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및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의 규제 강화를 둘러싸고 각국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는 가운데, 정작 모빌리티 업계 전문가들은 시스템 자체의 기술적 결함보다 '운전자의 시스템 오용과 오해'를 도로 안전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미디어 그룹 에코노미스트 산하의 비즈니스 연구 기관인 '에코노미스트 엔터프라이즈(Economist Enterprise)'가 글로벌 브레이크 제조사 브렘보(Brembo)의 후원을 받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이번 조사는 한국,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세계 10대 주요 자동차 생산국의 정책·인프라·제조·기술 분야 교통 전문 전문가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고도화된 기술과 인간의 접점, 그 틈새에서 발생하는 안전 공백
설문에 응한 교통 전문가의 30%는 도로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치명적인 요인으로 '운전 지원 시스템에 대한 인간의 오해 및 잘못된 사용(오용)'을 꼽았다. 이어 차량과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 측면에서 제기된 안전 리스크를 묻는 질문에는 24%의 전문가가 '날로 늘어나는 차내 디지털 기능으로 인한 운전자의 주의 산만'을 언급했다. 즉, 안전을 돕기 위해 설계된 기술들이 오히려 운전자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고 안일한 운전을 유도하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사를 주도한 프라티마 싱(Pratima Singh) 에코노미스트 엔터프라이즈 연구 총괄은 "진짜 위험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자체의 고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기계, 그리고 갈수록 똑똑해지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만나는 '인터페이스(접점)'에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번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의 무려 3분의 2(약 67%)는 완성차 제조사들의 마케팅과 광고가 시스템의 성능을 과장해 소비자들에게 비현실적인 기대를 심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치 손을 완전히 놓고 딴짓을 해도 완벽하게 달릴 수 있는 것처럼 포장된 광고들이 운전자들의 착각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국내 도로 뒤흔드는 'FSD 맹신'… 유튜브 속 위험천만한 '핸즈프리' 인증
이러한 경고는 국내 도로 환경에서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최근 국내 테슬라 소유주들 사이에서 주행 보조 시스템의 최고 단계인 FSD(Full Self-Driving) 기능을 맹신하는 경향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이름 자체가 '완전자율주행'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운 탓에,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에는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완전히 손을 뗀 채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딴짓을 하는 일명 '핸즈프리' 주행 인증 영상이 버젓이 유행하고 있다. 기술적 과신에 빠진 일부 운전자들이 차량의 경고음을 무력화하는 불법 장치(헬퍼 등)까지 동원해가며 주행 안전의 최종 책임을 기계에 떠넘기는 위험천만한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명확히 선 그어줘야"
결국 핵심은 제조업체들이 소비자들에게 기술의 한계를 투명하게 설명하고 교육하는 데 있다. 조사에 자금을 지원한 브렘보의 R&D 책임자 이그나시오 알바레스(Ignacio Alvarez)는 "운전자 보조 기술이 정확히 무엇을 해결할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는 작동할 수 없는지 그 한계선을 명확히 그어주어야 한다"며, "최종 소비자가 시스템의 한계를 완벽히 인지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과 직관적인 제안이 차량 출고 단계부터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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