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뉴 그랜저가 공개되었다. 아마도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최초로 공개되는 플레오스 커넥트였을 것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있다. ‘사용자 경험’ 관점에서다.
더 뉴 그랜저는 훨씬 좋은 차가 되었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이전에 아쉬웠던 점을 확실히 개선했다. 승차감도 차분해졌고 무엇보다도 둔중했던 조종 감각이 한결 또렷해졌다. 하지만 그랜저가 스포티하다는 뜻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운전하기가 훨씬 쉬워졌고 그만큼 안락함이 더해졌다고 이해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랜저의 성격과 고객층의 성향을 감안한 해석이다.
바로 여기에서부터 질문이 시작된다. ‘더 뉴 그랜저가 현대차가 SDV로 진입하는 첫 플랫폼의 하나인 플레오스 커넥트를 최초로 선보이는 모델로 적합한가?’가 바로 그 질문이다. 이것은 단지 더 뉴 그랜저가 완전 신모델이 아닌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라는 아쉬움 때문은 절대 아니다.
그보다는 새로운 사용자 환경, 즉 사용자 인터페이스(HMI)를 처음으로 적용하는 모델로서 그랜저의 모델 성격과 고객층이 걸맞은가 하는 것이다. 플레오스 커넥트는 완전히 새로운 소프트웨어 기반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이라는 점과 지금까지 현대차가 사용하면서 완성도를 높여 왔던 메뉴 및 화면 배치를 완전히 새롭게 바꾸었기 때문이다. 또한 스티어링 휠의 다기능 버튼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배치로 바뀌었고, 이전에는 스티어링 휠 오른쪽에 와이퍼 레버와 SBW 변속 레버가 있던 것이 왼쪽의 방향지시등 레버에 와이퍼 조절 기능을 통합시키고 와이퍼의 세부 조절은 메인 디스플레이에서 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자, 시스템도 새롭지만 사용자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그런데 이것이 그랜저의 고객층이 좋아할, 그리고 가치를 부여할 만한 요소인가가 나의 질문이다. 그런데 내 의견은 ‘그렇지 않다’라는 것이다. 그랜저의 고객층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보다는 편안하면서도 고급진 느낌을 추구하는 계층, 즉 관여도가 높지 않은 계층이다. 동시에 현대차의 기함을 선택하는 자부심도 갖고 싶다. 즉,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는 호기심과 의욕보다는 익숙하면서도 대접받는 듯한 분위기를 더 좋아하는 계층이라는 뜻이다.
이런 배경에서 시승회 직후 질의 응답 시간에서 이런 질문을 현대차 측에 했었다.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플레오스 커넥트를 더 뉴 그랜저에 적용할 때 어떤 면을 염두에 두고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설계하셨습니까?’ 사용자 입장에서는, 특히 그랜저 고객층처럼 관여도가 높지 않은 보편적인 사용자들에게는 직관성, 즉 ‘사용하기 편리하다’라는 평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즉,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사용자 경험’이라는 것이다. 물론 플레오스 커넥트는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SDV 전략에서 중요한 한 축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기술적인 내용보다도 그 기술이 나에게 어떤 혜택을 주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즉, 소비자가 효능감을 느낄 수 없다면 아무리 기술적으로 우수하더라도 최소한 상품으로서의 의미를 잃게 된다는 뜻이다.
