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가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각국이 비용이 저렴하고 공급망 안정성이 높은 재생 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함에 따라 전 세계 전력 믹스에서 천연가스의 영향력이 눈에 띄게 위축되는 추세다.
엠버의 분석 결과 가스를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글로벌 124개 경제권 중 절반에 가까운 61개국이 이미 가스 발전의 정점(피크)을 지나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는 영국,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주요 7개국(G7)에 속한 4개국이 포함되어 선진국 중심의 탈가스 기조가 뚜렷해졌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천연가스의 입지를 가장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요인은 태양광 발전의 폭발적인 성장이다. 글로벌 전력 믹스에서 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20년 23.9%에서 지난해 21.8%로 떨어지며 5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가스 발전량 자체는 미미하게 증가했으나, 태양광과 풍력이 글로벌 전력 수요 증가분의 대부분을 흡수하면서 가스의 성장률은 사실상 정체 상태다.
지난해 태양광 발전량은 무려 636테라와트시(TWh) 급증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단 38TWh 증가에 그친 가스 발전과 비교해 무려 17배에 달하는 수치다. 태양광 단독으로 지난해 전 세계 신규 전력 수요 증가분의 약 75%를 감당한 반면 가스의 기여도는 약 5%에 불과했다. 최근 5년간(2021~2025년)의 가스 성장률 역시 직전 5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엠버는 전력의 경제성 논리와 에너지 안보의 목적지가 점차 일치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재생에너지가 발전 비용을 지속적으로 낮추는 동시에 연료 가격 폭등이나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노출을 줄여주면서, 가스가 과거에 가졌던 전력 시스템 확장용 기본 연료로서의 메리트를 잃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의 잇따른 지정학적 위기는 가스 이탈을 부추기는 결정적 촉매제가 됐다.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수입 화석 연료의 취약성이 드러나며 가격 폭등을 경험한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재생에너지 도입을 서둘렀고, 올해 터진 중동 분쟁에 따른 글로벌 LNG 시장의 혼란은 이러한 에너지 안보 우려를 더욱 심화시켰다. 국가들이 가격이 안정적이고 국내에서 자급할 수 있으며 건설 속도도 빠른 재생에너지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보고서는 가스 발전의 성장세가 일부 국가에만 집중되는 기형적 구조도 짚어냈다. 미국은 지난해 전 세계 가스 발전량의 26%를 차지하며 지난 10년간 글로벌 가스 성장을 홀로 견인하다시피 했다. 반면 G7 국가 전체로 보면 가스 발전량은 50TWh 감소한 반면 재생에너지는 123TWh 증가해 청정 전력이 화석연료 발전을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요 신흥 경제국들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가파르게 전력 수요가 늘고 있는 중국, 인도, 브라질은 가스 의존도를 대폭 낮추거나 건너뛰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인도의 전력 믹스 내 가스 비중은 2010년 12.6%에서 지난해 2.3%로 급락했고, 브라질 역시 2014년 13.7%에서 현재 7.3%로 크게 하락했다. 중국은 막대한 전력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가스 비중을 전체의 3% 수준으로 억제하고 있다.
엠버는 가스 생산국의 절반 가까이가 이미 피크를 지나고 재생에너지가 유례없는 속도로 영토를 넓히고 있는 만큼, 전 세계 가스 발전량 자체가 조만간 역사적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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