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워크스페이스 플랫폼 기업 젠스파크(Genspark.ai)가 이메일과 문서, 회의, 업무 애플리케이션 등에 흩어진 사용자의 업무 맥락을 지속형 메모리로 축적하고, AI 에이전트가 이를 후속 업무에 활용하는 ‘AI 워크스페이스 6.0’을 공개했다.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은 지속형 메모리 레이어 ‘세컨드브레인(SecondBrain)’이다. 젠스파크는 여기에 첫 하드웨어 ‘세컨드브레인 노트(SecondBrain Note)’, 이메일 AI 에이전트 ‘젠메일(GenMail)’, 자연어 기반 디자인 기능 ‘AI 디자인(AI Design)’, 사람과 전문 AI 에이전트가 함께 일하는 ‘젠팀(GenTeam)’을 연결했다. 기억과 실행, 협업을 하나의 워크스페이스 안에서 이어가는 구조다.
에릭 징(Eric Jing) 젠스파크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서울에서 열린 공개 행사에서 현재의 AI를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금붕어”에 빗댔다. 사용자가 새로운 대화를 시작할 때마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앞서 무엇을 결정했는지 되풀이해 알려줘야 하는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대화가 끝나도 남는 ‘업무 기억’…세컨드브레인이 중심
기존 AI의 메모리는 사용자의 말투나 선호도를 기억해 답변을 개인화하는 데 집중됐다. 여러 서비스의 정보를 불러오는 커넥터도 존재하지만, 각각의 정보가 프로젝트와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떤 관계와 의미를 갖는지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세컨드브레인은 이메일과 캘린더, 채팅 기록을 비롯해 허브스팟(HubSpot), 노션(Notion), 구글 워크스페이스(Google Workspace) 등 사용자가 기존에 쓰던 업무 도구의 정보를 하나의 메모리로 통합한다. 과거 프로젝트와 의사결정, 커뮤니케이션 이력을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AI 에이전트가 새로운 요청을 처리할 때 이 맥락을 다시 불러와 활용하는 방식이다.
정보는 수집에 그치지 않고 AI가 접근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색인된다. 이에 따라 같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여러 AI 에이전트가 공통의 업무 맥락을 바탕으로 작업을 이어갈 수 있다. 축적되는 메모리의 소유권과 통제권은 사용자에게 있으며, 사용자는 시스템이 기억한 정보를 직접 확인하고 수정하거나 다운로드·삭제할 수 있다.
에릭 징 CEO는 “현재 AI의 기억 기능은 주로 사용자의 말투나 선호도를 기억해 답변을 개인화하는 데 집중돼 있으며, 대부분의 가치는 개별 대화가 끝나는 시점에서 함께 멈춘다”며 “젠스파크는 단순히 답변을 개인화하는 기억이 아니라 AI 시스템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기억 체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세컨드브레인 노트
이어 “사용자가 활용하는 업무 도구 전반의 정보는 물론 화면 밖에서 이뤄지는 회의와 대화까지 연결해 모든 AI 에이전트가 동일한 맥락을 바탕으로 일하도록 했다”며 “목표는 더 똑똑한 챗봇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전 업무를 기억하고 다음 업무까지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40개 이상 모델·150여개 도구…업무에 맞춰 자동 조합
AI 워크스페이스 6.0의 기반에는 젠스파크의 에이전트 엔진이 자리한다. 젠스파크는 이 엔진을 AI 모델과 도구 세트, 데이터 세트라는 세 축으로 구성했다. 하나의 모델에 모든 작업을 맡기지 않고, 요청의 성격에 따라 적합한 모델과 도구, 데이터를 선택해 함께 작동시키는 구조다.
케이 주(Kay Zhu) 젠스파크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젠스파크는 규모와 특성이 다른 40개 이상의 AI 모델을 연결하고, 새로운 모델이 나오면 지속적으로 평가해 빠르게 온보딩하고 있다”며 “사내에서 구축한 150여개 도구와 20개 이상의 프리미엄 데이터 세트를 작업에 맞춰 오케스트레이션한다”고 밝혔다.
