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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모토 페스타 – 열어야 했고, 제대로 열었다.

글로벌오토뉴스
2026.05.29. 13:3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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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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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어렵다면 힘을 합치고 열어야 한다. 5월 17일 개최된 K-모토 페스타가 한 것처럼 말이다.

우리나라 이륜차 상황은 어둡다. 연 판매 15만대에 이르렀던 시장은 이제 10만대 수준으로 오그라들었고, 국내 산업 기반은 완전히 와해되었다고 할 정도다. 혼다 코리아가 동남아산 모델을 중심으로 전체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는 것이 현실이다. 삼분의 이로 줄어든 시장, 국내 생산 기반의 와해. 그렇다면 시장의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이륜차 시장의 리더 가운데 하나인 기흥그룹이 개최한 행사가 바로 K-모토페스타. 작년에 이어 두번째로 열린 이번 행사의 주제를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그것은 바로 ‘열렸다’일 것이다.



행사 이야기에 앞서 우리나라 이륜차 시장을 좀 더 살펴보자. 시장 규모는 위축되고 국내 생산 기반이 와해된 와중에도 이륜차 시장은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 첫번째는 배기량 분포의 변화다. 이전에는 125cc 이하의 소형 이륜차가 대다수를 차지했고 배달 문화가 발달하면서 그 비중이 더 커졌었다. 혼다 슈퍼 커브 등의 트렌디한 제품들도 작은 배기량 이륜차의 증가에 한몫을 했다.

그런데 최근들어 배기량 규모에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기고 있다. 첫번째는 배기량 300cc 전후의 쿼터급 시장이 조금씩 커지고 있는 점, 그리고 1000cc 이상 대형 고급 기종의 증가다. 125cc급 상용 이륜차 시장이 포화 상태를 보이는 반면 출퇴근 및 레저용 시장에서는 비교적 여유가 있는 300~400cc급 스쿠터의 판매량이 늘어났다.

쿼터급, 더 나아가 미들급 시장에 일어난 또 하나의 변화는 기존의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주로 인도의 파트너와 함께 개발한 쿼터급 모델을 앞다투어 엔트리급 모델로 출시하고 있는 것도 한 가지 이유. 그리고 가장 중요한 변화가 있는데, 그것은 인도와 중국 브랜드의 국내 출시다. 2021년에 진출한 인도의 로얄 엔필드, 그리고 보그(Voge), 존테스(Zontes), 씨에프모토(CFMOTO) 등 최근 이어지고 있는 중국 고유 브랜드들의 국내 진출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주력하고 있는 시장이 바로 쿼터급과 미들급 시장이다.



자, 여기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K-모토페스타를 개최한 기흥그룹은 할리 데이비슨, 두카티, 그리고 로얄 엔필드를 수입한다. 그런데 기흥그룹은 아직은 큰 영향은 아니지만 장차 로얄 엔필드의 직접적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큰 CF모토와 보그, 존테스를 수입하는 모터스타코리아에 행사에 초대하였고 실제로 동참이 이루어진 것.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아니, 왜 기흥그룹은 자신들의 잠재적 경쟁자를 초대한 것일까? 실제로 기흥그룹 관계자는 ‘아주 직접적인 경쟁자 몇을 제외하고 거의 관련 업체들을 초대했다’고 했다. 홍보가 필요했던 모터스터 코리아에게는 공식적으로 참여한 2500여명의 라이더들과 70여 관련 업체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을 것. 실제로 알파인스타의 수입사이기도 한 기흥그룹은 다채로운 이륜차 관련 의류 및 액세서리 업체들이 행사에 참여하도록 했다. 이 또한 ‘적과의 동침’이었다.

그나저나 기흥 그룹은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정확한 의도는 물어보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짐작할 수는 있었다. 이륜차 시장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던 시절, 이륜차 브랜드들이 개최하는 대부분의 행사들은 자사의 제품을 소유한 고객들만이 참여할 수 있었다. 시장을 주도하는 브랜드일 수록 더욱 그랬다. 당시의 관점에서는 배타적인 고객 행사가 갖는 고객들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고 새로운 고객들이 해당 브랜드로 진입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효과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지금의 시장 상황은 전혀 다르다. 시장이 위축된 것. 신규 유입되는 이륜차 고객의 숫자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이 특히 치명적이다. 최근 시장에서 1000cc 이상의 ‘오버리터 급’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륜차 시장이 기존 고객들은 점점 상위 시장으로 올라가고 있으며 두 대 이상의 이륜차를 보유한 이른바 ‘고인물 고객’들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륜차 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는 열린 행사가 매우 중요해졌다. 첫째 이유는 신규 고객이 이륜차 보유 여부에 상관 없이 참여할 수 있으므로 문턱이 낮아졌다는 점, 그리고 두번째 이유는 다른 브랜드의 이륜차를 이미 소유한 고객이 추가 구매를 결정할 기회를 보다 쉽게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흥 그룹은 엔트리급 로얄 엔필드, 스포츠 성향이 강한 두카티, 대형 크루저의 최강자 할리 데이비슨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다양한 고객군을 한 자리에 모을 수 있다. 즉, 이륜차 시장에 신규 고객 유입과 기존 고객 유지를 한꺼번에 꾀하면서 주변 업체들을 규합하여 전체 시장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일으킬 가장 강력한 배경을 가진 기업이라는 뜻이다.



나는 행사가 끝나기 전에 행사장을 떠나야 했다. 그런데 내가 타고 온 바이크에 종이 한 장이 끼워져 있었다. 나는 제품 홍보 자료이겠거니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종이를 살파보고 나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정확하게는 감동했다. 왜냐 하면 참가자들이 타고 온 수많은 바이크들 한 대 한 대를 모두 점검하여 그 결과를 기록한 점검 기록지였기 때문이었다. 앞 뒤 타이어 상태, 앞 뒤 브레이크 패드 상태, 그리고 엔진오일과 냉각수, 브레이크액, 서스펜션, 연료계통의 누유 여부 등 안전 운전에 필수적인 점검이었다.

감동스러웠던 포인트는 내가 타고 간 바이크는 기흥 그룹이 판매한 제품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러니까 삼십도에 육박하는 햇빛 아래에서 브랜드 관계 없이 참가자들이 타고 온 모든 바이크를 한 대 한 대 점검했다는 뜻이었다. 즉, 앞서의 열린 행사가 이륜차 업계 사이의 열린 자세였다면, 이 ‘무차별적인’ 바이크 전수 점검은 모든 이륜차 라이더들에 대한 진심으로 열린 자세였다는 것이다.

점검 기록지 뒷면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모든 라이더의 무복(무사복귀)을 K-모토 페스타가 기원합니다.’
열린 자세가 필요했던 시장이었고, K-모토 페스타는 제대로 열려 있었다. 좋았다.

글 / 나윤석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 ​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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