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라이프스타일그룹 세정그룹이 오랜 패션 비즈니스 노하우에 최신 AI 기술을 결합하며 패션업계의 AX, 인공지능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급변하는 기술 트렌드와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현업 주도의 디지털 혁신 체계를 고도화하고, 상품 기획부터 생산, 물량 운영까지 연결되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구조 구축에 나섰다.
세정그룹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선포한 ‘100년 기업을 향한 비전’의 4대 전략 중 하나로 ‘AI 및 디지털 신기술 선제 도입’을 제시한 바 있다. 이후 사내 AI 인재 양성과 업무 전 영역의 AI 내재화를 추진하며 디지털 전환을 지속해왔다. 특히 박순호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2026년은 AI 혁신과 핵심 역량 강화로 성장을 가속화하는 해”라고 밝히고, AI 활용을 통한 일하는 방식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품 사진 분석해 색상·소재·패턴 데이터화
이 같은 전략의 결과로 세정그룹은 자체 개발한 ‘AI 기반 상품 의사결정 시스템’을 실무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 시스템은 총 3단계로 개발되고 있으며, 올해 7월 1단계인 ‘상품 속성 자동 추출’ 기능이 상품 기획 업무에 먼저 적용됐다. 오는 10월에는 2단계 ‘유사상품 자동화’ 기능을 현업에 도입할 예정이다.
1단계 상품 속성 자동 추출 기능은 상품 사진을 분석해 색상, 소재, 패턴 등 다양한 상품 속성을 표준화된 데이터로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패션 상품 기획 과정에서는 제품별 속성을 정리하고 분류하는 반복 업무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세정그룹은 이 과정을 AI로 자동화해 업무 부담을 줄이고, 동시에 향후 상품 분석과 기획에 활용할 수 있는 신뢰도 높은 상품 데이터를 자산화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AI 기반 상품 의사결정 시스템’ 상품 속성 추출 예시
기존에는 담당자의 경험과 수작업에 의존해 상품 정보를 정리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AI 기반 시스템 도입 이후에는 상품 사진에서 추출한 속성 정보를 표준화해 축적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업무 효율 개선을 넘어, 브랜드와 시즌별 상품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비교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과거 유사상품 판매 데이터까지 자동 탐색
세정그룹이 오는 10월 도입할 2단계 유사상품 자동화 기능은 상품 속성 데이터와 이미지 유사도 분석 기술을 결합한 방식이다. 신규 상품과 과거 상품 간 유사성을 자동으로 탐색하고, 해당 상품의 판매 실적과 구매 데이터를 함께 추출한다.
이 기능이 적용되면 상품 기획자는 과거 유사상품의 판매 흐름을 참고해 신규 상품의 기획 방향과 물량 운영 전략을 보다 정교하게 세울 수 있다. 그동안 축적된 현장 경험에 기반한 판단을 데이터 기반 체계로 전환함으로써 상품 기획의 정확도를 높이고 시장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것이 세정그룹의 계획이다.
‘AI 기반 상품 의사결정 시스템’ 유사상품 추출 예시
패션업계에서 상품 기획은 트렌드 변화, 계절성, 소비자 반응, 브랜드 정체성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영역이다. 특히 유사한 디자인이나 소재, 색상 조합의 상품이 과거에 어떤 판매 성과를 냈는지 빠르게 파악하는 것은 신상품 기획의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세정그룹의 유사상품 자동화 기능은 이러한 업무를 AI가 지원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 상품기획 프로세스의 실질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개발자가 아닌 현업 실무자가 만든 AI 시스템
이번 시스템은 IT 전공자나 전문 개발자가 아닌 사내 실무자가 업무 과정에서 느낀 문제점을 바탕으로 자체 개발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외부 솔루션을 단순 도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 업무 흐름과 현업의 요구를 반영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구현했다.
세정그룹은 이를 통해 외부 솔루션 도입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뿐 아니라, 현장 업무에 밀착한 맞춤형 솔루션을 확보하게 됐다. AI를 추상적인 기술 도입이 아니라 실무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도구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AX 추진의 실질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특히 패션 기업의 상품기획 업무는 브랜드별 특성과 시즌 전략, 고객층, 판매 채널 등 내부 맥락을 세밀하게 반영해야 한다. 범용 솔루션만으로는 현장의 세부 업무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세정그룹은 내부 실무자가 직접 문제를 정의하고 시스템 개발에 참여함으로써 업무 적합도를 높이고, 실무자가 체감할 수 있는 효율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판매량 예측 모델까지 구축…재고 최소화·매출 극대화 목표
세정그룹은 현재 3단계인 ‘판매량 예측’ 모델을 구축하고 있으며, 올해까지 최종 시스템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스템이 완성되면 기존 수작업 중심의 업무를 자동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품 기획부터 생산, 물량 운영까지 전 과정을 연결하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게 된다.
판매량 예측 모델은 상품 속성 데이터, 유사상품 분석 결과, 판매 실적과 구매 데이터를 토대로 향후 상품 수요를 예측하는 방향으로 구축되고 있다. 이를 통해 판매율이 높은 상품을 기획하고, 적절한 시점에 적정 수량을 출고해 재고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매출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세정그룹은 기대하고 있다.
패션 산업에서 재고 관리는 수익성과 직결되는 핵심 과제다. 트렌드 변화 속도가 빠르고 시즌성이 강한 만큼, 수요 예측의 정확도가 낮으면 과잉 재고나 판매 기회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세정그룹이 AI 기반 판매량 예측 모델 구축에 나선 것은 상품 기획의 정교화와 함께 생산·물량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사 AI 내재화로 일하는 방식 혁신 추진
세정그룹은 AI 기반 상품 의사결정 시스템 구축과 함께 전사적인 AI 내재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실무 문제 해결을 위한 사내 교육 프로그램 ‘AI 마에스트로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사내 학습 커뮤니티 ‘AI 프론티어’를 통해 임직원의 AI 활용 역량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업무 과정에서 AI 활용 사례를 발굴해 시상하는 ‘AI 공모전’도 진행하고 있다. 웰메이드를 비롯한 각 브랜드별 ‘AI 공유회’도 정례화해 AI 활용 경험과 업무 개선 사례를 조직 내에 확산시키고 있다. 이는 일부 부서나 특정 프로젝트에 국한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임직원 개개인의 업무 방식 전반에 AI를 접목하려는 전략이다.
세정그룹 관계자는 “이번 시스템 구축은 세정의 오랜 패션 비즈니스 노하우에 최신 AI 기술을 결합한 결과물로, 디지털 전환을 넘어 AI를 실무 문제 해결에 도입해 AX 추진을 본격화했다”며 “앞으로도 신기술과 시장 트렌드 변화에 유연하고 빠르게 대응하며 기업 경쟁력을 강화해 100년 기업을 향한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세정그룹은 이번 AI 기반 상품 의사결정 시스템을 통해 패션 상품기획 업무의 효율성과 정확도를 높이는 한편, 전사 차원의 AI 활용 문화를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50년간 축적한 패션 비즈니스 경험과 데이터, 현업 중심의 AI 개발 역량을 결합해 100년 기업을 향한 성장 기반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준문 기자/jun@newsta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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