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풍력 및 태양광 발전량이 천연가스 발전량을 추월하며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패러다임이 무너지고 있다. 독립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의 최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 동안 전 세계 전력 생산량 중 풍력과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22%를 기록해 가스의 20%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두 재생에너지원은 한 달 동안 총 531테라와트시(TWh)의 전력을 생산했으며, 이는 전 세계 가스 발전소의 생산량인 477TWh보다 54TWh나 많은 수치다. 5년 전인 2021년 4월 당시 가스 생산량 476TWh이 현재와 비슷했던 반면 풍력·태양광 생산량은 245TWh로 올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재생에너지의 성장 속도가 가히 폭발적임을 증명한다.
조사 기간은 중동 분쟁 심화로 촉발된 최신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한 달 내내 이어진 시기였다고 밝혔다. 화석 연료 시장의 변동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재생에너지가 얼마나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전력 믹스를 대체할 수 있는지 입증한 것이다.
엠버는 이번 성과가 일시적인 위기 대응의 결과가 아니라 지난 수년간 축적된 재생에너지의 가파른 설비 성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풍력과 태양광은 전 세계 전력 수요 증가분의 대부분을 흡수할 만큼 빠르게 확장되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가스 발전의 추가 성장을 억제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료 가격 급등과 에너지 안보 우려 속에서도 과거처럼 가스에서 석탄으로 역행하는 광범위한 전환 징후가 나타나지 않은 것 역시 재생에너지가 탄탄한 대체재로 안착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전 세계 거의 모든 주요 시장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3% 증가하며 일제히 우 상향 곡선을 그렸다. 국가별로는 영국이 35% 증가하며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칠레 24%, 호주 17%, 중국 14%, 유럽연합 13%, 미국 8%, 브라질 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일반적으로 4월은 북반구의 봄철 날씨 영향으로 강한 풍력과 풍부한 일조량이 결합하는 반면, 냉난방 수요는 일시적으로 감소해 재생에너지 비중이 강하게 나타나는 계절적 특성이 있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화석 연료를 대체하는 거대한 거시적 추세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실제로 엠버의 글로벌 전력 리뷰에 따르면, 풍력과 태양광은 이미 지난 2025년 전 세계 전력 수요 증가분 전체를 온전히 충족해 낸 바 있다.
이에 따라 변동성이 큰 화석 연료 수입 의존도를 낮추려는 세계 각국 정부의 재생에너지 공급 촉진 계획도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글로벌 재생에너지 연합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100GW 규모의 태양광 및 저장 용량 개발 계획을 수립했고, 한국 역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기존 대비 3배 수준인 100GW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구체화했다. 필리핀과 태국, 영국 등도 신속한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제도적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스탄차 랑겔로바 엠버 글로벌 전력 분석가는 전 세계 국가들이 저렴하고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안전한 전력원인 풍력과 태양광으로 빠르게 선회하고 있다며 현재의 에너지 위기는 수입 가스 대비 재생에너지의 경제적 타당성을 더욱 강화했으며 공급 가속화를 위한 정치적 긴박감을 높였다고 진단했다. 특히 많은 에너지 수입국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통한 발전 단가는 이제 단가 면에서 풍력 및 태양광과의 경쟁력을 급격히 상실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풍력·태양광의 가스 발전량 첫 추월 보고서는 단순한 기후위기 대응 차원의 성과를 넘어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주도권이 완전히 재편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천연가스는 석탄에서 재생에너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이른바 브릿지 에너지로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장악했다. 그러나 중동 분쟁으로 촉발된 공급망 불안과 지정학적 리스크, 그리고 LNG 단가의 폭등은 수입 가스에 의존하던 제조 강국들에게 압박을 가했다. 이는 결국 가장 안전하고 경제적인 에너지 안보의 해법이 자국 내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이라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이번 데이터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기술 발전과 규모의 경제가 가져온 가성비의 역전이다. 5년 전과 비교해 가스 생산량은 제자리에 묶인 반면 풍력과 태양광은 2배 이상 폭증하며 수요 증가분을 흡수했다. 이는 재생에너지가 더 이상 보조금에 연명하는 시범 사업이 아니라 시장 논리에서 화석 연료를 밀어 내는 본궤도에 올랐음을 뜻한다.
다만 이번 4월의 이정표가 봄철이라는 계절적 특수성과 냉난방 공백기라는 수요 최저점이 맞물려 만들어낸 최적의 시나리오 결과물이라는 점은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전력 생산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할 ESS(에너지저장장치)와 스마트 그리드 인프라가 전 세계적으로 촘촘하게 받쳐주지 못한다면,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혹서기와 혹한기에는 여전히 가스와 석탄의 화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6년 현재 재생에너지의 발전 단가가 LNG 발전을 유의미하게 압도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화석 연료 소모전의 시대는 저물고 있으며, 거대한 풍차와 태양광 패널을 얼마나 더 빠르고 영리하게 전력망에 통합하느냐가 미래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유일한 척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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