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의 전동화 및 탄소 배출 규제의 향방을 결정할 자동차 패키지 법안의 최종 확정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진 2027년까지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당초 올 9월 전후로 타결될 것으로 점쳐졌던 국면은 내년 프랑스 대선과 폴란드, 스페인 총선 등 주요 정치 일정과 맞물리며 합의안 도출까지 진통이 길어질 것이라고 독일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빌보헤가 보도했다. 유럽의회는 오는 11월에나 표결에 나설 것으로 보이나, 정당 간 견해 차이가 워낙 뚜렷해 내년 1분기 말은 되어야 최종 조율이 끝날 전망이라고 전했다.
가장 첨예한 쟁점 중 하나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회사 차량(법인차)에 적용될 배터리 전기차 의무 법정 쿼터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최초 초안은 2030년까지 독일 내 법인차의 무배출 차량 비중을 최소 54%로 책정했으나, 유럽의회 사회민주당(S&D) 측은 이를 65%까지 대폭 끌어올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나아가 2035년 목표치 역시 기존 95%에서 99%로 격상할 것을 요구 중이다.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기타 회원국 역시 집행위 안보다 강화된 전기차 비중 확대를 요구받고 있으며, 사회민주당은 2028년 이후 화석연료 회사차에 대한 세제 혜택을 전면 폐지하고 오직 유럽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성 혜택을 몰아주자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 같은 규제 강화 기조에 대해 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과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고 오토모빌보헤는 전했다. VDA는 강제적인 법인차 규제 신설이 기업들에게 과도한 관료주의적 부담만 지울 뿐이라며, 규제 징벌보다는 전력망 안정화와 충전 인프라 확충이 선행되어야 시장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 주장한다.
완성차 제조사들의 향후 생존권을 쥐고 있는 CO₂ 배출량 감축 목표치, 일명 내연기관 퇴출법의 세부 조항을 둘러싼 수싸움도 치열하다. 집행위의 2035년 초안은 2021년 대비 탄소 배출량을 90% 감축(제조사 평균 km당 11g 허용)하는 방향을 제시하되, 남은 배출량은 친환경 그린 스틸 사용이나 이퓨얼(E-Fuel) 도입에 따른 신용(크레딧) 상쇄 제도로 보전해 주겠다는 우회로를 열어뒀다.
반면 EPP 그룹은 이 크레딧 제도 자체를 거부하고 편법 없는 실질적 90% 감축만을 명시함으로써, 역설적으로 가솔린 및 디젤 내연기관차가 시장에서 합법적으로 연명할 수 있는 완전한 권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최종 입법까지 상당한 난항을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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