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한국 정부·공공기관과 주요 산업계에 첨단 AI 기반 사이버 방어 역량을 확대하는 ‘오픈AI 코리아 사이버 액션 플랜’을 추진한다. 제이슨 권(Jason Kwon)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는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오픈AI에 매우 중요한 국가”라며 “한국의 AI 전환과 장기적 회복력, 성장을 지원하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오픈AI가 지난해 한국 사무소를 연 뒤 국내 협력을 인프라와 기업, 공공부문,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으로 넓혀온 흐름의 연장선이다. 권 CSO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의 AI 인프라 협력,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의 업무협약, GS건설·LG유플러스 등 국내 기업의 AI 활용 사례, 시니어 대상 AI 교육 프로그램, SBS와의 선거 정보 접근성 협력 등을 언급하며 “AI가 일상과 산업, 공공 영역 곳곳에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AI, 실험 단계를 넘어 국가 인프라로”
권 CSO는 현재 AI 산업이 세 번째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첫 번째 국면이 기술 역량의 돌파구를 마련한 시기였다면, 두 번째 국면은 강력한 도구를 대중에게 제공한 접근성의 시기였고, 이제는 AI가 경제와 사회의 핵심 인프라가 되는 단계라는 설명이다.
그는 “AI는 더 이상 실험해보는 흥미로운 기술에 머물지 않고 사람들이 실제 업무에 의존하는 실용적 도구가 되고 있다”며 “기업 운영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고, 기관들이 시민의 삶에 영향을 주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국이 이 같은 전환에 특히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는 점도 강조했다. 권 CSO는 한국을 “디지털 우선 사회”라고 표현하며 빠른 기술 수용성과 공공부문의 높은 AI 관심, 반도체·인프라·기업·개발자·스타트업을 모두 갖춘 ‘풀스택 경제’를 강점으로 꼽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세계적 반도체 기업, 고도화된 기업 생태계, 숙련된 개발자 커뮤니티가 결합돼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역량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이슨 권(Jason Kwon)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
오픈AI에 따르면 ChatGPT는 전 세계 주간 활성 이용자 9억명 이상을 확보했으며, 100만개 이상의 기업 고객이 오픈AI 기술을 조직 내에서 활용하고 있다. 한국은 ChatGPT 주간 활성 이용자, 기업 고객, 유료 구독자 기준 모두 전 세계 상위 10개 시장에 포함된다. 권 CSO는 “한국 이용자들은 이미 AI를 채택하고 있고, 생활과 업무 방식에 통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국 Codex 이용 급증…“요청 절반은 비코딩 업무”
한국 시장의 변화는 오픈AI의 코딩 에이전트 ‘Codex’ 이용에서도 두드러진다. 권 CSO는 올해 초 이후 한국 내 Codex 주간 활성 이용자가 10배 늘었고, 지난 2월 Codex 앱 출시 이후 국내 일일 상호작용은 30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현재 Codex 채택과 참여도 기준 전 세계 상위 5개국에 포함된다.
특히 주목할 지점은 사용 방식이다. 권 CSO는 “한국에서 Codex 요청의 50%는 비코딩 업무”라며 “전문 개발자뿐 아니라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워크플로를 정리하고, 아이디어를 유용한 도구로 바꾸려는 이용자들도 Codex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AI가 개발 도구를 넘어 일반 업무 생산성 도구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됐다.
K-water·기술보증기금과 협력…공공 인프라와 스타트업 지원으로 확대
오픈AI는 한국에서의 AI 전환 지원을 개인·기업 생산성 향상에 한정하지 않고 공공 인프라와 혁신기업 금융지원, 국가 회복력 강화로 확장하겠다는 방침이다.
권 CSO는 전날 한국수자원공사(K-water)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며 “수자원공사는 전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시민에게 영향을 주는 핵심 공공서비스에 AI를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측은 물 관련 재난 대응, 수자원 관리 개선, 기후변화 적응 역량 강화 등에서 오픈AI 기술 활용 가능성을 검토할 예정이다. 권 CSO는 “물 인프라는 필수 인프라”라며 “AI가 공공기관이 위험을 더 잘 이해하고 더 빠르게 대응하며 더 나은 결정을 내리도록 도울 수 있다면 그 혜택은 시민 안전과 삶의 질에 직접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기술보증기금(KIBO)과의 협력도 소개됐다. 기술보증기금은 기술평가와 금융지원을 통해 국내 혁신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오픈AI는 이번 협력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스타트업의 기술, 사업모델, 시장 정보를 효율적으로 평가하고 금융지원 의사결정을 고도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권 CSO는 “유망한 한국 스타트업이 성장에 필요한 지원을 더 잘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실질적 의미”라고 말했다.
