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젠슨황이 다시 한국을 찾았다. 2025년 11월보다 더 떠들썩하게 다양한 행보를 보이며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한층 강화했다. 그는 엔비디아 중심의 생태계 구축을 선언했다. 반도체가 그 중심에 있다. 엔비디아는 시스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강자다. 필요한 것이 있어서 온 것이다. 현대차그룹과 한국의 관련기업들도 필요한 것이 있다. 그 속에서 어떤 입지를 구축하고 나름대로의 강점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할지가 도전 과제다. 현대차그룹의 입장에서는 엔비디아는 물론이고 국내 IT기업과 K 배터리 3사와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제조업 경쟁력이 없는 미국의 엔비디아가 한국을 찾는 배경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이 그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앞으로도 바뀔 수 있다. 산업혁명 시대에서 디지털 혁명시대로의 대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사고 방식도 그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 미국의 오픈 AI는 명칭과는 달리 폐쇄적이지만 중국 딥시크는 오픈 소스다. 중국이 더 민주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변호사의 나라인 미국과 달리 중국은 엔지니어의 나라라는 점도 중요하다. 그렇다고 패권이 중국으로 이동할 것 같지도 않다. 다원화된 독자생존의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고 석학들은 말한다. 과거 미래학자들의 예상과도 다르게 세상은 바뀌고 있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엔비디아 젠슨 황이 7개월 만에 다시 한국에 온 것은 AI와 HBM, 로보틱스 관련 동맹 강화를 위한 행보라고 평가되고 있다. 가장 시급하고 핵심적인 목적은 AI 가속기의 필수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시스템 반도체의 수요가 넘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부터 안정적인 메모리 공급을 받기 위함이다.
젠슨 황은 SK하이닉스와의 차세대 HBM4 공동 개발 및 다년간의 기술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더불어 엔비디아의 생태계 구축을 선언한 것이 가장 주목을 끄는 내용이었다.
그가 이번 방문 기간 중 메모리 반도체 3사로부터 차세대 HBM4의 기술 인증 획득 사실을 발표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글로벌 AI 칩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반도체 밸류체인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피지컬 AI와 로봇 모빌리티 분야에서 세계적인 제조 기반을 가진 한국 대기업들과의 협력을 구체화한 것은 일단은 윈윈 전략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LG 및 두산과의 로봇 및 제조 인프라 연대를 통해서는 공장 디지털 트윈 구축, 로봇 제어 시스템 도입 등 전방위적인 피지컬 AI 협력 방안을 도출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기가와트급 AI 팩토리 구축 및 국가 AI 인프라 선점과도 맞물려 있다. 엔비디아는 단순한 반도체 설계 회사를 넘어 전 세계에 AI 팩토리를 공급하는 플랫폼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그 중심 거점을 한국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네이버와도 기가와트급 초대형 데이터센터 및 AI 인프라 구축 협력을 논의했다. 통신 네트워크를 국가 AI 인프라로 진화시키기 위한 AI 기반 무선 접근망 기술 공동 개발을 전개하는 한편, AI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수적인 대규모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산 등의 에너지 솔루션 파트너십까지 이루어냈다.
젠슨 황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만나 보스턴 다이내믹스 중심의 로보틱스 협력은 물론,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가속 컴퓨팅 생태계와 현대차의 차세대 SDV 아키텍처 융합을 논의했다. 특히 정의선 회장이 제안한 새만금 AI 밸리 인프라 구축 참여에 대해 긍정적인 화답을 한 것도 중요한 내용이다.
