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완성차 제조사들이 자국 시장에 엄청난 수의 신차와 상품성 개선 모델을 쏟아내며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의 주도권 경쟁을 한층 가속화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이 현지 자동차 플랫폼 동차디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상반기 동안 중국 시장에 출시되거나 부분 변경을 거친 차량은 약 650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말과 공휴일을 포함해 매일 평균 4대꼴로 새로운 선택지가 시장에 공급된 셈이다.
이 같은 전례 없는 속도전은 업계 선두 기업조차 감당하기 벅찬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비야디(BYD)의 허즈치 수석 부사장은 개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러한 현상을 완전히 미친 고래로 표현하며, 현재 중국 내수 시장은 단순한 경쟁을 넘어 잔혹한 생존 게임이 벌어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수년에 걸쳐 신차를 개발하던 관행과 달리, 신차 효과가 채 석 달을 가기 전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다른 모델로 옮겨가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다.
미 신차 출시 규모 압도하는 파격적 물량
650개라는 수치에는 부분 변경과 트림 추가 등 마이너 업데이트가 대거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중국자동차기술연구센터(CATARC)의 국가 차량 데이터베이스 등록 현황을 보면,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순수 신차만 떼어놓고 봐도 매달 약 30대씩 꾸준히 출고되고 있다. 다른 선진 시장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뚜렷해진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발표된 신차가 매우 적었던 점을 고려할 때, 중국이 단 한 달 동안 선보이는 순수 신차의 양이 미국의 연간 신차 출시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제조사들이 이처럼 한계에 도전하듯 주기를 당기는 배경에는 시장 점유율 확보를 향한 절박함이 자리 잡고 있다. 내수 판매 성장세가 다소 둔화하고 치열한 가격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라이벌 기업보다 조금이라도 고도화된 사양을 빠르게 선보여 소비자의 이목을 끄는 것 외에는 뚜렷한 돌파구가 없기 때문이다.
인공지능과 배터리 기술이 견인한 속도전
차량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일등 공신은 단연 인공지능 기술이다. 내외관 디자인 구상부터 차량 내 커넥티드 소프트웨어 개발 단계까지 인공지능이 광범위하게 활용되면서 초기 기획 및 검증 시간이 대폭 단축됐다. 여기에 고밀도 배터리, 초고속 충전 시스템, 한층 진화한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등 고도화된 첨단 테크놀로지가 빠르게 상용화되면서 신차의 세대교체 속도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비야디 측은 이러한 파괴적인 무한 경쟁 속에서도 기술 혁신과 체질 개선을 통해 5년 내 세계 최대 완성차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유지하고 있다. 격렬한 충돌 속에서만 진정한 산업의 번영과 강력한 생존력이 길러진다는 입장이다. 내수 시장의 포화를 뚫고 유럽과 북미 인접국으로 눈을 돌리는 중국계 브랜드들의 이 같은 속도전이 향후 글로벌 자동차 산업 체계를 어떻게 뒤흔들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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