Daybreak 기반 ‘코리아 사이버 액션 플랜’ 가동
이날 발표의 핵심은 사이버보안 협력이다. 오픈AI는 최근 사이버보안 이니셔티브 ‘Daybreak’를 공개했다. Daybreak는 취약점이 발견되거나 공격이 발생한 뒤 대응하는 사후적 모델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개발 초기 단계부터 보안을 내재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AI를 활용해 보안팀과 개발자가 취약점을 더 일찍 찾고, 위험을 더 빠르게 이해하며, 수정안을 생성·검증해 더 안전한 시스템을 만들도록 돕는 구상이다.
권 CSO는 이 Daybreak 비전 아래 한국 전용 이니셔티브인 ‘오픈AI 코리아 사이버 액션 플랜’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한국 정부기관, 공공기관, 사이버보안 당국, 주요 기업 및 핵심 산업에 AI 기반 사이버 방어 역량 접근을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제이슨 권(Jason Kwon)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
구체적으로 오픈AI는 한국 주요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최신 사이버 AI 역량에 대한 브리핑과 시연을 제공하고, 자격을 갖춘 정부기관·공공기관·사이버보안 당국에 신뢰 기반 사이버 접근 프로그램을 통한 검증된 접근권을 확대한다. 또 주요 한국 기업과 핵심 산업에도 TAC(Trusted Access for Cyber) 접근을 넓혀 산업 전반의 사이버 방어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권 CSO는 “이 계획의 목적은 강력한 방어용 AI 도구를 신뢰할 수 있는 한국의 사이버 방어자들에게 제공해, 기관과 인프라, 기업, 시민이 의존하는 디지털 시스템을 더 잘 보호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8일 사샤 베이커 오픈AI 국가안보정책 총괄은 한국을 방문해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관계자를 대상으로 최신 사이버 특화 모델 역량을 소개했다. 권 CSO는 전날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과도 만나 사이버보안과 국가 회복력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한국·일본 협력은 사실상 동시 진행…정부용·민간용 접근 절차 구분”
현장 질의응답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Daybreak 및 사이버 접근 프로그램 참여 시점, 정부용 접근 프로그램과 민간용 TAC의 차이, 비용과 보안 통제 방식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권 CSO는 한국과 일본 협력 순서에 대해 “특정한 의도나 우선순위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양국과의 논의는 사실상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방어하는 방어자들에게 첨단 역량을 제공하는 것이 오픈AI의 접근 방식”이라며 한국 정부 인력의 접근권은 “마무리에 매우 가까운 단계”라고 밝혔다. 실제 접근권 확보와 도구 활용이 이뤄지면 “비교적 빠르게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말했다.
정부용 접근 프로그램과 민간기업용 TAC의 차이에 대해서는 적용 대상과 절차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정부·공공기관은 민간기업과 다른 요구사항을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다 신중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 CSO는 미국 정부 구성원도 접근권을 갖고 있으며, 유럽 국가들과도 관련 대화를 진행했지만 아직 접근권 부여 단계까지 간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앤트로픽의 사이버보안 프로젝트와 비교한 차별점에 대해서는 “오픈AI는 더 폭넓게 제공할 수 있는 컴퓨팅 역량을 갖고 있다”며 “가능한 한 많은 신뢰할 수 있는 방어자들이 빠르게 방어 역량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AI 사이버 역량이 빠르게 확산되는 만큼, 악의적 행위자보다 방어자가 먼저 강력한 도구를 확보해 취약점을 찾고 보완해야 한다는 취지다.
