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역사는 자동화의 역사다. 자동변속기를 비롯해 운전자가 할 수 있는 기능을 자동으로 해결하도록 해 왔다. 수동적 안전, 능동적 안전이라는 말을 사용한지 오래됐다. 수동적 안전은 사고 발생으로 인한 손상 최소화를 의미한다. 차체 설계를 통해 사고로 인한 물리적인 변화를 최소화해 탑승자의 손상을 줄인다. 그냥 충돌 안전이라고도 표현한다. 능동적 안전은 사고를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ABS나 ECS 등이 대표적이다. 전기차 시대로의 본격적인 진입과 자율주행 기술의 고도화로 그 안전 기술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크게는 충돌 안전 중심에서 전동화 플랫폼의 특성을 반영한 설계와 AI 및 센서를 활용해 사고를 원천 차단하는 능동 안전 시스템으로 완전히 진화하는 추세다. 자율주행이 인간 운전보다 더 안전하다는 점에서 시작했다. 그래서 운전자로부터 스티어링 휠을 빼앗아야 한다는 말이 등장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화두인 시대에 안전 개념의 변화를 짚어 본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수동적 안전 부문의 변화는 전기차의 무거운 배터리 팩이 차량 하부에 넓게 탑재되어 내연기관의 거대한 엔진룸이 사라진 것으로 인해 구조적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배터리 보호를 위한 차체 골격 구조가 고도화되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측면 충돌 시 배터리 셀의 변형과 이로 인한 화재를 막기 위해 사이드 실 내부에 초고장력 강판과 알루미늄 압출재를 융합한 다중 골격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하부 충돌에 대비한 언더바디 보호판 기술도 강화됐다.
차체 앞쪽에 엔진이 사라지면서 확보된 프렁크 공간은 충돌 시 에너지를 단계적으로 흡수하는 완충 구역으로 재 설계됐다. 이를 통해 정면충돌 시 승객석으로 전달되는 충격력을 크게 흡수하거나 분산시킨다. 정면 충돌시 엔진이 차 안으로 밀려 드는 위험도 없어졌다.
전기차 안전의 핵심인 배터리 화재를 막기 위해 셀과 셀 사이에 에어로겔이나 특수 방화 소재를 적용하는 기술 보편화도 특징이다. 최근에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이 전압과 온도의 미세한 이상 징후를 AI로 실시간 모니터링하여 열 폭주 발생 전 운전자에게 경고하고 제어하는 조기 진단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자율주행 기술은 능동 안전의 또 다른 진화를 이루고 있다. 자동차가 운전자보다 도로 상황을 더 정확하게 인지하고 대응하기 위한 눈과 두뇌의 안전 기술이 핵심으로 부상했다. 고해상도 카메라를 비롯해 밀리미터파 레이더에 이어 라이다가 도입되면서 복합 인지 능력이 극대화됐다. 야간이나 악천후, 역광 등 카메라 시야가 제한되는 극한 상황에서도 3차원 공간 정보를 정확히 실시간 시각화하여 오 인식으로 인한 사고를 차단한다.
테슬라 등 카메라 기반 비전 온리 시스템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카메라 렌즈 표면의 오염물질을 감지해 자동으로 세척액을 분사하고 렌즈 곡면을 따라 미니 와이퍼가 작동하는 표적 청소 시스템 등의 하드웨어 안전 기술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의 발전화 함께 예측 능동 안전도 발전하고 있다. 단순히 앞 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는 수준을 넘어, 주변 보행자의 움직임이나 예측하기 힘든 돌발 상황을 AI가 스스로 추론하고 사전에 속도를 줄이는 예측 제어 안전 기술이 채용 폭을 넓히고 있다.
물론 모든 전기 전자장비가 그렇듯이 복잡해지면 그만큼 오류의 가능성도 있다. 자율주행 중 부품이나 소프트웨어에 오류가 발생하면 곧바로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항공기 수준의 결함 허용 시스템 구축이 자동차 업계의 필수 과제가 됐다.
이를 위해 이중화 하드웨어 설계가 보편화되는 추세다. 자율주행의 핵심인 조향과 제동, 그리고 전력 공급 및 통신 시스템에 모두 독립된 두 개의 회로를 구성하는 다중화 기술이 적용된다. 주 제어 장치에 고장이 나더라도 보조 시스템이 즉각 개입해 차량을 안전한 갓길로 이동시키거나 정차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커넥티드카로 진화함에 따라 외부 해킹으로 인한 오작동 위험을 막기 위한 차량용 사이버 보안 시스템(무선 업데이트 및 게이트웨이 보안)이 차량 안전 등급평가의 주요 항목으로 등장해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의 결합은 단순히 주행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차량 구조의 물리적 안전성과 소프트웨어 기반의 능동적 방어 능력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전통적인 완성차 제조사들과 첨단 자율주행 기술 기업들은 이 두 가지 영역의 안전 격차를 좁히기 위해 센서 레이아웃 고도화와 섀시 이중화 설계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이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전환과 자율주행 고도화 흐름 속에서 저마다의 브랜드 철학과 기술적 강점을 바탕으로 안전 기술을 시장에 도입하고 있다. 현재 완성차 업계의 안전 기술 도입 현황은 크게 독자 노선 구축, 안전 규제 선제 대응, 그리고 사용자 경험 확대라는 세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자동차회사들의 첨단 안전 기술은 자동차회사의 자율주행 시스템에 따라 약간씩의 차이가 있다. 테슬라는 레이더와 초음파 센서를 완전히 배제하고 카메라만으로 주변을 인식하는 테슬라 비전을 고수하고 있다. 카메라 센서의 기술적인 오류를 개량하는 것은 물론 앞서 언급한 카메라 오염이 시스템 마비를 야기하는 치명적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로보택시에 카메라 렌즈 전용 워셔 제트 하드웨어를 도입했다.
