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공학과 마이클 드 볼더 교수 연구팀이 리튬 이온 배터리에 일정한 물리적 압력을 가할 경우 배터리 수명을 최대 두 배까지 연장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에 발표했다. 화학 조성이나 전해질 물질을 전혀 바꾸지 않고 기계적 공학 접근법만으로 배터리 열화를 획기적으로 줄인 성과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충전과 방전을 반복할 때마다 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가며 부피가 팽창하고 수축하는 과정을 거친다. 연구팀은 배터리가 받는 이러한 기계적 스트레스에 주목해, 파우치 셀에 공기 주머니를 장착하고 배터리 수축·팽창에 맞춰 정밀하게 압력을 제어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배터리 수명을 극대화하는 최적의 압력 구간은 약 12.5바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단추형 배터리에 가해지는 표준 압력의 약 4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 골디락스 압력 범위를 유지했을 때 산업용으로 널리 쓰이는 흑연 및 NMC 배터리 셀의 열화가 대폭 억제되며 기대 수명이 두 배로 늘어났다.
반면 최적 압력 범위를 벗어나면 배터리 노화가 오히려 가속화됐다. 가해지는 압력이 너무 높으면 음극 표면에 리튬 금속이 쌓이는 리튬 플레이팅' 현상이 발생해 화재 위험이 커졌다. 반대로 압력이 너무 낮으면 양극 구조가 미세하게 갈라지는 양극 균열이 생겨 용량이 급격히 저하됐다. 즉 적절히 세게 눌러주어야 입자 간 접촉을 유지하고 이온 저항을 낮춰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번 연구는 아직 실험실 규모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실제 전기차에 탑재되는 대형 배터리 팩 내부에서 주행 중 진동을 견디며 일정한 압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상용화 설계 기술이 추가로 요구된다. 현재 대학의 혁신 부문인 케임브리지 엔터프라이즈가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으며, 유럽연구위원회와 패러데이 연구소 등이 후속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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