악용 위험은 ‘검증된 접근’으로 통제
AI 보안 모델이 취약점을 찾아내는 만큼 공격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신뢰 기반 접근’과 계정·조직 검증을 핵심 통제 수단으로 제시했다. 권 CSO는 취약점 발견과 패치가 주요 활용 사례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역량에 접근하는 행위자가 신뢰할 수 있고 검증된 주체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접근 자격이 없으면 우리가 제공하는 모델의 해당 역량에 접근할 수 없다”며 “신뢰할 수 있는 기관과 개인에게만 필요한 수준의 접근권을 부여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가장 높은 수준의 사이버 방어 역량은 사이버보안 기업, 보안 연구자 등 방어 임무를 가진 조직과 연계된 주체에게 제공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향후 GPT-5.5-Cyber 이후에도 보안 특화 모델을 계속 내놓을지에 대해서는 “Daybreak는 특정 모델 하나에 관한 프로그램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GPT-5.5나 GPT-5.5-Cyber만의 문제가 아니라 최신 모델을 프로그램에 포함하는 것”이라며 “언젠가 GPT-5.6이나 6 계열의 사이버 모델이 나오더라도 신뢰할 수 있는 방어자에게 가장 적합한 모델을 가능한 한 빨리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데이터는 “한국 레지던시 제공”…비용은 개별 협의·토큰 기반
공공기관과 기업이 사이버 AI 모델을 활용할 때 데이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도 주요 관심사였다. 권 CSO는 오픈AI가 한국에서 데이터 레지던시를 제공하고 있다며 “데이터가 처리될 때 국내에 머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고객에게는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는 방식도 제공할 수 있으며, 이는 공공기관이나 보안 요구가 높은 민간기업의 요구를 충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비용과 과금 방식에 대해서는 “유료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며 세부 조건은 오픈AI의 시장 진출 및 영업 조직과의 협의를 통해 정해진다고 말했다. 보안 모델 이용 역시 기본적으로 토큰 가격 체계에 기반해 청구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반 소비자용 구독 상품과 TAC 같은 기업용 프로그램은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TAC는 소비자 제품이 아니라 엔터프라이즈 제품”이라며 기업용 시장에서는 이미 구독형 소비자 가격이 아니라 기업별 약정과 계약 방식이 활용돼 왔다고 말했다.
상장 이후 수익성 압박으로 가격 체계가 바뀔 가능성에 대해서도 “IPO 때문이 아니다”라며 “장기적으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건강한 사업이 돼야 하고, 우리가 부과하는 비용보다 충분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가장 낮은 비용으로 지능 유틸리티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동일한 가격에서 토큰당 효용은 높아지고, 같은 효용이라면 토큰 비용은 낮아지는 방향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B2B 시장은 Codex·멀티클라우드가 성장 동력
한국 B2B 시장에서 오픈AI의 위치를 묻는 질문에는 소비자 시장에서 ChatGPT가 Gemini 대비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Claude는 소비자 시장에 특별히 집중하고 있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기업 시장에서는 Codex 이용 확대가 API 사용과 엔터프라이즈 지출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 CSO는 최근 Microsoft와의 파트너십 변화로 오픈AI 모델을 Azure뿐 아니라 AWS 등 다른 클라우드 환경에서도 제공할 수 있게 된 점을 언급하며 “추가 하이퍼스케일러로 모델 배포가 확대되면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가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AI 도입을 지원하는 FDE(Forward Deployed Engineer) 모델에 대해서도 낙관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오픈AI가 최근 기업의 AI 시스템 구축과 배포를 돕기 위한 ‘오픈AI 디플로이먼트 컴퍼니’를 출범시켰다고 언급하며 “고객 데이터는 고객의 데이터이며, 오픈AI가 그 데이터를 가져가거나 소유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FDE의 역할도 고객사를 오픈AI에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객 내부 인력이 장기적으로 AI 전환 역량을 갖추도록 ‘트레이너를 훈련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제이슨 권(Jason Kwon)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
AI안전연구소·스타게이트 협력도 계속
과기정통부가 AI안전연구소와 관련해 오픈AI에 협력을 요청한 데 대해서는 이미 대화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권 CSO는 미국과 영국의 AI 안전연구소와 협력하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이 모델 평가와 테스트 역량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구축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다양한 모델을 평가·테스트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고, 정부가 그 결과를 정책에 어떻게 활용할지 이해하도록 돕는 건설적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국 내 스타게이트 관련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SK와 삼성 측과 컴퓨팅 인프라 구축 계획을 두고 “생산적인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권 CSO는 이날 간담회 전반에서 한국을 오픈AI의 전략적 파트너로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세계적 반도체 생태계는 오픈AI가 이끄는 글로벌 AI 생태계와 이미 긴밀히 연결돼 있다”며 “오픈AI는 한국과 협력해 첨단 AI를 널리 유용하게 만들고, 책임 있게 배포하며, 한국의 장기적 회복력과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준문 기자/jun@newsta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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