자, 다시 더 뉴 그랜저와 플레오스 커넥트의 관계로 돌아오자. 만일 그랜저가 얼리 어답터들이 좋아하는 모델이었다면 플레오스 커넥트가 좀 더 파격적이더라도 이전에는 없었던 창조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새로운 기능을 부각시키는 것이 좋은 전략이었을 것이다. 처음 대형 싱글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던 시절의 테슬라 모델 3와 Y처럼 말이다. 물론 이제는 주류 모델이 된 테슬라들이지만 여전히 그 당시에 구축된 혁신 브랜드의 이미지를 핵심 가치로 활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서도 테슬라가 모델 3와 Y를 싱글 디스플레이를 최초로 적용하는 모델로 선택한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두 가지 요소가 결합된 결과다. 첫번째는 모델 3와 Y의 고객층이다. 모델 S와 X가 ‘전기차도 강력하고 럭셔리할 수 있다’라는 당시 친환경에 편중되었던 전기차의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모델 3와 Y가 이것을 좀 더 젊고 신기술에 감수성이 높은 진짜 얼리어답터용 모델이었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두번째 요소는 대형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의 단계적 적용이다. 모델 S와 X도 대형 센터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것은 사실이다. 태블릿과 닮은 세로 디스플레이라는 점에서는 모델 3나 Y보다 오히려 더 진보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상적인 계기 디스플레이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사용자에게 너무 급진적이지 않은 적응의 여지를 충분히 두었다. 모델 S와 X의 고객층이 3나 Y보다 연령층이 높고 상대적으로 전통적 프리미엄 시장 고객의 성향을 더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델 S와 X를 통하여 대형 디스플레이가 혁신성을 인정받고 테슬라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뒤 모델 3와 Y는 계기 디스플레이를 아예 없애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테슬라 고객들은 별도의 디스플레이를 사외품으로 추가하거나 스마트폰 거치대를 적극 활용하는 데에도 큰 불만들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외형상으로는 더 뉴 그랜저의 디스플레이 구성은 모델 S의 친절한 구성에 가깝다. 대형 디스플레이와 더불어 모델 S의 계기반보다는 작지만 계기반 위치의 슬림 디스플레이도 있고, 모델 S에는 없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아쉬움이 있다. 섬세함이 디스플레이의 위치부터 아쉽다. 17인치 대형 디스플레이가 너무 가깝고 다소 낮다. 디스플레이의 상단 높이가 기존 ccNc와 비슷하므로 가로로 긴 12.3인치 ccNc에 비하여 16:9 비율의 더 뉴 그랜저의 플레오스 커넥트 메인 디스플레이는 화면의 중심이 훨씬 낮다. 게다가 메인 디스플레이의 왼쪽은 일종의 계기반 역할을 하므로 오른쪽 3분의 2에만 내비게이션 지도 등이 표시된다. 즉, 운전자는 시선을 오른쪽으로 많이, 그리고 낮게 돌려야 한다는 뜻이다. 큰 화면이 시선을 분산시킨다. 이것은 ccNc를 기반으로 디자인 된 더 뉴 그랜저의 크래시패드와 센터 콘솔의 전후 위치와도 관계가 있다. 대형 디스플레이를 곁눈으로도 쉽게 볼 수 있는 시야각을 얻으려면 디스플레이의 장착 위치가 충분히 뒤로 물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계기반 대신 장착된 슬림 디스플레이의 높이도 약간 애매하다. 푸조 i-콕핏처럼 스티어링 휠 위로 슬림 디스플레이를 보도록 되어 있는데, 더 뉴 그랜저의 더블 D 컷 스티어링 휠은 고급 세단인 만큼 푸조의 그것보다는 확실히 크다. 그래서 스티어링 휠에 슬림 디스플레이 아랫쪽이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디스플레이의 높이는 이전에 정차 상태의 모형을 봤을 때는 깨닫지 못했었던 문제다. 하지만 운전을 하면서는 확실하게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큰 화면이 능사는 아니라는 점이 하나 더 있다. 화면의 가독성이다. 넓은 화면에 많은 정보를 담는다고 해서 정보가 잘 전달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가 한 화면에 담기면 오히려 집중력이 분산되어 가독성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기존 ccNc의 ‘설정’ 메뉴 아래에는 설명을 위한 텍스트가 많다. 세로 높이가 낮은 ccNc의 화면에서는 페이지 스크롤이 불가피하다. 그래도 눈이 커버해야 하는 화각의 높이가 작기 때문에 화면에 담긴 내용 가운데 원하는 것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그런데 ccNc에서는 여러 페이지로 나뉘었던 텍스트 위주의 정보가 플레오스 커넥트의 커다란 화면에 한꺼번에 담긴다면 오히려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이동중인 차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어떤 접근이 필요할까? 가장 쉬운 방법은 소프트웨어 적으로 가독성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는 텍스트의 비중이 다소 높은 플레오스 커넥트의 HMI를 ccNc의 메인 메뉴에서처럼 대형 아이콘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 좋을 것이다. 또한 화면 아래에 크지 않은 아이콘으로 만들어진 메뉴 바의 위치나 크기가 이상적이지 않다. 즉, 주행중에 조작할 가능성이 높은 기능들과 메뉴는 좀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아마도 이 접근법이 보편성이 중요한 더 뉴 그랜저에게 적합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경험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철학을 또렷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물리적으로는 보여졌는데 기술적 완성도와 새로운 철학의 또렷한 제시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자, 물리적으로는 계기반, 즉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해체와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의 확대가 이루어졌다. 이것은 단순한 화면의 구성 변경이 아니다. 아니어야 한다. 왜냐 하면 이것은 자동차의 정의가 달라진다는 것을 전제로 한 변경이기 때문이다. 즉, 앞으로 운전자는 주행중에도 차량의 주행 정보를 확인할 필요성이 줄어든다는 것이며, 자동차는 앞으로 훨씬 더 다양한 활동 및 경험을 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는 의미인 것이다.
