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와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적용이 확대되면서 자동차 사이버 보안 위협도 현실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와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적용이 확대되면서 자동차 사이버 보안 위협도 현실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해커가 달리는 차량의 조향과 가속·제동 기능을 빼앗는 상황보다 대규모 차량을 동시에 운행하지 못하게 하거나 차량과 이용자 정보를 유출하는 공격이 발생할 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자동차는 내비게이션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뿐 아니라 차량 진단과 원격 제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위해 외부 통신망에 연결된다. 테슬라가 본격적으로 도입한 OTA는 현재 글로벌 완성차 업체 대부분이 사용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다.
OTA를 이용하면 서비스센터를 방문하지 않고도 차량 소프트웨어의 오류를 수정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보안 취약점이 발견됐을 때 제조사가 다수의 차량에 수정 프로그램을 신속하게 배포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역할이다.
반면 외부에서 차량 내부 시스템으로 데이터를 전달하는 통로가 생기는 만큼 사이버 공격자가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지점도 함께 늘어난다. 연결 기능이 확대될수록 제조사가 보호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소프트웨어와 전자제어장치의 범위도 커진다.
노르웨이에서 사용 중인 중국산 전기버스에서 백도어 설치가 확인되며 국가 안보 논쟁이 확대된바 있다(루터 홈페이지)
일반적으로 자동차 해킹을 떠올리면 외부 공격자가 주행 중인 차량의 조향과 브레이크, 가속 기능을 원격으로 제어하는 상황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현대 자동차는 외부 통신 시스템과 주행 안전에 직접 관여하는 제어 시스템 사이에 여러 단계의 보안 구조를 적용하고 있다.
공격자가 차량 통신망에 접근하더라도 안전과 직결된 전자제어장치까지 도달하려면 추가적인 보안 체계를 통과해야 한다. 핵심 제어 시스템에 접근하더라도 실제 운전자처럼 차량의 모든 움직임을 자유롭게 조종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 보안업계의 분석이다.
그렇다고 커넥티드카가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위험은 개별 차량의 주행 기능을 탈취하는 것보다 다수 차량을 동시에 작동하지 못하게 하거나 특정 기능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경찰차와 구급차, 대중교통 버스, 물류 배송 차량이 특정 시점에 움직이지 않거나 충전 기능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직접적인 충돌 사고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사회·경제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연결된 차량에서 이동 경로와 위치, 운전자 및 이용자 정보가 대량으로 유출되는 상황도 현실적인 위협으로 꼽힌다.
외부 통신을 차단한 폐광에서 차량을 시험한 결과 위퉁 버스는 이동통신망을 이용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진단을 위해 제조사가 일부 제어 시스템에 디지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위퉁)
이 같은 위험은 지난해 노르웨이 대중교통 운영사 루터가 중국 위퉁 전기버스와 네덜란드 VDL 전기버스를 대상으로 진행한 보안 시험을 통해 실제 드러났다. 외부 통신을 차단한 폐광에서 차량을 시험한 결과 위퉁 버스는 이동통신망을 이용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진단을 위해 제조사가 일부 제어 시스템에 디지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조사가 접근할 수 있는 범위에는 배터리와 전원 관리 시스템이 포함돼 이론적으로 차량을 정지시키거나 운행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시험 결과 외부에서 버스를 직접 운전하거나 주행 중 조향과 가속·제동 기능을 제어할 수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르웨이 운영사는 차량의 SIM 카드를 제거하면 외부 연결을 즉시 차단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다만 이 경우 차량 관제와 진단 등 정상적인 연결 기능까지 사용할 수 없어 보안성과 운영 편의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별도의 방화벽 구축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해당 문제는 특정 국가나 제조사의 차량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OTA와 원격 진단 기능을 갖춘 모든 커넥티드카는 유사한 외부 접근 지점을 가질 수 있어 제조사의 보안 관리 체계와 통신 권한, 데이터 저장 위치를 투명하게 관리할 필요가 지적된다.
향후 자동차 사이버 보안의 핵심은 대규모 차량과 충전·관제 시스템을 동시에 마비시키거나 데이터를 탈취하는 공격에 어떻게 대비하는지가 될 전망이다(위퉁)
한편 OTA는 보안 취약점이 발생할 수 있는 통로인 동시에 발견된 문제를 가장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차량을 서비스센터로 불러들여야 했던 보안 수정 작업을 무선으로 수백만 대에 배포할 수 있어 공격이 확인된 이후의 대응 속도는 오히려 빨라졌다.
다만 새로운 연결 기능과 디지털 서비스가 추가될 때마다 관리해야 할 보안 지점도 함께 늘어난다. 향후 자동차 사이버 보안의 핵심은 해커가 개별 차량의 운전대를 빼앗는 상황보다 대규모 차량과 충전·관제 시스템을 동시에 마비시키거나 데이터를 탈취하는 공격에 어떻게 대비하는지가 될 전망이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 오토헤럴드(http://www.autoherald.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