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에서 마음에 드는 스티어링 휠을 찾기 어려워진 시대다. 과거에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둥근 형태의 조향 장치가 최근 비정형 구조로 변하면서 운전자들은 차량에 탑승할 때마다 조작계 위치를 직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혼란을 겪고 있다. 자동차 기술 발전과 디자인 차별화 과정에서 정작 가장 중요한 기본 제어 표면의 유용성이 훼손되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역사적 실패와 부활한 비정형 디자인
운전대 모양을 비틀려는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1973년 출시된 오스틴 알레그로는 이른바 '쿼틱(Quartic)'으로 불린 사각형에 가까운 스티어링 휠을 선보였다가 시장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후 파워 스티어링이 대중화되면서 업계는 적절한 림 두께와 아담한 크기, 스포티한 깊이를 갖춘 직관적인 원형 조향 장치를 완성해 나갔다.
에어백 도입 초기에는 중앙 부위가 거대해지는 부작용도 있었으나, 제조사들은 기술 압축을 통해 곧 정상적인 비율을 찾아갔다. 최근에는 다기능 버튼 장착으로 스포크가 넓어지면서 손으로 쥘 수 있는 림 면적이 줄어드는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

도로 위에서 마주하는 인체공학적 모순
경주용 차량이나 포뮬러카의 경우 좁은 조종석 공간 확보와 고정된 손 위치, 매우 직관적인 조향 기어비 덕분에 하단이 평평하거나 각진 형태가 필수적이다. 반면 일반 도로용 차량은 다르다. 스티어링 휠을 끝에서 끝까지 돌리는 회전 수가 최소 두 바퀴에 달하는 도로 환경에서 원형이 아닌 조향 장치는 조작 편의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운전 중 운전대를 눈으로 확인해야 하거나 손 조작 범위를 가늠해야 하는 구조는 운전자의 인지 부하를 높인다. 어두운 방에서 전등 스위치를 더듬어 찾는 듯한 불필요한 집중력을 요구하는 셈이다. 다행히 최근 페라리 루체의 원형 복귀나, 아우디가 현재 100여 개에 달하는 운전대 디자인을 2030년까지 5개의 완전한 원형 디자인으로 압축하겠다고 밝힌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스티어링 바이 와이어와 과도한 제어 장치의 등장
렉서스 RZ에 적용된 스티어링 바이 와이어 시스템은 요크(Yoke) 형태의 조향 장치를 동반했다. 테슬라 역시 한동안 이와 유사한 형태를 공급했으며, 푸조 역시 사각형에 가까운 운전대를 준비 중이다. 이러한 시도는 조향각을 180도 이내로 제한해 손을 떼지 않고 운전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그러나 서킷 주행과 장시간 고속도로 주행은 엄연히 다르다. 직선 도로를 순항할 때 운전자는 조향 장치의 다양한 부위를 자연스럽게 잡으며 근육의 긴장을 풀고자 하지만, 요크나 각진 형태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소비자가 요구하지 않은 영역에서 굳이 변화를 시도한 결과물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바퀴를 사각형으로 만들 수 없듯, 조향 장치 역시 원형을 유지하는 것이 자동차의 본질에 부합한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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