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라면 DLC라는 개념이 이제는 꽤 익숙합니다. DLC는 Downloadable Content의 약자로, 말 그대로 ‘다운로드 가능한 콘텐츠’를 뜻합니다. 단어 자체의 의미는 넓지만, 게임업계에서는 보통 게임 본편에 추가로 내려받을 수 있는 유료·무료 확장 콘텐츠를 가리킬 때 쓰입니다. 스킨, 의상, 무기, 추가 스토리, 신규 지역, 보너스 퀘스트, 확장팩에 가까운 대형 콘텐츠까지 형태도 다양하죠.
이제는 게임을 즐기다 보면 다음 DLC는 언제 나오나 기다리는 경우도 많고, 디럭스 에디션처럼 본편 출시 전부터 추가 콘텐츠 판매 계획이 함께 공개되는 일도 흔해졌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득 궁금해지는 지점이 있습니다. 게임 DLC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됐고, 어떻게 지금처럼 자연스러운 수익 모델이 됐을까요?
먼저 ‘온라인 통신을 통해 게임 콘텐츠를 추가로 받는다’는 기술적 원형만 놓고 보면, 1990년 세가의 메가 모뎀과 ‘게임도서관(ゲーム図書館)’을 빼놓기 어렵습니다. 메가 모뎀은 메가 드라이브에 연결해 전화회선으로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만든 주변기기였고, 게임도서관은 이용자가 전용 카트리지를 통해 소형 게임을 내려받아 즐길 수 있게 한 서비스였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봐도 전화회선을 통해 콘텐츠를 내려받는다는 발상 자체가 상당히 앞서간 시도였죠.
하지만 오늘날의 유료 DLC, 특히 본편과 별도로 판매되는 소규모 추가 콘텐츠 모델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콘솔 시장에 디지털 상점과 온라인 결제 환경이 결합되면서부터였습니다. 이 흐름이 콘솔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확산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2005년 엑스박스 360 출시와 함께 열린 엑스박스 라이브 마켓플레이스가 있었습니다.
엑스박스 라이브 마켓플레이스는 게임, 체험판, 추가 콘텐츠, 게이머 사진, 대시보드 테마 등을 내려받거나 구매할 수 있는 디지털 유통 플랫폼이었습니다. 이전에도 PC 온라인 배포나 일부 콘솔 온라인 서비스는 있었지만, 콘솔 이용자가 기기 안에서 손쉽게 소규모 디지털 콘텐츠를 사고 내려받을 수 있는 환경이 본격적으로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습니다.
그리고 이 환경을 상징하는 대표 사례가 바로 ‘엘더스크롤 IV: 오블리비언’의 말 갑옷입니다. 오늘날 유료 DLC의 출발점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상징과도 같은 콘텐츠죠.
2006년 4월 3일, 베데스다는 ‘오블리비언’의 첫 공식 플러그인인 ‘말 갑옷 팩’을 출시했습니다. 가격은 엑스박스 360 기준 200 마이크로소프트 포인트, 약 2.5달러였고, PC판은 1.99달러였습니다. 내용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게임 속 말에게 엘븐 또는 스틸풍 갑옷을 입힐 수 있게 하는 콘텐츠였습니다. 거대한 신규 지역이 열리는 것도 아니고, 긴 스토리 퀘스트가 추가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말 그대로 말에게 갑옷을 입히는 DLC였습니다.
반응은 거셌습니다. 당시에는 패키지 게임을 사면 주요 콘텐츠가 모두 들어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큰 기능적 이점이 없는 외형 아이템을 2.5달러에 판매한다는 것은 많은 이용자에게 낯설고 불편한 시도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말 갑옷을 돈 받고 판다고?”라는 조롱도 이어졌죠.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말 갑옷이 조롱만 받고 끝난 콘텐츠는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2009년 베데스다가 공개한 오블리비언 DLC 판매 순위에서 말 갑옷은 9위에 올랐습니다. 심지어 출시 초기에 무료로 배포됐던 ‘파이터스 스트롱홀드’보다 더 많이 다운로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용자들은 이 DLC를 비판했지만, 실제로는 적지 않은 수가 구매한 것이죠. 게임업계 입장에서는 작은 외형 아이템에도 가격을 붙이면 팔릴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사례가 된 셈입니다.
이후 DLC는 빠르게 게임 산업의 주요 수익 모델로 자리 잡았습니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본편 출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매출을 만들 수 있고, 이미 완성된 게임을 바탕으로 이용자의 관심을 더 오래 붙잡아 둘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과거에도 확장팩이라는 방식은 있었지만, 별도 CD나 패키지로 제작·유통해야 했던 만큼 비용과 시간이 적지 않게 들었습니다. 반면 DLC는 디지털 유통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짧은 기획과 작은 규모의 콘텐츠로도 판매가 가능했습니다. 인터넷이 보급화되면서 다운로드를 통한 콘텐츠 구매가 점점 더 친숙해지기도 했고요.
이용자 역시 마음에 드는 게임을 더 오래 즐길 수 있고, 좋아하는 캐릭터나 세계관에 추가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DLC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본편에 있어야 할 콘텐츠를 일부러 잘라낸 것 아니냐는 의심, 완성도가 부족한 게임을 DLC로 보완하려 한다는 비판 등 논란도 꾸준히 있었지만, 그럼에도 잘 만든 DLC는 본편의 수명을 늘리고, 이용자에게 새로운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금은 대형 확장팩부터 한정 스킨, 추가 스토리, 컬래버레이션 아이템까지 DLC가 게임 산업 전반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데요. 그런 거대한 흐름의 상징적인 출발점 중 하나가 말에게 갑옷을 입히는 콘텐츠였다는 점은 상당히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