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게임은 엔딩과 함께 기억에서 사라지지만, 어떤 게임은 플레이가 끝난 뒤에도 오래 마음에 남는다. WithIN(위딘)은 분명 후자에 가까운 게임이다. 화려한 액션으로 시선을 끌기보다는, 조용히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며 말보다 공간과 감정으로 이야기를 전한다. 꿈속처럼 낯선 세계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그 풍경이 낯설지 않게 느껴질 때가 있다. 마치 그 공간이 누군가의 마음속을 닮아 있기 때문인 것처럼 말이다.
WithIN은 청년의 불안, 고립, 열등감 같은 감정을 ‘빛과 그림자’, ‘도시와 바다’라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풀어낸 3D 어드벤처 게임이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WithIN을 개발 중인 Team. VERI-(팀 베리)를 만나 게임에 담긴 세계관과 감정, 그리고 이들이 왜 ‘청년의 내면’을 게임으로 풀어내고자 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팀의 시작부터, 게임 속 메타포, 그리고 플레이어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까지. 이 인터뷰가 읽는 사람에게도 작은 공감과 여운으로 남기를 바란다.
■ Team. VERI-의 시작, 그리고 마음에 남는 게임을 향한 약속
Q. 먼저 게임사 혹은 팀을 설립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Team.VERI-: 저희는 저와 친한 대학 동기가 “게임으로 졸업 작품을 만들어보자”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출발했습니다. 서로의 취향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기로 의견이 모였고, 그 친구와 제가 둘이서 기획을 구체화한 뒤 팀원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유니콘을 주최한 유니데브를 통해, 서로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팀원을 한 명씩 모았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지금의 팀이 만들어지게 됐습니다.
Q. 팀 이름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Team.VERI-: 저희 팀명은 ‘Team.VERI-’입니다. ‘가장’의 ‘Very’와 ‘다양하다’의 ‘베리언트(Variant)’, 이 두 가지를 합친 이름이에요. 그래서 “다양성 있는 이야기들을 가장 잘 담아내는 팀이 되자”는 의미로 짓게 되었습니다.
Q. 팀에서 추구하는 비전이 무엇인가요?
Team.VERI-: 저희는 이 게임이 내면의 감정을 탐색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 남는 감동을 주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런 게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진심으로 이어진 팀, Team.VERI-의 이야기
Q. 팀원분들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팀원 분들과의 만남의 계기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Team.VERI-: 처음에는 두 명으로 시작했다가, 프로그래머가 필요해 각자 한 명씩 합류하게 되면서 네 명이 되었습니다. 이후 사운드가 필요해져 학교 내 동아리에 있던 사운드 전공 친구가 합류하면서 다섯 명이 되었고, 이후 두 명이 더 합류해 현재는 총 일곱 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새로 합류한 두 명은 들어온 지 얼마되지 않았으며, 한 명은 PM 역할을 맡고 있고 다른 한 명은 스토리 기획을 맡고 있습니다.
팀원들이 모이게 된 계기를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처음에는 두 명이서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전 프로젝트를 함께 했던 프로그래머가 있었는데, 유니데브를 통해 게임 회사 견학을 갔을 때 우연히 그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마침 그 친구가 기존에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해서, “그 프로젝트가 끝나면 이 프로젝트를 같이 해볼 생각 없냐”고 제안했고, 그렇게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또 제 대학 동기가 데려온 프로그래머의 경우에는, 그 친구가 유니데브에서 임원 활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또 다른 임원 한 명을 함께 데려오게 된 경우였습니다. 나머지 팀원들은 이전 프로젝트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현재의 팀 구성이 만들어졌습니다.
Q. 작업을 하실 때 어떤 작업 환경인지, 협업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Team.VERI-: 저희는 금전적인 보상을 전제로 한 작업이 아니다 보니, 순수하게 열정으로 개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가 얼마나 진심으로 참여하고 있는지, 또 서로를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솔직한 감정들이 팀워크의 핵심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Q. 작업 환경은 어떤 구조로 운영되고 있나요?
Team.VERI-: 회의는 대부분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디스코드를 통해 소통하고 있습니다. 회의록이나 기획서 같은 문서 자료들은 노션에 정리해 공유하고 있습니다.