젠슨 황은 지금은 한국의 시간이며, 향후 5년간 수천억 달러의 재원이 한국 AI 생태계로 유입될 것이라고 했다. 결국 이번 방한은 한국을 단순한 반도체 부품 공급처로 보는 것을 넘어선다는 얘기이다. 엔비디아가 설계하는 글로벌 AI 인프라와 로보틱스 생태계를 현실에 구현할 가장 강력한 공동 설계자이자 제조 파트너로 삼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평가된다. 다시 말해 엔비디아와 현대차그룹은 각자의 생태계를 바탕으로 협력을 찾고 있는 것이다. 변혁의 시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대차그룹은 위와 같은 새로운 생태계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생태계의 주도권을 누가 장악하느냐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지만 지금은 변혁의 시대다. 과거와 같은 논리로 해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미래의 기술이 어디로 향하느냐와 경쟁력있는 산업을 개발하고 강화해야 한다. 한국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IT와 AI는 물론 제조업 분야까지 모두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그 속에서 현대차그룹은 어떤 전략을 펼쳐 나갈 것인가를 확인하고 실행해야 한다.
현대차그룹도 이미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리더로 전환한다는 차세대 미래차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모빌리티 프로바이더라는 용어를 제시한 것이 2018년이다. 이제야 그 방향성이 확립되어가고 있다. 한국의 탄탄한 IT 인프라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기반은 자율주행 및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 시대에 거대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배경이다. 하드웨어 양산 역량에서 이미 경쟁력을 인정받은 현대자동차그룹은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인공지능과 디지털 플랫폼으로 전환됨에 따라 투 트랙 전략을 통해 기술 내재화와 상용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그룹 소프트웨어 혁신의 중심에는 그룹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인 포티투닷(42dot)과 첨단 차량 플랫폼 개발을 총괄하는 AVP 본부가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해 스마트폰처럼 수시로 기능을 업데이트할 수 있는 SDV 운영체제를 자체 개발하고 있다. 최근 개최된 기술 포럼에서 박민우 AVP 본부장은 차세대 모빌리티의 성패가 연구 성과에 머무는 것이 아닌, 실제 시장에서의 안전하고 신속한 실행력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고 전환은 공장 시스템까지 확장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하드웨어 중심의 조립 공장을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 시스템으로 빠르게 재편 중이다. 이를 통해 구현된 생산 환경은 인공지능과 데이터 허브를 기반으로 24시간 중단 없이 유연하고 지능적으로 작동한다. 이는 다양한 맞춤형 고성능 SDV를 가동률 저하 없이 즉각 생산할 수 있는 첨단 제조 역량을 제공한다.
자율주행의 뇌에 해당하는 초고속 연산 칩과 AI 인프라 영역에서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이 중심에 있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자율주행 컴퓨팅 표준 플랫폼인 엔비디아 드라이브 하이페리온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현대차그룹은 도로 위를 달리는 수백만 대의 차량이 실시간으로 교통 데이터를 수집하면, 이를 클라우드로 보내 대규모 AI 모델을 재 학습시키고, 고도화된 주행 로직을 무선 업데이트로 다시 차량에 배포하는 거대한 데이터 피드백 루프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출고 당시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행 안정성과 주차 보조 기능이 스스로 진화하는 스마트카를 의미한다. 현재 양사는 고도화된 레벨 2+ 수준의 운전자 보조 시스템 양산차 적용을 넘어, 완전 자율주행인 레벨 4 영역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다. 자주 하는 이야기이지만 완전 자율주행은 그 상용화보다는 이슈를 통한 다양한 산업 영역 확대가 현재로써는 중심이다.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기술력은 미국 내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통해 구체화되는 중이다. 웨이모에 공급하는 아이오닉 5를 기반으로 제작된 레벨 4 수준의 로보택시는 고성능 라이다, 레이더, 카메라 센서를 현대차의 양산 조립 라인에서부터 유기적으로 통합 장착해 높은 조립 품질과 안전성을 확보했다.
