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 및 유럽 일부 지역에서 폭스바겐 차량 엠블럼 및 레이더 모듈 도난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폭스바겐)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폭스바겐 차량 전면 엠블럼 뒤에 숨겨진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용 레이더가 절도범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문제는 해당 부품이 차량별 별도 코딩과 보정 작업이 필요한 탓에 사실상 재사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영국을 중심으로 관련 피해가 수년째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부 외신에 따르면 최근 영국 런던 브릭스턴 지역에 거주하는 폭스바겐 파사트 2.0 TDI 차주는 자택 앞에 주차해 둔 차량의 전면 VW 엠블럼과 레이더 모듈을 도난당했다. 차량을 확인한 차주는 "하루 전까지 있던 엠블럼이 다음 날 사라졌다"라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 같은 범죄는 영국 및 유럽에서 꾸준하게 증가하는 범죄 사례다. 특히 영국에서는 지난 2016년부터 7세대 골프를 비롯해 전면 엠블럼 뒤에 레이더를 배치한 폭스바겐 차량들이 지속적으로 표적이 되고 있다. 2024년에는 런던 일부 지역에서 50건이 넘는 피해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문제는 해당 차량의 레이더가 제거되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보조, 속도 제한 기능 등 주요 ADAS 기능이 모두 작동하지 않으며, 계기판에는 경고 메시지가 표시되며 차량의 첨단 안전 기능 상당수가 무력화된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지난 2016년부터 7세대 골프를 비롯해 전면 엠블럼 뒤에 레이더를 배치한 폭스바겐 차량들이 지속적으로 해당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유튜브 캡처)
이로 인한 수리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해당 파사트 차주는 새로운 엠블럼과 레이더 모듈 교체 비용으로 약 2000파운드(약 400만 원)를 안내받았다. 이후 폭스바겐 영국법인의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부담액은 539파운드(약 100만 원) 수준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비용이다.
여기서 아이러니한 부분은 절도범들이 훔친 레이더가 사실상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폭스바겐의 레이더 모듈은 차량별로 전자 코딩과 정밀 보정 과정을 거쳐야 정상 작동한다. 단순히 다른 차량에 장착한다고 사용할 수 없으며, 공식 서비스 절차를 거쳐야만 기능이 활성화된다.
전직 폭스바겐 정비사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레이더는 특정 차량에 맞춰 설정되기 때문에 제거된 부품을 그대로 다른 차량에 장착해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피해 차주들은 오히려 폭스바겐이 이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 점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한 차주는 "이 레이더가 사실상 일회용 부품이라는 사실을 회사가 적극적으로 알렸다면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절도범들이 재판매 가치가 거의 없다는 점을 알게 되면 범행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폭스바겐 측은 "도난된 레이더의 재사용이 어렵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강조할 경우 오히려 범죄를 부추길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유럽 뿐 아니라 미국 등에서도 폭스바겐 뿐 아니라 현대차와 혼다, 마쓰다, 메르세데스 벤츠 등 전면 엠블럼 뒤에 레이더를 배치한 차량들을 노린 절도가 늘고 있다(폭스바겐)
한편 이 같은 레이더 절도 범죄는 폭스바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미국 뉴욕시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현대차와 혼다, 마쓰다, 메르세데스 벤츠 등 전면 엠블럼 뒤에 레이더를 배치한 차량들을 노린 절도가 늘어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일부 애프터마켓 업체들은 레이더를 물리적으로 보호하는 잠금 커버와 보안 장치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또한 영국에서는 폭스바겐이 도난 방지 대책을 강화하고 피해자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온라인 청원 운동도 진행 중이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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