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차량 전기·전자 아키텍처와 소프트웨어 구조가 고도화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기아가 디지털 기반의 혁신 R&D 기술을 통해 완성차 품질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연구개발 거점인 남양기술연구소는 시공간적 제약을 뛰어넘는 가상 검증 기술과 데이터 관리 체계를 도입해 신차 개발 기간 단축과 품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실 도로 1mm 단위 재현한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남양기술연구소가 도입한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는 실제 도로와 차량을 가상 환경에 정밀하게 구현한 버추얼 차량 검증의 핵심 도구다. 6자유도(6DOF) 모션 시스템을 기반으로 차량의 가·감속, 코너링 시 쏠림, 노면에서 전달되는 최대 40Hz의 미세 진동까지 정밀하게 재현한다. 270도 곡면 스크린과 4K 해상도 프로젝터 9개를 통해 실제 차량과 동일한 시각 정보를 제공하며, 카본 소재 콕핏 내부에는 스티어링 휠과 페달 등 실제 양산 부품을 그대로 적용해 현실감을 높였다.
특히 남양연구소 주행시험장을 1mm 단위로 정밀 스캔한 초고용량 노면 데이터를 지연 없이 구현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지형 서버(Terrain Server) 방식을 도입했다. 주행 위치 주변 데이터만 실시간으로 송수신하는 이 방식을 활용해 날씨나 시공간 제약 없이 현대 N, 제네시스 마그마 등 고성능 차량과 레이스카 개발 검증을 진행 중이다.
데이터 기반 치수 관리와 3D 프린팅 제조 혁신
디지털 측정 센터(DMC)는 차량의 외관 품질, NVH, 수밀, 기능 및 조립성 등 4대 항목을 데이터로 관리하며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3차원 측정장비 CMM을 통해 차량 한 대당 1,000개에 이르는 포인트를 측정하고, 로봇 암에 장착된 광학식 3D 스캐너와 자율주행 운반 로봇(AMR)으로 무빙 부품을 자동 계측한다. 축적된 데이터는 가상 조립 상태를 찾는 'DATA-FIT'과 개선 방향을 도출하는 'DATA-AUDIT'에 활용되어 양산 공장으로 이관된다.
적층 제조 솔루션 센터(AMSC)는 설계 데이터만으로 금형 없이 부품을 만드는 3D 프린팅 기술 연구 거점이다. 액상 레진을 자외선으로 경화시키는 폴리머 광중합 기술을 통해 현대차 포니의 사이드 실 등 헤리티지 차량 부품을 원형 그대로 복원했으며, 용접 아크로 금속 와이어를 녹여 쌓는 WAAM 설비를 통해 모터 하우징 등 대형 일체형 금속 부품을 빠르게 제작한다. 아울러 금속 분말 용융 설비와 폴리머 분말소결 설비를 가동해 모터스포츠용 경량 부품 및 단종 모델의 A/S 부품 공급 체계를 뒷받침하고 있다.
노바 랩, 와이어카 기반 차세대 제어기 사전 검증
차세대 개방형 제어기 검증실인 노바 랩(NOVA Lab)은 시험차 제작 전 단계에서 차량의 전기·전자 시스템 오류를 걸러내는 역할을 맡았다. 가상 구조 테스트 벤치 위에 300~500개의 제어기와 전장 부품, 와이어링을 연결한 와이어카(Wire-car)를 가동해 회로, 통신, 기능, 진단 등 네 가지 항목을 자동 검증 시나리오에 따라 평가한다.
실차 수준의 주행 환경을 모사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차량 구동 부하 장치와 이동식 다이나모미터를 결합했으며, ADAS 시뮬레이터와 레이더 신호 생성기(RTS)를 연동해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차로 유지 보조(LFA) 등 첨단 주행 보조 기능까지 통합 검증한다. 노바 랩은 존(Zone) 제어 중심의 컴퓨터 기반 전기·전자 구조, 48V 전원 체계, 고속 이더넷 통신이 도입되는 차세대 SDV 검증 역량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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