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급증하는 전기차 폐기물 부담을 덜고 핵심 광물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완성차 제조사들의 중고 배터리 수거를 법적으로 강제하는 법안 검토에 착수했다. 니케이에이시아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환경성과 경제산업성은 최근 공동 실무 그룹을 조직하고 사용 후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프레임워크 수립 일정을 담은 정책 보고서를 제안했다. 양 부처는 올여름 구체적인 법 개정 논의를 위한 전문가 실무 회의를 전격 소집할 예정이다.
현재 일본의 자동차 재활용 시스템은 폐차업체가 수명이 다한 차량에서 배터리를 분리하면, 재판매가 불가능한 물량에 한해 일본 내 제조사 14개사 및 폭스바겐, BYD 등 해외 브랜드 18개사가 참여하는 자발적 프로그램인 일본 자동차 재활용 파트너십을 통해 수거·처리하는 구조다. 이 자발적 협약을 통해 지난 2024 회계연도 기준 약 1만 3,000개의 배터리가 회수됐다고 니케이 아시아는 보도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전기차 교체 주기가 도래하면서 이 같은 민간 자발적 수거 모델은 물리적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환경성은 현지 전기차 폐배터리 발생량은 2026 회계연도에 약 5만 개로 늘어난 뒤, 2030 회계연도 13만 개, 2040 회계연도에는 약 40만 개로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처럼 기하급수적으로 쏟아지는 폐기물을 제도권 안에서 강제 수거하지 않을 경우, 일선 폐차 공장의 적체 부담이 가중될 뿐만 아니라 불법 투기로 이어져 심각한 환경 오염과 화재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가 지닌 고유의 발화 위험성은 안전한 수거 체계 법제화의 시급성을 더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법적 강제화 카드를 꺼내 든 더 결정적인 이유는 핵심 자원의 내재화, 즉 도시광산 확보에 있다고 니케이는 분석했다. 중고 전기차 배터리에는 리튬, 코발트, 니켈 등 일본이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핵심 희소금속이 다량 포함되어 있다. 이를 체계적으로 회수해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안착시키는 것은 공급망 다변화와 국가 경제 안보를 실현하는 핵심 열쇠로 꼽힌다. 현재 배터리는 일본 경제안전보장진흥법상 특정 중요 물품으로 지정되어 있으나, 초기 회수 및 가공 비용이 너무 높아 민간 차원의 자원 순환 진전이 가로막혀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를 자동차 재활용법상 규제 지정 품목으로 명시해 제조업체의 수거를 법적 의무로 규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제도 도입 시 초기 공정 시스템 구축에 따른 비용 상승으로 향후 소비자 부담이 일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양 부처는 폐배터리를 산업용으로 전량 분쇄하기에 앞서, 배터리의 잔존 수명과 건강 상태를 정확히 평가해 가정용 및 산업용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사용할 수 있는 인증 인프라 구축도 병행할 방침이다.
이 같은 일본의 움직임은 글로벌 자원 순환 규제 장벽이 높아지는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앞서 유럽연합은 지난 2023년 의무적 재활용 비율을 명시한 새로운 배터리 규정을 전격 도입했다. 중국 역시 배터리의 제조부터 폐기·재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을 추적하는 국가 차원의 이력 관리 시스템을 가동하는 동시에 배터리 분쇄물 등 재활용 중간재의 수입 제한을 완화하며 원원자재 확보 전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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