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 영국 자동차 제조업자 협회(SMMT)
영국 정부가 자동차 업계와 노동조합의 거센 압박에 밀려 오는 2030년까지 적용할 신차 판매 중 배터리 전기차 의무 비중을 기존 80%에서 50% 수준으로 대폭 완화할 방침이다. 더 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이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와 내연기관 퇴출 속도조절론이 맞물린 가운데 나온 조치로, 유럽 내 전동화 전환 공급망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규제 완화 움직임은 공격적인 전동화 목표를 강행할 경우 영국 내 자동차 산업 일자리가 대거 증발하고,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이 영국 시장에서 투자를 철회할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더타임즈는 분석했다.
현행 영국의 ZEV 의무화 제도는 보리스 존슨 총리 시절인 2020년 처음 도입되어 2024년 본격 발효됐다. 시행 첫해인 2024년 22%로 시작해 2025년 28%, 올해 33%로 의무 비율이 상향되었으며, 당초 계획대로라면 2030년 80%, 2035년 100%까지 확대될 예정이었다.
의무 쿼터를 채우지 못한 제조사에는 차량 1대당 1만 2,000파운드(약 1만 5,000달러)라는 막대한 과징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를 무릅쓰고 무리한 할인 판매를 감행해 왔다. 영국 자동차공업협회(SMMT) 등은 소비자의 실제 수요와 정부의 정책적 야망 사이에 심각한 괴리가 존재한다며 규제 수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다만 이번에 거론된 2030년 50% 안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영국 정부는 향후 몇 주 내로 구체적인 수정안을 도출하기 위한 공식 의견 수렴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며, 최종 합의까지는 수 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50%에서 70% 사이의 절충안이 검토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보도도 있다.
주목할 점은 2030년 순수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조치 자체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만약 2030년 ZEV 의무 비율이 50%로 낮아진다면, 나머지 50%의 시장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나 일반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하이브리드 차량들이 흡수하게 된다.
이는 앞서 유럽연합(EU)이 2035년 내연기관 금지 법안에서 이퓨얼이나 하이브리드 활용 가능성을 열어두며 한발 물러선 것과 궤를 같이하는 행보다. 스타머 정부의 이번 속도 조절은 탄소 중립이라는 거시적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현실적인 제조 공급망과 고용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실용주의적 노선으로의 선회라고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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