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이 전기차에 이어 또 하나의 거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현대차그룹)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에 이어 또 하나의 거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뛰어드는 가운데 전통적인 자동차 부품업체들 역시 미래 성장동력으로 로봇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그동안 자동차 부품업계의 최대 화두는 전동화였다. 엔진과 변속기 중심의 공급망이 전기모터와 배터리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수많은 부품업체들이 사업 구조 전환에 나섰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업계가 주목하는 분야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자동차 부품 산업이 수십 년 동안 축적한 모터와 감속기, 센서, 전력제어 기술이 휴머노이드 로봇 핵심 부품과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주요 부품업체들은 이미 관련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독일 부품업체 셰플러는 휴머노이드 로봇용 액추에이터와 정밀 구동 부품 공급 사업을 본격화했고, 2030년까지 수억 유로 규모의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현대차그룹)
최근에는 영국 로봇 기업 휴머노이드(Humanoid)가 셰플러 공장에 오는 2032년까지 최대 2000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하는 계획도 발표됐다. 양사는 로봇용 액추에이터 공급 계약까지 체결하며 사실상 자동차 공급망과 로봇 공급망의 융합을 시작했다.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 BYD 등 완성차 업체들도 휴머노이드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BMW는 피규어 AI(Figure AI)와 협력해 생산 공정에 로봇을 시험 운영 중이며, 메르세데스 벤츠는 앱트로닉(Apptronik)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장에 도입하고 있다. BYD는 생산 현장뿐 아니라 향후 자동차 전시장에도 휴머노이드 로봇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들은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향후 수십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 기관은 2034년 시장 규모가 165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자동차 산업이 초기 최대 수요처가 될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자동차 제조업은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에 가장 적합한 분야로 꼽힌다. 반복 작업이 많고 생산 환경이 비교적 통제돼 있어 물류창고나 가정용 서비스 로봇보다 적용 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들은 자동차 공장이 휴머노이드 로봇의 첫 대규모 상용화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 BYD 등 완성차 업체들도 휴머노이드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BMW)
중국의 움직임은 더욱 공격적이다. 중국 업체들은 현재 글로벌 휴머노이드 출하량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정부 지원과 대규모 생산 능력을 기반으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결국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휴머노이드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명확하다.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와 수익성 악화 속에서 새로운 수요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거 엔진에서 전기모터로 사업 축을 옮겼던 것처럼 이제는 자동차에서 로봇으로 기술 적용 범위를 확장하는 셈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향후 10년 동안 자동차 산업과 휴머노이드 산업의 경계가 점차 희미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터와 배터리, 전력제어, 인공지능, 센서 기술이 공통 기반이 되는 만큼 미래의 자동차 부품업체는 자동차뿐 아니라 로봇 부품 공급업체로도 변신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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