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일부 외신에 따르면 토요타는 최근 협력 업체들에 오는 11월까지 해외 생산 물량을 약 8만 3000대 줄이겠다는 계획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토요타)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다시 한 번 지정학 리스크의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토요타가 이란 전쟁 여파로 해외 생산 감축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며 한동안 잦아들었던 공급망 위기가 전혀 다른 형태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팬데믹과 반도체 대란을 지나며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해왔던 완성차 업계지만 이번에는 전쟁과 에너지, 물류 불안이라는 보다 복합적인 변수 앞에서 다시 생산 전략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28일 일부 외신에 따르면 토요타는 최근 협력 업체들에 오는 11월까지 해외 생산 물량을 약 8만 3000대 줄이겠다는 계획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지역 수요 둔화와 유가 상승, 물류 차질 등이 주요 배경으로 거론된다. 글로벌 판매 상위권 모델인 RAV4를 비롯해 하이럭스와 4Runner 등 주요 차종까지 영향권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토요타의 이번 감산에는 중동 지역 수요 둔화와 유가 상승, 물류 차질 등이 주요 배경으로 거론된다(토요타)
이번 사례가 주목되는 이유는 감산 규모 자체보다 원인에 있다. 특정 차종 판매 부진이나 공장 운영 문제 때문이 아니라 중동 지역 전쟁이 글로벌 자동차 생산 전략에 직접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부분이다. 자동차 산업이 여전히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구조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자동차 산업은 오랫동안 효율 중심의 글로벌 분업 구조 위에서 성장해왔다. 부품은 가장 경쟁력 있는 공급처에서 조달하고 생산은 비용 효율이 높은 지역에서 진행한 뒤 전 세계 시장으로 판매하는 방식이 표준처럼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런 구조는 공급망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때만 유효하다.
실제 지난 몇 년 동안 자동차 업계는 이 구조의 취약성을 반복적으로 경험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공장 셧다운과 물류 마비를 불러왔고, 이어진 반도체 대란은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계획 자체를 무너뜨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원자재 공급 불안과 에너지 가격 급등을 초래했고, 홍해 물류 차질은 글로벌 해상 운송 비용을 다시 끌어올렸다.
이번 감산 소식은 자동차 산업이 여전히 외부 충격 앞에서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토요타)
다만 이번 중동 리스크는 앞선 위기들과 성격이 조금 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팬데믹이 생산 차질 중심 위기였다면 이번에는 에너지와 물류, 지역 수요 위축이 동시에 겹치는 복합 변수라는 점에서 더 까다롭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핵심 해상 물류 경로 불안은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글로벌 제조업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토요타의 이번 감산 소식은 단순한 생산 조정 뉴스가 아니라 자동차 산업이 여전히 외부 충격 앞에서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에 가깝다.
한동안 자동차 산업 최대 화두는 전동화와 소프트웨어였다. 하지만 지금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다시 확인하고 있는 현실은 조금 다르다. 좋은 차를 만드는 기술만으로는 부족하고 불안정한 세계 질서 속에서도 공장을 멈추지 않을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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