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세계의 공장이다. 그런 표현이 한창일 때 자동차는 포함되지 않았다. 21세기 초에는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이 중국시장에 합작으로 진출했다. 대부분 경쟁 심화 등의 이유로 탈출구가 필요할 때 중국시장이 개방됐다. 그를 계기로 판매는 급증했고 근 20년 가까이 달러박스역할을 했다. 대표적으로 독일 프리미엄 3사는 연간 판매 60만대 전후였던 것이 중국시장에서의 판매 증가를 비롯해 250만대까지 증가했다. 그러는 사이 중국은 그들만의 미래를 개척했다. 시장 개방 대신 기술을 배웠고 그것을 바탕으로 2015년 제조중국 2025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분야에서 중국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들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반토막으로 떨어졌다. 더 나아가 자동차는 글로벌 메이커들에게 중국화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지금은 아예 중국화된 해외 업체들의 자동차를 중국에서 생산해 수출하게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남은 미국시장 진출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21세기 초 중국의 WTO 가입으로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은 현지 업체들과 합작으로 중국시장으로 진출했다, 2020년 중국의 자동차생산은 200만대에 불과했다. 그것을 키운 것은 글로벌 플레이어들이었다.
중국의 힘을 이야기할 때 미중 패권경쟁을 거론한다. 경제부터 기술, 문화, 군사 등 복합적인 의미이가 내포되어 있다. 경제력은 이미 미국을 넘었다. 지금은 기술부문에서 추월을 눈앞에 두고 있다.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받아 들이기에는 아직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군사력이 가장 약점이다. 그러나 그 역시 최근 상황을 보면 미국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
지금 미국은 과거 세계인들, 그 중에서 우호적인 시각을 가졌던 사람들의 생각과 많이 다르다. 20세기 미국이 세계의 우산 역할을 했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더 이상 자유 민주주의 국가의 우산이라는 이미지가 없다. 오히려 약탈자라는 인식이 더 강하다.
미국은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며 동맹국들도 힘으로 밀어 붙이고 있다. 그에 비해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압박에 단순히 맞서는 대신, 보다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응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의 관세 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현지에 직접 생산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동남아시아를 시작으로 BYD가 헝가리에, 체리가 스페인에 공장을 짓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수출을 넘어 현지화를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로 전략을 전환하는 것이다. 끌어 들이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세계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내수시장의 포화가 배경이라는 지적이 있다. 그것을 인지한 중국 정부는 자국 자동차 산업의 무질서한 경쟁을 해결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무분별한 가격 인하 경쟁을 억제하고 품질과 기술력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유도하고 있다. 이는 과잉 생산과 치킨 게임으로 인한 업계의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한 조치이다.
중국은 내수 시장의 포화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수출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단순한 제품 수출을 넘어, 기술, 브랜드, 제조, 공급망을 아우르는 생태계 기반의 글로벌 확장을 추진하며 중국 자동차 산업을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육성하려는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트럼프의 보호주의 정책은 전 세계 자동차 공급망을 강제로 재편하려하고 있다. 이에 비해 시진핑은 관세 장벽을 뛰어넘는 현지 생산과 질적 성장을 통해 중국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지금은 중국의 미국 밀어내기와 미국의 버티기가 진행되고 있다. 그것은 트럼프의 예측불가능한 정책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의 쇠락을 대변한다. 트럼프의 막무가내식 정책에 대해 여러 나라들이 하나둘씩 미국에 반기를 들고 있다. 이란 전쟁으로 인해 그 양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
트럼프에 대해 글로벌 깡패라는 표현이 일반화되어 있다. 그에 비해 시진핑은 교역상대를 확대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 둘은 패권전쟁을 하고 있지만 방법은 전혀 다르다. 서구 국가들은 미국과 우호적이어야 하지만 중국의 시장과 중국의 거센 공세를 무시할 수도 없다.
지금은 중국의 확대정책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수치가 입증하고 있다. 2025년 710만대를 해외에서 판매했던 중국은 올해 전년 대비 41% 증가한 1,000만대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 일본차의 2025년 1,870만대에는 아직 미치지 못했지만 속도가 무섭다.
