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이면 반복되던 ‘복날엔 삼계탕’이라는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고물가 부담에 떠밀려 마지못해 저렴한 대안을 찾던 과거와 달리, 최근 간편식(HMR)의 맛과 품질이 전문점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소비자가 먼저 집에서 즐기는 이색 보양식을 선택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간편식 시장의 성장세와 맞물려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는 국내 판매액 기준 2020년 3조 6,525억 원에서 2024년 6조 3,425억 원으로 4년 만에 73.6% 증가했다. 업계가 올해 시장 규모를 이미 7조 원대로 추산할 만큼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보양식 간편식의 범위도 기존 삼계탕 중심에서 흑염소탕, 추어탕, 장어 등 차별화된 원물을 활용한 제품군으로 확대되고 있다.
외식 물가 상승세가 장기화되면서 ‘복날 탈삼계탕’ 흐름은 더욱 빨라지는 모습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 기준 서울 지역 삼계탕 1인분 평균 가격은 1만 8,150원으로, 유명 전문점에서는 이미 한 그릇당 2만 원 선을 넘어섰다. 4인 가족이 복날 한 끼 외식에 10만 원 안팎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 사이에서는 같은 비용으로 가성비와 색다른 재미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실속형 홈보양’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식품업계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차별화된 보양식 간편식 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종합식품기업 이지큐는 장어를 상온 보관이 가능한 캔 제품으로 구현한 ‘이나카안 블랙 캔 히츠마부시’를 출시했다. 일본 후쿠오카의 100년 전통 장어 전문점 ‘이나카안’과 기술 협업을 통해 민물장어의 식감과 풍미를 살린 점이 특징이다. 장어를 집에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캔 형태로 구현해 보관 편의성과 활용도를 높였다.
사진:이지큐
동원F&B는 자연방목 흑염소를 활용한 ‘양반 보양 흑염소탕’과 진한 사골육수에 소힘줄을 담은 ‘양반 우족 도가니탕’을 선보였다. 엄선한 재료를 가마솥 방식으로 8시간 이상 우려내 깊은 풍미를 구현했으며, 850g 대용량 파우치 형태로 구성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사진:동원F&B
대상 청정원의 간편식 브랜드 호밍스는 여름철 보양식 메뉴인 ‘남도식 추어탕’을 출시했다. 국내산 미꾸라지를 통째로 삶은 뒤 뼈를 걸러내는 전통 방식을 적용했으며, 국산 시래기를 더해 남도식 특유의 진하고 걸쭉한 맛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사진:대상 청정원 호밍스
업계에서는 올해 복날 소비의 핵심 키워드로 ‘실속’과 ‘다양성’을 꼽고 있다. 복날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 삼계탕 외식 가격이 한 그릇에 2만 원 안팎까지 오르면서 기존 삼계탕에 편중됐던 여름철 보양 소비가 다각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불필요한 외식 지출을 줄이면서도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가성비 대체재를 적극 찾고 있는 만큼, 올해 복날 판도는 실속과 차별성을 갖춘 이색 보양식 HMR이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문 기자/jun@newsta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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