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교섭에서 '완전월급제' 도입 여부를 두고 장기적인 논의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사측은 "도입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즉각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노사 간의 임금체계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월급제를 시행 중이라고 밝힌 현대차에서 왜 다시 '완전' 월급제라는 단어가 등장했는지, 핵심 쟁점과 배경을 짚어봤다.
사측의 설명대로 현대차 기술직(생산직)은 이미 지난 2012년, 기존의 시급제에서 월급제로 전환됐다. 하지만 현재의 월급제는 완전히 고정된 급여를 받는 사무직의 월급제와는 결이 다르다.
기본급은 월급 형태로 고정되어 있지만, 실제 노동자가 가져가는 총상여와 수당은 여전히 '일한 시간(특근, 잔업 등)'에 연동되는 구조다.
● 현재의 구조: 생산량이나 근무 일수(특근 여부)에 따라 매달 급여 봉투의 두께가 달라짐.
● 노조가 요구하는 '완전월급제': 특근이나 잔업을 얼마나 했느냐에 상관없이, 매달 일정한 수준의 높은 고정급(기본급화)을 보장해달라는 요구.
즉, 노조는 노동시간이나 생산량 변화에 구애받지 않고 고용과 소득의 '완전한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노조가 이 시점에 완전월급제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가장 큰 근거는 전기차(EV) 시대로의 전환이다.
전기차 전환과 일거리 변화
내연기관차는 약 3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지만, 전기차는 배터리와 모터 중심으로 구성되어 부품 수가 1만 9천 개 수준으로 급감한다. 이는 생산라인에 필요한 노동력과 조립 시간의 감축을 의미한다.
부품 수가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잔업과 특근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재 임금 구조에서는 특근이 줄어들면 기술직 직원들의 실질 소득이 타격을 입게 된다. 결국 노조 입장에서는 "미래에 일거리가 줄어들더라도 지금의 임금 수준을 고정적으로 보장받겠다"는 방어기제로서 '완전월급제'를 꺼내 든 것이다.
사측이 공동 연구 TFT 신설에는 합의하면서도, "완전월급제 도입을 전제로 하거나 확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운 입장문을 낸 이유는 '생산성 저하'와 '비용 부담' 때문이다.
● 생산성 하락 우려: 일한 시간이나 생산량에 상관없이 똑같은 월급을 받게 되면, 노동자들의 연장근무나 특근에 대한 유인이 사라져 공장 가동률과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 고정비 부담 가중: 수당으로 유연하게 조절하던 영역이 고정 급여(기본급)로 묶이게 되면, 경기 침체나 자동차 수요 감소 시 사측이 짊어져야 할 고정비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결국 이번에 발표된 현대차의 입장문은 노조의 강한 요구에 밀려 논의의 문(TFT)은 열었지만, '더 일하지 않아도 고임금을 보장하는 방식'의 무조건적인 수용은 불가능하다는 사측의 배수의 진이다.
현대차 노사가 합의한 명칭이 '완전월급제 TFT'가 아니라 '미래지향적 선진 임금체계 개선 방안 노사공동 TFT'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사측은 향후 협상에서 완전월급제를 검토하는 조건으로 '글로벌 표준에 맞는 유연한 근무제 도입'이나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 개편' 등을 카드 맞교환 형태로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고용 안정과 소득 보존을 원하는 노조와, 유연성과 생산성을 지키려는 사측의 줄다리기는 '25년 단체교섭 신설 TFT를 통해 가장 뜨거운 화두가 될 전망이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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