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남부의 소론이라는 작은 도시, 겉보기엔 평범한 이 공장에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바꿀 공급망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2025년 말에 문을 연 이글 와이어리스(Eagle Wireless)의 이야기다.
이 회사가 미국 현지에서 급격히 세를 확장하기 시작한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강력한 커넥티드카 규제가 자리하고 있다. 2027년형 모델부터는 중국산 소프트웨어가 들어간 차량의 수입과 판매가 금지되고, 2030년형부터는 하드웨어 부품까지 완전히 차단된다. 신차 개발과 플랫폼 설계에 보통 수년이 소요되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완성차 제조사들은 당장 중국산을 대체할 부품업체를 확보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 직면했다.
하지만 대체 공급망 구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기존에 쓰던 중국산 부품을 미국이나 다른 국가 제품으로 전환하는 순간 대규모 비용 상승이 뒤따른다. 자율주행의 핵심인 라이다(LiDAR)부터 위성 통신 모듈, 외부 안테나, 마이크로컨트롤러까지 통신 관련 핵심 부품을 탈중국화할 경우, 기존 대비 최소 5%에서 최대 15%까지 단가가 치솟는다.
물류 및 품질 관리 과제도 만만치 않다. 이제 완성차 업체들은 단순히 완성품 부품을 납품받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부품을 구성하는 하위 부품과 라이선스 단계에 중국산 요소가 포함되지 않았는지 공급망 전체를 샅샅이 추적해 입증해야 한다.
주목할 점은 이 규제 앞에서 브랜드 간 대응 역량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는 사실이다. 리비안 같은 신흥 전기차 제조사들은 기존 완성차 업체에 비해 공급망 구조가 단순하고 유연해 빠르게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한 대체 공급처를 확보하고 있다. 반면, 거대한 유통망과 기존 부품 체계에 묶여 있는 포드 등 전통적인 완성차 공룡들은 중국 현지 생산 모델의 계속 수입을 요청하며 정부에 예외 적용을 신청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의 커넥티드카 규제 강화를 살펴보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좋은 차를 만드는 기술 경쟁'에서 '지정학적 안보와 정치적 리스크를 관리하는 공급망 경쟁'으로 완전히 재편되었음을 알 수 있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차량은 이동 수단을 넘어 대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전송하는 '달리는 스마트 기기'로 진화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통신 모듈과 소프트웨어를 통한 안보 위협을 좌시할 수 없는 이유다. 결국 부품 대체에 따른 생산 비용 상승은 차값 인상이나 제조사의 수익성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향후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의 경쟁력은 뛰어난 상품성뿐만 아니라, 규제 리스크가 없는 통상 친화적 공급망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재편 과정은 국내 완성차 및 부품 업계에 위기인 동시에, 높은 기술 신뢰도를 바탕으로 북미 공급망을 선점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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