Q. 개발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이나,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Team.VERI-: 저와 대학 동기 한 명이 함께 기획을 맡고 있는데, 둘 다 체계적으로 기획을 배워본 경험이 없어서 서로 의견이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고, 방향성을 잡는 과정이 특히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중 예전에 학교에 강의를 하러 오셨던 강사님을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었고, 직접 멘토링을 요청드렸습니다. 마침 그분이 이직 사이에 쉬고 계신 시기라 멘토링을 흔쾌히 수락해 주셨고, 그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 함께 만들었던 게임이 남긴 흔적
Q. 혹시 이전에 출시하셨던 게임이나, 참여하셨던 프로젝트 경험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Team.VERI-: 네. 현재 팀원들과 함께 진행했던 이전 프로젝트는 없지만, 저희 팀원들 중 네 명이 같은 학교 출신이라 함께 참여했던 프로젝트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학교 마스코트를 중심으로 한 AR 캐주얼 게임을 제작했었는데, 약 열두 명 규모의 팀으로 진행했고, 스토어에 실제로 출시까지 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Q. 그 게임은 어떤 방식의 게임이었는지, 캐릭터의 동작이나 장르를 조금 더 설명 부탁드립니다.
Team.VERI-: 포켓몬고처럼 AR 기반의 게임이었습니다. 학교 안을 돌아다니면서 각 건물마다 다른 전공 캐릭터가 등장하는 구조였어요. 예를 들어 미술대학 건물 근처에 가면 시각디자인과 캐릭터가 나타나는 식으로, 여러 캐릭터를 수집하는 방식의 게임이었습니다.
Q. 그렇다면 이전 경험들이 이번 프로젝트에 어떤 영향을 주었거나, 도움이 된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게 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Team.VERI-: 네. 그 프로젝트에서도 제가 팀장을 맡았었는데, 당시 인원이 열두 명 정도로 규모가 꽤 컸다 보니 팀 미팅 운영 방식이나 회의 진행, 일정 관리 같은 부분에서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팀 운영의 프로세스가 어느 정도 정립되었고, 덕분에 현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팀 운영과 관련된 부분을 훨씬 더 익숙하게 해 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WithIN, 내면을 탐험하는 여정의 시작
Q. 그런 이번 게임의 제목과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Team.VERI-: 현재 저희가 개발 중인 게임의 제목은 WithIN입니다. 한 청년 주인공의 내면에서 시작되는 감정을 탐험하는 스토리 기반 3D 어드벤처 게임이고요. 요즘 20~30대 청년들이 겪을 법한 불안, 열등감, 고립감 같은 감정들을 판타지적인 공간에 투영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고, 조금이나마 치유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이 게임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Team.VERI-: 요즘 ‘쉬었음 청년’이라고 불리는, 일을 하지 않고 휴식 상태에 있는 청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잖아요. 저 역시 같은 세대의 청년이다 보니 그들의 마음 상태를 어느 정도는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현대 청년들이 겪는 불안이나 스트레스는 단순한 감정에 그치지 않고, 정체성 혼란이나 깊은 자기 의심으로 이어져 우울증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다고 느꼈어요. 그런 감정들을 게임이라는 매체를 통해 표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졸업 시기와 맞물리면서 이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게임을 기획을 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핵심 콘셉트나 시스템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Team.VERI-: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시스템은 ‘빛과 그림자’입니다. 빛이 있는 영역은 안전한 공간이고, 그림자처럼 어두운 영역에 들어가면 몬스터가 나타나 주인공을 쫓아옵니다. 플레이어는 빛과 그림자 영역을 적절히 오가며 앞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이 구조에는 메타포가 담겨 있는데, 빛은 의식, 그림자는 무의식을 의미합니다. 플레이어를 쫓아오는 몬스터는 무의식 속에 자리한 불안과 같은 감정을 상징하고요. 그래서 이 게임에서는 몬스터를 직접 공격해 쓰러뜨리기보다는, 주변 환경을 활용해 피하거나 대응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불안을 억지로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마주하고 다루는 과정’이라는 메시지를 담아보고자 했습니다.