중국의 이러한 수출 증가를 견인하는 것은 신에너지차, 즉 전동화차다. 유럽과 북미 등 일부 주요 시장의 무역 규제 강화 움직임 속에서도 중국산 전동화차의 해외 출하량은 꺾이지 않고 있다. 2025년 중국의 신에너지차 수출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261만 5,000대였다. 최근에는 배터리 전기차는 물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중국의 누적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1.5% 증가한 313만 대를 넘어섰다. 특히 지난 4월 한 달간 수출은 전년 대비 74.4% 증가한 90만 1,000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토록 해외 시장에 힘을 쏟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내수 시장의 불안정성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3,440만 대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달성했으나, 최근 중국 소비자들의 수요 변동성이 커지면서 내수 경기 예측이 어려워졌다.
중국자동차제조자협회(CAAM)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4월 중국 국내 신에너지차 판매는 10.8% 감소하며 주춤했다. 내수 시장의 일시적 정체에도 불구하고 전체 생산량과 판매 지표가 무너지지 않은 것은 4월에 기록한 90만 대의 수출 때문이었다.
연간 수출 1,000만 대라는 수치는 내연기관 전성기 시절의 일본이나 유럽 강국들도 도달하지 못한 전대 미문의 영역이다. 글로벌 공급망 장악력과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 그리고 세련된 IT 기술력이 결합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수치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중국 제조사들의 내수 불황 타개 방식이다. 과거의 자동차 기업들은 자국 시장이 침체되면 감산이나 구조조정으로 버텼지만, 현재의 중국은 내수 둔화분을 해외 수출물량으로 밀어내며 공장 가동률과 이익을 유지하고 있다.
4월 내수 판매는 10% 넘게 감소했지만 사상 최대 수출로 이를 상쇄했다. 더욱이 가성비를 무기로 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가 전 세계 보급형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서구권의 관세 장벽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전에 이미 글로벌 표준을 중국이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자동차 지형도는 이제 중국 대 비 중국의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그 수출대수 속에는 중국에 투자한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의 실적도 포함된다. 과거 거대한 내수 시장을 겨냥해 중국 현지 제조·판매에만 집중했던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이 최근 전방위적인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중국 내 합작 법인 공장들을 글로벌 수출 허브로 탈바꿈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시장이 가진 비용 우위와 첨단 전기차·자율주행 기술 생태계를 흡수해, 치열해진 글로벌 무대에서 역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 토종 브랜드들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합작 브랜드들의 입지가 좁아진 현실과 맞물려 있다. 실제로 2014년경까지만 해도 중국 자동차 시장의 60~70%를 지배했던 외산 합작 브랜드의 점유율은 2025년 기준 약 30% 수준으로 반 토막이 났다. 판매량 급감은 대규모 공장 가동 중단과 유휴 생산 능력 과잉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고, 글로벌 자동차 대기업들은 이 유휴 공장을 살려낼 돌파구로 해외 수출 카드를 꺼내 들었다.
폭스바겐그룹은 중국을 글로벌 사우스 및 유럽을 겨냥한 핵심 수출 거점으로 가공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샤오펑, 호라이즌 로보틱스, 고션, CATL 등 중국 현지 테크 기업들과 문호를 개방한 협력을 통해 스마트 전기차로의 전환 기간을 30% 단축하고, 개발 비용은 40%나 절감하는 성과를 냈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CEO는 높은 비용 경쟁력과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중국산 제품과 서비스를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겠다는 비전을 명확히 했다. 실제로 상하이폭스바겐이 선보인 프리미엄 전기 SUV ID. 에라 9X는 중국 모멘타의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과 CATL의 배터리를 탑재한 첫 장거리 전기차 모델로, 향후 독일 본국으로 역 수출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중국을 단순한 현지 생산 기지가 아닌 글로벌 시장을 향한 전략적 공급 허브로 정의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중국이 신제품을 다른 국가에 론칭하는 핵심 기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첨단 기술을 중국 시장에 선제 도입해 대중화시킨 뒤, 이를 타 지역으로 확산하는 기술 낙수효과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현대차그룹의 중국 합작법인들은 수출 전초기지로서 성과를 내고 있다. 기아의 중국 합작법인 위에다기아는 장쑤성 옌청 공장을 활용해 지금까지 58만 2,000대가 넘는 차량을 해외로 출하했다. 특히 2024년과 2025년 모두 연간 수출량이 17만 대를 돌파하며 중국 내 합작 투자 수출업체 톱 3 자리를 지켰다. 베이징현대 역시 2025년에 전년 대비 48.7% 폭증한 82,000대를 수출하며 전체 생산량의 39%를 해외 물량으로 채웠다.
