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3개월 전의 이야기이지만, 지난 4월 20일은 우리나라의 ‘장애인의 날’이었고, 정부와 자치단체 별로 기념식이나 행사도 있었습니다. 이와 아울러 누구나 생활 속에서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환경의 구축이라는 관점의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혹은 무 장벽 디자인(barrier free design)으로 접근하는 것이 최근의 경향이기도 합니다.
이 분야에서 우리보다 조금 앞선 사례는 미국으로, 1988년에 법을 제정하고 1990년부터 시행한 미국장애인법(Americans with Di9sabilities Act)이 있습니다. 그리고 2026년 7월 26일은 그 법안 시행 36년 째를 맞는 날이어서, 미국의 웹 사이트 등에서는 그에 관한 캠페인도 볼 수 있기도 합니다만, 미국도 사실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나라는 1998년 1월 1일 부로 장애인, 노인, 임산부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시설에 관한 기준은 1998년 4월 11일부터 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전에는 장애인 시설 법규는 장애인복지법, 건축법, 주택건설촉진법 등에 따라 별개로 만들어져 있었고, 장애인, 아동, 노인 등 대상에 따른 장애인복지법과 아동복지법 등의 개별 법령이 있었고, 편의시설도 건축물, 공원 등 시설의 종류에 따라 개별 법령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교통시설도 자동차, 철도, 항공기 등 종류에 따라 개별 법령이 별도로 있었습니다. 하지만 1998년 이후부터는 통합적으로 운영되면서 공공시설 장애인을 위한 주차공간과 휠체어가 이동 가능한 경사로(ramp) 등이 만들어졌고, 지금도 그러한 시설물의 보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시설물은 어느 특정한 계층을 위한 것이라고 하기보다는 누구나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의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이라는 개념이라고 할 것입니다.
즉 자동차를 비롯한 모든 종류의 대중 교통은 이동수단으로서 하드웨어이기도 하지만, 종합적인 경험과 서비스로 구성돼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서 모빌리티 자체에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의 개념이 적용될 요구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여러 형태로 개발된 유형의 유니버설 디자인이 모두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접근에서 흔히 범하는 오류가 ‘약점을 가진 사람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handicapped)’으로 이해해서 그들을 특별하게 배려하고 다루어야 한다는 시각을 보여주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그에 관한 사례로 종종 거론되는 것이 과거에 등장한 바 있는 커다란 다이얼 버튼을 가진 전화기였습니다. 이 전화기는 약한 시력을 가진 사용자를 위한 디자인 콘셉트로 개발됐지만, 정작 그 전화기를 써야 할 정도의 시력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절망감으로, 오히려 그 제품의 사용을 꺼렸습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해 줍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 약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다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동등한 사용자라는 개념으로 보아야 하고, 동시에 심리적으로 만족하며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오늘날의 스마트폰은 고정된 물리적 버튼 대신 디지털 기술에 의한 디스플레이를 통해 문자의 크기, 폰트 등을 사용자가 자신의 요구나 기호에 맞게 선택 가능한 가능성의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활용하는 개념이 필요할 것입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으로써 모빌리티는 반드시 탑승의 형태만을 의미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 가장 앞선 기술의 4족 보행 로봇으로 알려진 현대자동차의 보스톤 다이내믹스의 로봇 ‘스팟’ 역시 새로운 개념의 모빌리티입니다.
이러한 로봇은 예를 들어 맹인 안내견을 대체하는 등의 보조적 기능의 모빌리티로 발전시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로봇의 기능을 직접적인 탑승이나 견인 도구의 개념으로 활용하는 것과 아울러, 웨어러블(wearable), 즉 몸에 입는 구조로 작업자의 작업 피로 경감이나 부상 방지를 위한 도구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사회 각 분야가 다양화, 다원화되고 있으며, 쾌적한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 또한 증가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기능의 제품으로 일상생활에서의 육체적 ‘스트레스’는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의학의 발달로 평균수명도 연장되고 있으므로, 보다 넓은 연령층의 사용자를 고려한 디자인의 개념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이미 살펴보았듯이 장애인이나 장애인과 노약자만이 아니라, 비장애인까지 모두 포함하는 사실상 모든 사람들이 편리하고 안전하며, 심리적, 신체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과 제품을 위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모든 분야의 디자인에서 근본적인 목표나 원칙이 여기에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유니버설 디자인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원리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편리하고 효율적이며, 사용의 스트레스가 적은 디자인
○ 사용자를 차별하지 않아 모든 사람이 사용 가능한 디자인
○ 개개인의 기호와 능력에 맞게 조절되는 유연성 있는 디자인
○ 사용자의 개인 능력차이에 상관없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
○ 상황이나 개인의 인지능력에 상관없이 정보를 명확히 전달하는 디자인
○ 위험을 최소화하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도 부작용을 가져오지 않는 디자인
○ 사용자의 신체 조건에 상관없이 접근, 조작, 사용 가능한 적절한 크기의 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의 개념은 그것이 ‘만능의 디자인’ 이기 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의 요구를 얼마나 유연성 있게 만족시킬 수 있는 가의 문제일 것입니다.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무장벽(無障壁; barrier free)디자인에서 출발한 유니버설 디자인은, 앞으로는 장애인이나 노인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넘어서서 모든 사람들의 다양한 특성과 전체 생애주기(生涯週期, lifecycle)를 수용하는 토털 라이프 디자인(Total Life Design)의 개념으로 발전돼야 할 것입니다.
또 다른 관점으로 유니버설 디자인은 규격화 된 대량생산체제에 의한 대량소비의 산업사회의 획일성을 탈피한 ‘사용자 지향 디자인' 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우리의 생활 영역에서 사용자의 연령과 능력, 개별적 특성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편리하고 유연한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다양화된 문화가 공존하는 오늘날의 자동차, 나아가 모빌리티 기능에서 디지털 기술의 결합에 의한 발전이 이루어지는 동시에, 제품의 사용에 ‘어려움’이 없는 높은 사용성과 심미성이 동반되는 결과로 나타날 걸로 보입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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