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 보쉬가 2030년대까지 메르세데스 벤츠가 선보일 차세대 전기차 구동 시스템을 위해 다양한 출력 등급의 전기 모터를 대량 생산 및 공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계약은 완제품 형태의 e-액슬(통합 구동축)을 조달하는 방식과 달리, 메르세데스 벤츠가 보쉬로부터 전기 모터 단품만 공급받아 자체 구동 장치와 결합하는 형태로 체결됐다고 밝혔다. 이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기존 전기 CLA 등에서 고수해 온 독자적인 드라이브 유닛(ATS 2.0) 전략의 연장선이다.
최근 내연기관 사업 축소와 글로벌 전동화 캐즘 여파로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 압박에 직면한 보쉬에 있어 이번 장기 대량 수주는 친환경 모빌리티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모멘텀이 될 전망이다.
보쉬의 차세대 전기 모터 제품군은 400볼트에서 최대 850볼트 고전압 시스템에 대응하며, 최대 500kW의 출력과 1,000Nm의 토크를 발휘한다고 밝혔다. 신규 권선 기술을 적용해 무게를 줄이고 출력 밀도를 높였으며, 최대 98%에 달하는 극도의 효율성을 달성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고출력 주행 시 발생하는 열을 최적으로 방출하는 특수 로터 오일 냉각 시스템과, 최소한의 공정 변경만으로 다양한 차축 변형에 손쉽게 통합할 수 있는 확장 가능한 플랫폼 아키텍처를 갖췄다.
현재 전 세계 50개 이상의 완성차 업체에 전동화 솔루션을 공급 중인 보쉬는 분당 약 7대의 전기 모터를 생산하고 있으며, 올해 누적 700만 개 이상의 전기 주행 핵심 부품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메르세데스 벤츠는 시스템 완제품이 아닌 모터 단품만 조달한다. 이는 전기차의 심장인 파워트레인의 소프트웨어 제어권과 최종 엔지니어링 패권을 부품사에 통째로 넘겨주지 않겠다는 계산이다. 벤츠는 주행 질감을 결정짓는 구동 시스템의 주도권은 자신들이 쥐고, 보쉬는 고효율 모터 셀을 찍어내는 최고급 파운드리 역할로 제한한 셈이다.
그럼에도 보쉬가 구현한 98%의 효율성과 고전압 설계, 모듈러 플랫폼 아키텍처는 중국산 저가 모터들이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장벽이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전동화 속도 조절을 선언하며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을 다듬고 있는 과기적 상황 속에서도 보쉬를 낙점한 것은 전통의 ‘독일 엔지니어링 동맹’이 여전히 견고함을 의미한다. 배터리는 아시아계에 의존할지언정 핵심 모터만큼은 안방의 거인과 손잡고 프리미엄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벤츠의 계산과, 전동화 생태계의 탑티어 지위를 유지하려는 보쉬의 생존 공식이 맞물린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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