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항공기구(ICAO)의 다자간 탄소 상쇄 감축제도인 코르시아(CORSIA)를 둘러싸고 유럽연합의 고민과 셈법이 깊어지고 있다고 유럽환경단체 T&E의 윌리넘 토츠가 분석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기후 정책 후퇴 기조 속에서도 코르시아가 별다른 견제를 받지 않는 배경에는, 이 제도가 항공 업계나 미국 등 주요국에 실질적인 감축 부담을 부여하지 않는 실효성 부족에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어서라고 보았다.
유럽은 지난 2012년 유럽행 국제 항공편 전체에 배출권거래제(EU ETS)를 적용하려다 미국·중국·러시아 등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한발 물러섰다. 이후 국제 사회의 대안으로 등장한 코르시아는 항공사의 탄소 상쇄 배출권 구매를 허용해 탄소 중립 성장의 명분을 제공했으나, 정작 실질적인 감축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국제 정치 및 에너지 지형이 재편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윌리엄 토츠는 보았다. 유럽연합은 자국을 출발하는 모든 장거리 국제선으로 탄소 가격제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평가했다. 유럽연합 기후 정책 당국은 코르시아의 기후 기여도를 재평가하고 있으며, 상쇄 제도의 한계가 명확할 경우 자국 중심의 강도 높은 탄소 가격제를 다시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항공 업계와 미 워싱턴 정가는 '지역적 규제 이중화'를 이유로 CORSIA 유지를 요구하는 로비를 펼치고 있으나, EU 내부에서는 장거리 항공편에 대한 탄소 배출권 부여 시 연간 약 70억 유로(약 10조 원) 이상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제트 유가 상승과 화석 연료 의존성 문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유럽연합이 국제선 항공기에 대한 배출권 면죄부 제도를 종식하고 강도 높은 탄소 규제를 실행에 옮길지 전 세게 항공 및 환경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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