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구매한 게임을 계속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스탑 킬링 게임즈’ 운동이 미국과 유럽에서 잇따라 제도화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추진된 ‘게임보호법’, AB 1921은 주 하원을 통과하며 한때 입법 가능성을 높였지만, 현지 시간 6월 29일 상원 비즈니스·전문직·경제개발위원회에서 좌절됐다.
위원회 통과를 위해서는 전체 11명 중 과반에 해당하는 6표가 필요했으나, 찬성표가 부족해 법안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했다. 표결 결과는 찬성 4표, 반대 3표, 기권 4표였다. 재심의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이번 회기 안에 법안이 성립될 가능성은 사실상 낮아진 상황이다.
AB 1921은 온라인 연결이 필요한 디지털 게임의 서비스 종료를 둘러싼 소비자 보호를 핵심으로 한다. 대상은 2028년 1월 1일 이후 출시되거나 재출시되는 유료 디지털 게임 중, 통상적인 플레이에 사업자 서버나 운영 서비스가 필요한 작품이다. 무료 배포 게임, 구독 기간 동안 접근권만 제공되는 게임, 애초에 오프라인으로 영구 플레이 가능한 게임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법안은 사업자가 해당 게임의 서비스를 종료하려면 최소 60일 전에 이용자에게 이를 고지하도록 했다. 또한 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구매자가 게임을 계속 즐길 수 있도록 대체 버전이나 패치, 개인 서버 및 커뮤니티 서버 운영에 필요한 문서 등을 제공하도록 요구했다. 만약 이러한 방식으로 게임을 유지할 수 없다면 이용자에게 전액 환불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법안이 상원 위원회에서 멈춘 배경에는 게임업계의 반발이 있었다. 미국 게임산업 단체인 ESA는 AB 1921이 온라인 게임 운영 구조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본다고 주장했다. 구작의 영구적인 보존이나 서비스 종료 이후의 별도 플레이 환경 제공이 의무화되면,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온라인 게임 출시 자체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새로운 온라인 게임 개발이 위축될 수 있다는 논리다. 또한 지식재산권, 보안, 이용자 안전, 운영 비용, 서버 기술 문서 공개에 따른 위험 등도 반대 근거로 제시됐다.
특히 이번 결정은 유럽연합의 판단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앞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스탑 킬링 게임즈’ 측 시민 발의에 대해, 퍼블리셔에게 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게임을 플레이 가능한 상태로 유지하도록 강제하는 입법은 비례적이지 않다는 결론을 냈다. 해당 운동은 129만 건 이상의 유효 서명을 확보하며 공식 검토 절차에 들어갔지만, 집행위원회는 강제 법안 추진 대신 2026년 말까지 게임업계 및 소비자 단체와 협의해 서비스 종료 과정에 대한 업계 행동 강령을 마련하겠다는 방향을 택했다.
유럽연합이 강제 입법에 선을 그은 이유도 캘리포니아 법안 반대 논리와 상당 부분 겹친다. 집행위원회는 게임 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플레이 가능성을 보장하려면 지식재산권 문제, 기밀 사업 정보 보호, 서버 유지 및 운영 비용, 보안과 안전 책임 등 복잡한 문제가 뒤따른다고 봤다. 온라인 게임의 구조가 작품마다 크게 다르고, 일부 게임은 서버와 실시간 운영을 전제로 설계되는 만큼, 일괄적인 보존 의무를 부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한편, ‘스탑 킬링 게임즈’ 운동은 유비소프트의 레이싱 게임 ‘더 크루’ 서비스 종료 이후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해당 게임은 혼자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갖췄음에도 상시 온라인 연결이 필수였기 때문에, 공식 서버가 내려가면서 구매자들이 더 이상 게임을 실행할 수 없게 됐다. 이를 계기로 이용자들은 ‘구매한 게임이 서비스 종료와 함께 사라지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문제를 제기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