Q. 말씀을 들으면서 정말 공감이 많이 됐고, 굉장히 감동적이었어요. 게임 속 요소들은 어떻게 구상하게 되신 건가요?
Team.VERI-: 저희 취향이 많이 반영되었습니다. 게임 내 설정으로 보면, 주인공과 그의 친구는 어릴 때부터 바닷가 시골 마을에서 함께 자라며 바닷가에서 시글라스(Sea Glass)를 줍고 놀던 사이입니다. 시글라스는 원래 날카로운 유리 조각 같은 바다 쓰레기들이 파도에 부딪히며 시간이 지나 둥글고 매끄럽게 변해 아름답게 보이는 조각들이잖아요. 이 설정을 바탕으로 1스테이지의 배경을 도시와 바다가 결합된 공간으로 구성했습니다. 바다는 못생기고 날카로운 유리 조각조차도 시간이 지나면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공간이기 때문에, 저희에게는 고난과 현실의 어려움을 통과하면서 사람이 조금씩 단단해지고 변화해 가는 과정을 상징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취업 준비생이나 현대 청년들에게 도시라는 공간이 하나의 어려움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의미를 담아 도시와 바다가 결합된 세계관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Q. 그렇다면 같은 장르의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이 게임만의 차별점이나 특별한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Team.VERI-: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요즘 한국 사회에는 ‘쉬었음 청년’이나 우울감을 겪는 청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청년들의 깊은 감정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콘텐츠는 아직 많지 않다고 느꼈어요. 드라마나 소설, 웹툰에서는 종종 다뤄지지만, 게임 매체에서는 거의 시도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의 현실을 반영한 청년들의 감정을 게임으로 풀어낸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 점이 이 게임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이 게임에는 개발자분들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감정도 많이 반영되어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반영된 부분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Team.VERI-: 네, 반영되어 있습니다. 함께 기획을 맡고 있는 친구는 실제로 불안이나 우울증을 겪었던 경험이 있고 그로 인해 병원을 다녀본 적도 있습니다. 물론 그 친구의 개인적인 이야기라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청년 시기에 어떤 감정을 겪는지, 불안이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지에 대해 굉장히 잘 알고 있는 친구입니다. 저 역시 우울증을 겪은 정도는 아니었지만, 스무 살이 되던 시기가 코로나 시기였고, 그때 많은 방황과 고민을 했습니다. 그런 경험들이 자연스럽게 게임의 분위기와 이야기, 감정선에 많이 반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게임을 만드실 때 참고하신 레퍼런스나, 영감을 받은 작품들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Team.VERI-: 게임 레퍼런스로는 프로젝트 초기에 저와 공동 기획자가 함께 좋아했던 게임인 저니(Journey)가 출발점이었습니다. 공간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고 연출을 해보자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현재 게임의 장르나 구조는 저니와 많이 달라졌지만, 감정을 공간으로 표현한다는 뿌리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로스트 인 더 레인(Lost in the Rain이라는 게임인데, 투명인간이 된 소년이 비 오는 도시에서 괴물을 피해 도망치는 게임입니다. 비를 맞으면 모습이 드러나고, 그늘에 들어가면 다시 보이지 않게 되는 구조인데, 그런 퍼즐적 시스템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 꿈에서 깨어난 뒤에도 남는 여운
Q. 앞으로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으신지, 혹은 현재 개발 중인 이 게임을 어떻게 어필해 나가실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Team.VERI-: 저희는 내년 3월쯤, 현재 1스테이지인 ‘심해 도시’ 파트를 기준으로 아직 완성되지 않은 후반 콘텐츠를 추가 개발하고, 앞부분은 보완해서 1스테이지를 완전히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후 4월쯤에는 데모 버전을 출시해 보고자 합니다. 사실 지금 제가 말씀드린 기획 의도들이 아직 게임 안에 충분히 담겨 있지는 않다고 느끼고 있어서, 이러한 의도들이 더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이 게임을 기다리고 계신 플레이어분들이 이 게임을 어떻게 기억해 주셨으면 하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Team.VERI-: 저희 게임은 잠에 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앨리스처럼, 환상과 현실이 섞인 세계를 여행한 뒤에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경험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마치 꿈에서 막 깨어난 것처럼, 기묘하지만 여운이 오래 남는 게임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인터뷰를 마치며: 내면을 탐험하는 게임, WithIN이 건네는 조용한 위로
인터뷰를 마친 뒤에도 WithIN의 장면들은 쉽게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빛과 그림자 사이를 조심스럽게 오가던 플레이 감각, 도시와 바다가 겹쳐진 낯선 풍경, 그리고 그 공간에 담긴 감정의 결은 오래도록 잔상처럼 남았다. 이 게임이 특별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단순히 ‘잘 만든 인디게임’이어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실제 감정과 경험이 솔직하게 녹아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불안을 없애려 하기보다, 불안과 함께 걷는 방법을 조심스럽게 건네는 게임. WithIN은 그렇게 조용하지만 단단한 방식으로 플레이어에게 말을 건다. 아마 이 게임을 플레이한 사람들은 엔딩 이후에도 한동안 자신의 마음을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보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이 게임은 이미 충분히 의미 있는 여정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느껴졌다. Team. VERI-가 만들어가고 있는 이 섬세한 세계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기를 바란다. 그리고 WithIN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누군가에게는 용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기고 : 게임 테스트 플랫폼 플리더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