는 언더바디 프로텍션도 충실히 갖췄다. 여기에 트레머 전용으로 튜닝된 서스펜션과 토르센 리미티드 슬립 리어 액슬(LSD)의 조합은 온로드와 오프로드 모두를 진지하게 아우른다.
익스플로러 트레머의 가격은 8,850만 원이다. 미국 생산 수입 모델이라는 점, 그리고 환율 부담과 에프엘오토코리아 체제로의 전환 시기가 맞물린 결과물이다. 외부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이 가격대라면 시장에서 국산 및 수입 대형 준프리미엄 SUV들과의 정면 대결이 불가피하다.
냉정하게 바라본 실내 마감 품질은 경쟁 모델들을 압도하지 못한다. 2열 시트 하부 연결 부위의 조립 마감 등은 가격대에 어울리지 않게 다소 허술한 흔적이 보인다. 앞서 언급한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이나 보닛 가스 리프트의 부재 같은 편의 사양의 빈틈도 9천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을 생각하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다용도로 활용 가능한 광활한 실내 공간, V6 엔진이 주는 강력한 퍼포먼스, 그리고 험로 돌파에 특화된 하드웨어는 오직 트레머만이 줄 수 있는 독보적인 가치다. 다만 최근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매우 까다롭다. 연비, 감성 품질, 가격 대비 가치 등 어느 하나 타협하기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이다.
남들과 다른 개성 있는 오프로드 SUV를 원하는 이들, 미국차 특유의 실용성과 선 굵은 V6 퍼포먼스를 갈망하는 이들에게 익스플로러 트레머는 분명 대체 불가능한 매력을 가진 선택지다. 다만, 8,850만 원이라는 숫자가 주는 무게감을 소비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시장 안착의 관건이 될 것이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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