닛산도 중국을 생산 및 혁신 발판으로 삼아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닛산은 곧 현지 합작법인인 동풍닛산이 제조한 신형 N7 세단을 남미와 동남아시아 시장에 출하할 예정이다. 아울러 프론티어 프로 픽업트럭을 해당 지역 및 중동에 선보이고, 차세대 SUV 모델인 NX8의 수출도 구체화하고 있다. 닛산은 중국 내 수출입 합작 투자를 별도 설립했으며, 단기 10만 대, 장기적으로는 약 30만 대의 수출 목표를 설정했다.
이런 움직임의 이면에는 중국에서 완전히 설계되고 중국의 핵심 부품을 탑재한 신에너지 차 중심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글로벌 브랜드의 전기차들은 중국화된 기술로 채워지게 된다. 그러니까 브랜드는 유지하지만 중국 기술에 의존한 중국산 자동차를 세계 시장에 판매하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이 관세 장벽으로 중국산 자동차를 막으려 하지만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효율성의 블랙홀을 활용해 소리 없이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산업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차가 아직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못한 시장은 미국이다. 관세 장벽이 우선이고 내부의 독특한 유통 규제인 프랜차이즈법 때문이다. 딜러숍 없는 인터넷 직접 판매를 엄격히 제한하는 이 법은 중국산 전기차의 미국 상륙을 저지하는 핵심 비관세 장벽으로 부상했다. 프랜차이즈법은 각 주별로 제정된 법률로,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차량을 직접 판매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반드시 독립된 딜러 네트워크를 거치도록 강제한다. 이에 따라 규제 완화를 둘러싼 연방·주 정부의 움직임과 기존 자동차 업계 및 딜러 단체 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일본의 소니혼다모빌리티가 전기차 아필라의 100% 온라인 직접 판매를 계획했으나, 이는 미국 딜러 업계의 거센 반발로 인해 포기한 것도 프렌차이즈법으로 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BYD 등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북미 시장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멕시코 신차 시장에서 약 30%의 점유율을 확보했으며, 캐나다를 거쳐 북미 전역으로 영향력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캐나다 국경과 인접한 워싱턴주는 최근 직접 판매 관련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바늘 구멍이 뚫린 것이다.
그에 더해 최근 미국 내 신차 가격이 급등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가계 경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 제조업체의 미국 내 현지 공장 설립 및 투자 허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유통 규제가 느슨해 질 것을 우려한 자동차 업계의 경계심은 높아지고 있다. 미국자동차혁신협회는 일부 주의 프랜차이즈법 완화는 중국 자동차가 미국 전역에 딜러십을 구축하는 비용 없이 온라인을 통해 다이렉트로 침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S&P 글로벌 모빌리티는 미국 국경 인근 주에서 직접 판매 통로가 열린다면 중국 업체들에 막대한 정착 비용 없이 시장을 테스트할 최적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결국 높은 관세와 프랜차이즈법이라는 낡은 비관세 장벽으로 자국 산업을 과도하게 보호하는 구조가 지속될 경우, 미국 자동차 기업들의 고비용 구조 개선과 전기차 체질 혁신을 오히려 지연시키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관세 100%를 때려도 멕시코나 캐나다 우회 경로를 통해 인터넷 직판으로 치고 들어올 중국산 전기차의 가성비를 막을 재간이 없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만약 워싱턴주 같은 국경 지역에서 직판 규제가 완전히 풀리면 중국 기업들은 값비싼 전시장을 지을 필요도 없이 온라인 주문과 캐나다 물류 기지를 결합해 미국 소비자 안방으로 파고들 수 있다.
높은 신차 가격과 고정비 부담에 허덕이는 미국 완성차 업체들 사이에서, 과도한 유통 기득권 보호는 결국 미국 자동차 산업의 내부 개혁과 디지털 전환을 늦추는 부메랑이 될 뿐이라는 지적이 미국 내에서 점차 거세지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은 자동차에서 정점을 찍을 수도 있다. 중국이 급성장으로 인한 수업료를 어떻게 지불할지가 관건이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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