현대차그륩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측면 충돌 시 배터리를 보호하는 다중 골격 구조를 양산차 전반에 도입했다. 특히 배터리 관리 시스템을 통해 주행 중은 물론, 주차 중에도 배터리 셀의 미세 단락이나 과열 징후를 감지해 화재를 조기 차단하는 데이터 기반 안전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자율주행 인프라 확대를 겨냥해 조향과 제동 장치가 고장 나도 보조 장치가 즉각 개입하는 섀시 이중화 시스템도 모빌리티 플랫폼에 적극 탑재하고 있다.
볼보는 2021년 전기 플래그십 SUV인 EX90의 발표 당시 루프 라인에 라이다는 안전을 위한 장비라는 점을 강조했다. 야간 고속 주행 시에도 전방 250m 앞의 보행자를 감지할 수 있는 고정밀 인지 안전을 구현한 것이다. 아울러 실내에 고해상도 카메라와 센서를 배치해 운전자의 시선 방향과 졸음 상태, 의학적 이상 징후까지 실시간 감지해 차량을 안전하게 강제 정차시키는 운전자 이해 시스템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테슬라의 비전 온리 방식과 라이다와 레이더, 카메라를 융합한 멀티 센서 방식이다. 이는 글로벌 안전 평가 기관 및 규제 당국으로부터 상반된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신차 안전도 평가 기관들의 맑은 날씨, 명확한 차선 등 주어진 조건에서 테슬라의 카메라 기반 시스템은 업계 최고 수준의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NHTSA의 새로운 기준을 처음으로 통과했다 유로 NCAP 에서도 최고 등급을 유지했다. 물론 90% 이상이라는 점수가 말해주듯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반면, 통제되지 않은 실제 도로 환경과 악천후 상황으로 넘어가면 규제 당국의 평가는 크게 바뀐다. NHTSA는 최근 테슬라 FSD 시스템에 대해 안개, 먼지, 눈, 눈부심 등 '도로 가시성이 저하된 상황에서 카메라가 전방 오염이나 시야 차단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해 발생한 인명 사고들을 지적했다. 카메라 렌즈를 중요한 요소라고 보았다.
웨이모와 볼보 등이 채택한 라이다 기반의 다중 센서 융합 전략은 전 세계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로부터 기술적 신뢰성이 가장 높은 안전장치로 평가받는다. 이중화 기술을 통해 야간, 역광, 짙은 안개 속에서도 센서 스스로 3차원 공간을 시각화하기 때문에, 카메라가 착시를 일으키거나 오염으로 가려져도 레이더와 라이다가 상호 보완하며 차량을 안전하게 정지시킬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디지털 라이다 플랫폼은 높은 제조 원가와 복잡한 호스와 배선, 레이아웃, 액체 저장소 배치 등 양산차 설계 단가와 생산 가동률에 압박을 준다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현재 자동차 전문가들과 글로벌 평가 기관의 종합적인 진단은 명확하다. 테슬라의 카메라 온리 전략은 비용 측면에서 우위를 가지며 일반적인 주행 보조, 즉 레벨 2와 레벨3 수준에서는 높은 안전성을 보여준다. 반면 기후 변화와 오염이라는 변수를 이겨내야 하는 레벨 4 단계에서는 라이다와 레이더를 융합한 멀티 센서가 훨씬 더 높은 안전 신뢰성과 규제적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물론 이런 안전 기술은 안전 규제에 대응해야 한다. 각국의 신차 안전도 평가 규정이 까다로워지면서 제조사들은 그에 따른 소프트웨어와 센서 결합을 서두르고 있다. 유럽의 신차 평가 기준은 탑승자뿐만 아니라 보행자, 자전거 운전자 등 교통 약자 보호 중심으로 대폭 강화됐다. 이에 대응해 자동차가 회전할 때 교차로 사각지대에서 접근하는 자전거를 감지해 강제로 제동을 거는 교차로 보행자 긴급 제동 기능을 기본 트림까지 확대 적용하는 추세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앞으로 출시되는 모든 신차에 시속 100km 이상의 고속 주행 시에도 작동하는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 탑재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GM과 포드 등 미국 제조사들은 전방 레이더와 카메라의 인식 거리를 늘리는 센서 고도화 작업을 전 차종으로 넓히고 있다.
최근 안전 기술 도입 현황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반전은 역설적이게도 디지털화에 대한 제동이다. 전기차 시대로 진입하며 많은 제조사가 대형 디스플레이에 모든 기능을 통합했으나, 이는 운전자의 시선 분산을 유발해 심각한 안전 위협으로 지적되어 왔다.
유로 NCAP 등이 방향지시등, 와이퍼, 비상등, 공조 장치 등 핵심 기능에 물리적 버튼이나 다이얼을 적용하지 않은 차량에 대해 최고 안전 등급 부여를 제한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신차 인테리어 설계 시 직관적인 물리 버튼을 다시 배치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현재 자동차 제조사들의 안전 기술 도입은 단순히 충돌 테스트 점수를 잘 받기 위한 단계를 넘어섰다. 전동화 부품의 화재 안정성을 확보하고, 무인 자율주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시스템 오류를 다중화 구조로 방어하며, 과도한 디지털화로 인한 전방 주시 태만을 억제하는 복합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물론 그것이 해결된다고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은 별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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