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우리나라 내수 시장 자동차 판매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현대, 기아의 차량이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범위를 20위까지 넓혀 보아도 역시 현대와 기아, 그리고 제네시스의 승용차와 SUV, 그리고 1톤 봉고와 포터가 들어가는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들 기업 이외의 한국GM과 KGM, 그리고 르노 코리아 등은 차종 수와 구성이 적어서인지 우리나라 시장에서 판매량 비중이 그다지 크지는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들 세 업체도 수출량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전후까지 우리나라의 준대형 고급승용차 시장은 대우자동차, 현재의 한국GM이 만든 레코드 로얄 승용차가 거의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레코드 로얄 승용차는 흔적도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시기에 고급승용차의 아이콘과도 같았던 레코드 로얄 승용차와 파생 모델의 디자인을 살펴보는 글을 준비했습니다.
‘레코드 로얄’이라는 이름의 승용차가 우리나라에 나온 건 1978년에 새한자동차, 즉 과거의 신진자동차와 GM코리아를 거쳐 이름이 바뀌어 오늘날 한국GM이 되기 전의 이름의 기업이 미국 GM의 자회사였던 독일 오펠(OPEL)의 준대형급 승용차였던 7세대 ‘레코드 E’를 V-car 라는 개발 코드로 조립 생산해서 ‘레코드 로얄’로 출시하면서부터입니다.
물론 신진자동차는 이미 1972년에 오펠의 6세대 ‘레코드 D’ 승용차를 ‘프리미어’라는 이름으로 조립 생산했습니다. 즉 1978년의 레코드 로얄은 프리미어의 완전 변경 모델로 나온 것이었습니다.
제가 레코드 로얄 승용차를 실물로 처음 봤던 건 초등학교(그때는 국민학교라고 했습니다) 6학년이었던 1978년 가을에 동네 길가에 세워진 검은색 차량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커다란 사각형 헤드램프와 수평 리브의 라디에이터 그릴, 그리고 C-필러에 특유의 수직 루버의 환기구가 달린 육중한 레코드 로얄 승용차는 마치 외계에서 온 차 같은 인상이었습니다. 그후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1982년에 학교 앞에서 본 초기형 로얄 살롱도 꽤 강한 인상이었습니다.
마치 거대한 방패를 연상시키는 로얄 살롱의 격자형 크롬과 은빛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실로 매우 이국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초기형 로얄 살롱은 여기 사진의 브라운 색상의 1984년형 로얄 살롱과 앞모습은 같았지만, 테일 램프가 달랐고, 철제 크롬 범퍼도 초기의 레코드 로얄의 것과 같이 약간 가늘었습니다.
로얄 살롱은 오펠 ‘레코드 E’의 고성능 세단이었던 ‘코모도르’를 조립 생산한 것이었는데, 원형 코모도르는 헤드램프에 와이퍼도 부착돼 있었지만 초기의 국산 로얄 살롱에는 헤드램프 와이퍼는 없었습니다.
1983년에는 기존 레코드 로얄에 디젤 엔진을 탑재한 ‘로얄 디젤’이 추가돼 나왔고, 곡선이 가미된 이형(異形) 헤드램프와 슬림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의 ‘로얄 프린스’가 기존의 1,900cc 엔진을 탑재한 모델로 새롭게 나오면서 기존 레코드 로얄은 1,500cc 엔진을 탑재한 ‘로얄 XQ’라는 기본형 모델로 바뀝니다. 이렇게 해서 2,000cc 플래그 십 모델 로얄 살롱, 1,900cc 준대형 프린스, 그리고 1,500cc 엔트리 모델 로얄 XQ로 정리됩니다. 로얄 XQ는 나중에 ‘로얄 듀크’라는 모델로 변경됩니다.
그런데 로얄 프린스는 본래 오펠 레코드의 1979년형 페이스 리프트 변경 모델이었지만, 우리나라에는 상급 차종으로 나왔습니다. 이 시기에 로얄 프린스의 위치는 오늘날의 제네시스 G80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프린스의 원형 모델인 오펠 레코드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은 새로운 앞모습과 C-필러 환기구의 수직 루버 형태가 더 간결한 삼각형 디자인에 뒤 트렁크도 높아진 형태로 일시에 바뀌어 나왔지만, 우리나라에 나온 프린스는 앞모습은 변경된 형태이면서도 C-필러와 뒤 트렁크는 바뀌지 않은 차체로 나왔습니다.
C-필러 디자인과 트렁크까지 모두 바꾼 차체는 대우자동차가 ‘V85’ 라는 차체로 개발해서 1985년형 로얄 시리즈로 내놓습니다.
그리고 로얄 살롱의 상급 모델로 ‘살롱 수퍼’ 라는 모델이 1987년형으로 나옵니다. 원형 모델 오펠 코모도르와 거의 같은 사양으로 헤드램프에 와이퍼도 붙이고, 앞 범퍼 아래의 에어댐도 간이 금형으로 제작해 오펠 코모도르와 거의 같은 형태로 만들었고, 기존의 두툼한 크롬 범퍼 위에 또 다른 크롬 몰드를 덧대고 C-필러에는 별도의 쿼터 글라스를 적용하는 등 호화로운 이미지로 나옵니다.
그리고 2년 뒤에 1989년형으로 새롭게 나온 ‘대우 수퍼 살롱’은 어딘가 캐딜락 분위기가 풍기는 전후면 디자인에, 기존의 크롬 범퍼 대신에 차체 색으로 제작된 모던한 우레탄 범퍼를 달고 나옵니다. 그리고 또 1년 뒤에는 수퍼 살롱의 C-필러 쿼터 글라스와 우레탄 범퍼를 그대로 적용한 1990년형 프린스가 나옵니다.
그런데 프린스의 이 모델이 여러 프린스 모델 중에서 디자인 완성도는 가장 괜찮아 보입니다. 1990년에는 수퍼 살롱보다 더 상급으로 직각형 C-필러 차체에 직렬 6기통 3,000cc 엔진을 탑재한 ‘임페리얼’이 나옵니다.
그리고 1991년에는 대우자동차가 기존 로얄 시리즈 승용차 차체의 측면 도어 패널을 제외한 도어 섀시(sash)와 차체 전체의 내/외장을 모두 바꾼 차체의 프린스 모델이 나옵니다. 그렇지만 1990년형 프린스보다 어딘지 좀 무거워 보입니다.
한편, 육중한 차체에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을 달고 투 톤 컬러까지 적용한 최고급 모델로 브로엄(Brougham)도 나옵니다. 그렇지만 이들 두 모델을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 레코드 로얄부터 시작돼 20년 가까이 이어진 로얄 시리즈의 역사는 막을 내립니다.
지금은 로얄 시리즈는 남아 있는 차가 거의 없어서 정말로 보기 어렵지만, 현대자동차의 그랜저가 고급승용차 시장을 독주하기 전이었던 1990년대 초까지 로얄 시리즈는 우리나라의 준대형 고급승용차 시장을 거의 장악하다시피 했습니다. 게다가 로얄 시리즈의 전성기에는 거의 1~2년마다 신형 차를 내놓는 등 다양화를 통해 자동차 메이커 간에 치열하게 경쟁하던 시기를 장식했던 모델이었습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