그런데 현재 수준의 기술로는 이와 같은 모빌리티 환경의 변화가 완벽하게 구현될 수 없다. 게다가 그랜저는 새로운 변화를 반기는 얼리어답터용 모델도 아니다. 그래서 주행 속도나 엔진 회전수가 계기반이 있던 자리의 슬림 디스플레이에 표시되지 않을 수도 있고, 커다란 화면 구석에 작은 숫자로만 표시되는 것에 당황스러울 수 있는 것이다. 전에는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중앙 디스플레이에서 쉽게 찾을 수 있던 정보들을 어디에서 확인해야 하는지도 당황스러웠다. 나는 시승 도중에 타이어 공기압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런데 어디에서 찾아야 할 지 몰랐다. 그래서 새로운 글레오 AI 음성인식 기능을 확인할 겸 음성으로 물어보았다. 아주 이해하기 쉽게 안내해 주었다.
그런데 사실 이전의 ccNc도 음성 인식 기능으로 타이어 공기압을 안내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었다. 왜냐 하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으니까.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계기반을 통한 시각적 정보 전달이 중심이었다면 계기반을 없애고 음성 인식 기능을 강화한다는 것은 차량과의 대화가 정보 전달의 주요 채널이 된다는 뜻이다. 자율 주행이 발전하면 차량의 주행 정보를 운전자가 확인할 필요도 줄어든다는 뜻 이상의 소통 방법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랜저는 이런 변화를 – 그것도 자율 주행 등 기술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 선도적으로 선보이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고객군을 대상으로 하는 모델이다. 따라서 형태는 새롭더라도 다수의 보편적인 소비자들에게 낯설지 않은 사용자 환경을 제공하도록 인터페이스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최소한의 방향성이 되어야 한다. 물리 버튼을 최대한 확보한 것은 그래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대형 디스플레이의 사용 환경은 좀 더 익숙한 형태를 제공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플레오스 커넥트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더 뉴 그랜저가 상품 가치를 살펴보자. 승차감과 조종 성능도 향상되었고 외관 디자인도 신선해졌다. 개인적으로는 이전에는 표면이 너무 딱딱해서 불편했던 퀼팅 시트 표면이 훨씬 부드러우면서도 시트 내부에서 몸을 받쳐주는 느낌은 보다 안정적으로 바뀐 부분이 좋았다. 자유롭게 햇빛이 투과하는 영역을 선택할 수 있는 스마트 비젼 루프는 글래스 루프의 효용성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 자주 사용할 것 같지는 않지만 의외로 운전에 능숙하지 않은 고객들이 적지 않은 그랜저의 고객층에게는 기억 후진 보조가 구원자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리고 자석으로 스마트 폰을 잡아주는 스마트 폰 무선 충전 패드는 생각보다도 실용적이라는 느낌이었다.
이렇듯 더 뉴 그랜저는 제품으로서는 전반적으로 골고루 향상되었다. 그런데 가격이 400만원 정도 인상되었다. 앞서 말했듯 차량의 완성도가 향상된 것은 분명하지만 플레오스 커넥트가 새롭게 적용된 것 이외에 두드러지는 것은 따로 없다. 위에서 말한 새로운 기능들은 대부분 추가 옵션 사양이다. 요컨대 기본 사양을 강화하여 가성비를 향상시키는 페이스리프트의 공식을 더 뉴 그랜저는 따르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중간 트림인 익스클루시브의 일부 사양이 캘리그래피로 이동되는 경우도 있었다. 즉, 가성비가 향상된 부분은 없다고 봐도 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뉴 그랜저는 첫 날 1만대가 넘는 계약을 기록했다. 그만큼 그랜저는 고객층이 두텁고 그랜저라는 모델 브랜드의 파워가 강력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한 가지 걱정이 있다. 더 뉴 그랜저의 성공이 플레오스 커넥트의 성공이라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걱정이다. 플레오스 커넥트로 시작된 새로운 모빌리티 디바이스, 새로운 공간으로서의 자동차의 진화가 더욱 완벽하게 완성되도록 앞으로 더욱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형 아반떼를 시작으로 조만간 플레오스 커넥트를 탑재한 완전 신모델들이 공개될 예정이다. 이 새로운 모델들은 완전히 새로운 실내 디자인과 사용자 환경으로 플레오스 커넥트의 철학을 더욱 완성도 높게 구현하기를 바란다.
글 / 나윤석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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