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가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화재 사고라는 악재 속에서도 구입의향 실현율에서 하이브리드를 앞지르고 휘발유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다만 전기차만 고집하는 강력한 진성 소비층 외에는 전기차 선택을 기피하는 양극단의 확증편향이 공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는 매년 10만 명 규모의 자동차 소비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The Say-Do Gap’ 기획 리포트를 통해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청라 화재 악재 극복한 전기차 진성 수요층의 선택
2024년 조사에서 전기차 구입 계획을 밝힌 소비자 중 이듬해까지 1년 안에 실제 구입으로 이어진 비율(실현율)은 71%로 휘발유차와 함께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최근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브리드(63%)보다 8%p 높은 수치다. 인천 청라 아파트 전기차 화재 사건 직후 안전성 우려가 극에 달했음에도 전기차 의향자의 실제 구매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2024년 약 14만 대에서 2025년 약 21만 5,000대로 50% 이상 증가하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했다.
반면 화재 사고는 전기차에 관심이 없던 비(非)의향자에게 더 큰 영향을 미쳤다. 휘발유나 하이브리드 의향자가 전기차를 선택한 비율은 5~8%에 불과한 반면, 기존 계획대로 휘발유나 하이브리드를 고수한 비율은 최대 41%에 달했다. 화재 사고가 전기차 의향자에게는 전기차를 구입할 이유를, 비의향자에게는 절대 사서는 안 될 이유를 강화해 주는 뚜렷한 확증편향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리드 실현율 저하와 전기차의 탈동조화 현상
6년간의 추이를 비교하면 파워트레인별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명확히 드러난다. 전기차 구입의향률은 2022년 16%로 정점을 찍은 후 하락해 2년 연속 11%에 머물렀으나, 구입 실현율은 2023년(58%), 2024년(66%), 2025년(71%)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이는 전기차 시장이 막연한 관심층보다 구입 의사가 강력한 진성 수요층 중심으로 유지 및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 주류로 자리 잡은 하이브리드의 실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점은 긴 출고 대기 기간과 가격 상승이 원인으로 꼽힌다. 높은 인기가 품귀로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대기를 포기하고 휘발유차 등으로 이탈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와 경유차의 실현율은 각각 7%, 33%에 그치며 휘발유차로 선회하는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캐즘 탈출 신호 뚜렷…양극화 해소가 전동화 핵심 과제
2025년 조사 기준 자동차 구입의향자 전체(4만 3,501명) 중 전기차 희망 비율은 15%로 전년 대비 3%p 상승했다. 모든 연료 타입 중 유일한 상승세다. 판매량 증가세와 실현율 추이를 감안할 때 전기차 시장이 캐즘의 늪에서 사실상 탈출하는 신호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다만 전기차를 제외한 타 연료 타입 의향자들의 전기차 선택 비율이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과제다. 전기차 시장이 여전히 진성 수요층 중심의 구조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강한 지지층과 기피층으로 양분화된 소비자 부문을 어떻게 융합하느냐가 향후 자동차 전동화 전환 속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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