모셔널은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비롯한 주요 대도시에서 우버 등 대형 라이드헤일링 플랫폼과 연계해 자체적인 시범 운행 및 상업용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복잡한 도심 교차로나 돌발적인 도로 건설 현장 등 자율주행의 마지막 1%에 해당하는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원격 관제 및 AI 시뮬레이션 기술을 대거 투입하고 있다. 상용 로보택시 비즈니스의 안착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를 위해서는 전기차 및 배터리 기술의 발전이 필요하다. 현대차그룹은 K배터리 3사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시장에 따라 중국의 배터리도 활용하고 있다. 보조금과 거대한 내수 시장을 무기로 전동화 생태계를 빠르게 선점한 중국에 맞서, 독자적인 기술 노선과 철저한 공급망 관리를 통해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를 구축하고 있다.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에서 현대차그룹의 현재 경쟁력과 중국과의 차별화 가능성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분석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초고속 충전 기술을 강점으로 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업계 최초로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을 양산 차량에 기본 적용했다. 18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기술력은 충전 인프라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중국 자동차회사들도 지금은 800V 시스템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자동차 배터리 전력을 외부로 자유롭게 끌어다 쓰는 V2L 기술과 고도화된 에너지 관리 시스템도 현대차의 경쟁력이다. 이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움직이는 에너지 저장장치(ESS)로서의 가치를 부여하며 북미와 유럽 소비자들에게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더불어 배터리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자체 설계 및 R&D 내재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산 배터리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기술 주도권을 직접 쥐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은 총 1조 2,000억 원을 투입해 축구장 28개 크기에 달하는 그룹 최초의 종합 배터리 R&D 거점을 안성에 구축 중이다. 셀 설계부터 공정 공학, 통합 제어 시스템까지 배터리 밸류체인 전반을 내재화하여, 향후 자체 배터리 양산까지 염두에 둔 핵심 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중국 BYD 등이 주도하는 가격 중심의 LFP 배터리 공세에 맞서, 현대차는 자체 설계한 하이브리드용 배터리를 양산차에 적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배터리 전기차용 LFP 배터리 국산화 및 최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시에 K 배터리 3사 협력을 통해 고성능 NCM 배터리 기반의 프리미엄 라인업을 강화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한다.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과 빠른 소프트웨어 적용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면, 현대차그룹은 품질 신뢰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 공급망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한편, 중국의 CATL이나 BYD 등은 2027년 전고체 배터리 탑재 차량 출시를 공언하며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기술적 불확실성과 높은 초기 비용을 고려해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통한 시험 생산 및 기술 검증을 철저히 거친 후, 상품성과 안전성이 완벽히 확보되는 2030년 이후 본격 상용화한다는 접근법을 택했다. 이는 화재 안전성과 장기 내구성을 중시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
여기에 언급된 것만 해도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 업체 단독으로는 불가능한 것도 적지 않다. 미국은 업체들이 미래를 개척하고 있고 중국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이 아무리 강점이 많다고 해도 업체 단독으로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국내 기업들은 물론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의미가 크다.
현 시점에서는 글로벌 시장이 보호무역주의로 재편되면서 중국 기업들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나 유럽의 추가 관세 장벽에 직면해 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미국(HMGMA)을 비롯해 유럽, 인도, 인도네시아 등 세계 전역에 완성차 및 배터리 합작 법인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지정학적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안전한 공급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글로벌 B2B 시장과 보수적인 서구권 소비자들을 공략할 때 중국계 기업과 차별화되는 요소다.
한국 자동차 산업과 현대차그룹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강력한 하드웨어 생산 기반이다. 그것이 소프트웨어 역량 발전의 기본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소프트웨어는 강하지만 양산 및 품질 관리 능력이 떨어진다. 유럽 자동차업체들은 고도화된 컴퓨팅 아키텍처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균형 잡힌 밸류체인을 가지고 있다.
공격적으로 치고 나가는 중국의 전동화 및 소프트웨어 연합군 및 테슬라와의 글로벌 주도권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플랫폼 종속성을 경계해야 한다. 엔비디아 등 글로벌 테크 기업의 AI 칩과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되, 핵심 구동 알고리즘과 독자적인 차량 제어 OS의 내재화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미래의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의 패권을 결정할 핵심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중심에 자동차라는 플랫폼이 있다. 산업혁명 시대의 자동차와 디지털 혁명 시대의 자동차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미래를 개척하고 있다. 그래서 자동차가 아니라 모빌리티라고 표현한다. 협력관계이자 외부의 파괴적 경쟁자 엔비디아는 물론 테슬라와도 경쟁해야 한다. 가장 크고 강력한 경쟁 상대는 중국 업체들이다. 이들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은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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