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전기 SUV 시장에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9'이 구축해 온 독주 체제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현대차, 테슬라)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국내 대형 전기 SUV 시장에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9'이 구축해 온 독주 체제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테슬라가 최근 6인승 구조를 적용한 '모델 Y L'을 투입하며 패밀리 전기 SUV 수요층 공략에 본격 나섰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테슬라가 노리는 시장이 기아 'EV9'보다 오히려 아이오닉 9과 더 가깝다는 부분이다. EV9은 정통 대형 SUV 이미지와 오프로드 감성을 강조하는 반면, 아이오닉 9은 패밀리카와 프리미엄 전기 SUV 성격이 강하다. 모델 Y L 역시 6인승 구성과 넓어진 실내 공간을 앞세워 가족 단위 소비자를 겨냥한다는 점에서 아이오닉 9과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두 차량 모두 3열 좌석을 갖춘 전기 SUV지만 개발 철학은 상당히 다르다. 아이오닉 9이 대형 SUV의 공간 가치와 이동 편의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모델 Y L은 상대적으로 작은 차체를 활용해 효율성과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테슬라 모델 Y L의 장점은 뛰어난 공간 효율성과 전비 경쟁력이다(현대차, 테슬라)
모델 Y L이 가장 먼저 내세우는 무기는 뛰어난 공간 효율성과 전비 경쟁력이다. 기존 모델 Y보다 휠베이스를 늘리고 2+2+2 구조의 독립식 시트를 적용하면서도 차체 크기를 과도하게 키우지 않았다. 전장과 전폭만 놓고 보면 아이오닉 9보다 작지만 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패키징 기술을 활용해 실내 공간을 최대한 확보했다.
특히 테슬라는 전기차 효율성 분야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공기저항계수(Cd) 0.216 수준의 우수한 공력 성능과 자체 개발한 전력 관리 소프트웨어는 동일한 배터리 용량에서도 더 긴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데 기여한다. 전기차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행거리와 전비 측면에서 강점을 갖는 이유다.
모델 Y L의 또 다른 매력은 소프트웨어 경쟁력이다. 자동차 산업이 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시대로 전환되는 가운데 테슬라는 여전히 가장 앞서 있는 브랜드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모델 Y L의 또 다른 매력은 소프트웨어 경쟁력이다(현대차, 테슬라)
OTA 무선 업데이트를 통한 기능 개선은 물론이고 차량 운영체제와 모바일 앱 연동성, 사용자 인터페이스 완성도는 경쟁 브랜드들이 벤치마킹하는 수준이다. 차량 구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기능이 추가되고 성능이 향상되는 경험은 기존 자동차 브랜드가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경쟁력이다.
여기에 FSD(완전자율주행) 기반 운전자 보조 시스템도 테슬라만의 차별화 요소다. 아직 완전자율주행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미래 기술에 대한 기대감을 함께 구매하는 셈이다.
이와 비교되는 아이오닉 9은 애초부터 대형 전기 SUV 시장을 목표로 개발된 플래그십 모델이라는 점에서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전장 5060mm, 휠베이스 3130mm에 이르는 차체는 모델 Y L보다 한 체급 위에 위치한다.
특히 실내 공간은 아이오닉 9이 가장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경쟁력으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설계된 평평한 바닥 구조와 여유로운 실내 설계는 2열과 3열 모두에서 넉넉한 거주성을 제공한다. 성인 승객이 실제로 활용 가능한 3열 공간은 패밀리카 구매자들에게 중요한 요소다.
아이오닉 9은 애초부터 대형 전기 SUV 시장을 목표로 개발된 플래그십 모델이라는 점에서 모델 Y L과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현대차, 테슬라)
실제로 모델 Y L이 공간 활용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아이오닉 9은 공간 자체의 절대적인 크기를 제공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가족 구성원이 많거나 장거리 여행 비중이 높은 소비자라면 아이오닉 9의 가치가 더욱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충전 성능 역시 아이오닉 9의 대표적인 장점으로 현대차그룹 E-GMP 플랫폼의 핵심인 800V 전기 아키텍처는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도 가장 경쟁력 있는 충전 기술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350kW급 초급속 충전기를 활용하면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약 20분대 충전이 가능하다. 장거리 이동 시 충전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 사용 만족도와 직결되는 부분이다.
반면 모델 Y L은 여전히 400V 기반 시스템을 사용한다. 테슬라 슈퍼차저 네트워크라는 강력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지만 차량 자체의 충전 기술만 놓고 보면 아이오닉 9이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가 많다.
정숙성과 승차감 역시 아이오닉 9이 우위를 점하는 영역으로 꼽힌다. 플래그십 SUV를 지향하는 만큼 고급 소재와 방음 설계, 릴렉션 시트, 넓은 실내 공간을 바탕으로 장거리 이동 편의성을 강조했다.
정숙성과 승차감 역시 아이오닉 9이 모델 Y L에 비해 우위를 점하는 영역으로 꼽힌다(현대차, 테슬라)
반면 모델 Y는 효율성과 주행 성능에 초점을 맞춘 성격이 강하다. 최근 서스펜션 세팅 개선을 통해 승차감이 크게 향상됐지만 여전히 스포티한 주행 감각이 중심이다.
결국 두 차량의 승부는 소비자의 우선순위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높다. 소프트웨어와 OTA, FSD, 높은 전비와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모델 Y L이 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넓은 실내 공간과 장거리 이동 편의성, 초급속 충전 성능, 프리미엄 SUV 수준의 승차감을 원한다면 아이오닉 9이 강한 경쟁력을 보여준다.
현재까지는 두 모델이 완전히 같은 시장을 공략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모델 Y L은 국내 시장에서 아이오닉 9이 사실상 독점해 왔던 대형 패밀리 전기 SUV 수요 일부를 흡수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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