케이 주(Kay Zhu) 젠스파크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
에이전트 엔진은 요청을 적합한 모델로 자동 라우팅하고, 여러 모델과 도구가 필요한 작업은 순서를 조율해 결과물을 만든다. 작업이 끝난 뒤에는 어느 과정이 잘 작동했고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자체 평가해 플레이북과 스킬에 반영한다. 젠스파크는 모든 요청을 고비용 모델에 보내지 않고 작업 난도와 목적에 맞는 모델을 배치함으로써 프런티어 모델에 가까운 결과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전체 토큰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젠메일·AI 디자인·에이전트 베이스…기억을 실제 결과물로
세컨드브레인에 쌓인 맥락은 젠메일과 AI 디자인 등 실행 기능으로 이어진다. 젠메일은 사용자의 기존 이메일과 표현 방식, 업무 관계, 과거 업무 이력을 학습해 회신 초안을 작성하고 지메일(Gmail)과 아웃룩(Outlook) 안에서 관련 업무 흐름을 실행하는 AI 에이전트다.
현장 시연에서는 젠메일이 검토 대상 계약서를 과거 이메일과 회의에서 합의한 내용과 비교하고, 오래된 연락 이력을 찾아 다음 행동을 권하는 과정이 공개됐다. 외국어 이메일 번역과 초안 작성뿐 아니라 매일 도착한 뉴스레터를 요약하는 반복 업무도 별도의 코딩 없이 사용자 맞춤형 스킬로 만들 수 있다.
AI 디자인은 자연어 요청을 실제 제작에 활용할 수 있는 시각 자료와 프로토타입, 브랜드 에셋으로 전환한다. 단순한 정적 이미지 생성에서 나아가 애플리케이션 프로토타입과 HTML 기반 웹사이트, 영상, 인터랙티브 포스터처럼 동적인 결과물까지 제작 대상으로 확장했다. 기존 문서와 프로젝트, 워크플로우에 담긴 맥락을 결과물에 반영해 브랜드와 프로젝트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장에서 함께 시연한 ‘에이전트 베이스(Agent Base)’는 허브스팟과 구글 스프레드시트, 엑셀 등 여러 서비스에 흩어진 데이터를 모아 맞춤형 업무 시스템이나 대시보드로 구성한다. 이메일 확인과 고객 정보 조사, 회의록 검토를 거쳐 CRM을 자동으로 채우고, 영업 데이터에 기반한 월간 성과 대시보드를 만드는 활용 사례도 공개됐다.
화면 밖 회의까지 기억…첫 하드웨어 ‘세컨드브레인 노트’
젠스파크는 온라인 업무 도구 밖에서 발생하는 대화까지 세컨드브레인에 연결하기 위해 회사 최초의 하드웨어인 세컨드브레인 노트를 내놨다. 카드 크기의 기기로 회의와 통화, 대화, 음성 아이디어를 녹음한 뒤 전사·요약하고, 검색 가능한 구조화된 메모리로 바꿔 세컨드브레인에 동기화한다.
세컨드브레인 노트
행사 발표 기준 한 번 충전으로 최대 35시간 녹음할 수 있다. 젠스파크는 하루 여러 건의 회의를 기록한 뒤 사무실에서 정리된 보고서나 기사 초안 등으로 이어가는 사용 사례를 선보였다. 기기에는 주변 사람이 녹음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표시등도 탑재했다.
모든 녹음은 사용자가 소유하는 메모리로 저장되며 직접 확인하거나 다운로드·삭제할 수 있다. 음성 데이터는 암호화되고, SOC 2 Type 2와 ISO/IEC 27001:2022를 지원하는 젠스파크의 엔터프라이즈급 보안 체계를 통해 보호된다.
세컨드브레인 노트를 소개하고 있는 에릭 징(Eric Jing) 젠스파크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세컨드브레인 노트는 현재 출시 기념 기간 한정 프로모션을 통해 179달러에 판매된다. 음성 전사 제공량은 젠스파크 앱의 AI 멤버십에 따라 나뉜다. 무료(Free) 이용자는 월 300분, 플러스(Plus)와 프로(Pro) 이용자는 각각 하루 최대 24시간까지 무제한으로 전사할 수 있다.
AI 에이전트를 ‘단톡방 팀원’처럼…젠팀으로 협업 확장
젠팀은 개인 중심의 AI 활용을 조직 협업으로 넓히는 레이어다. 사람과 역할별 전문 AI 에이전트가 하나의 공유 공간에 참여해 팀의 공통 메모리와 권한을 바탕으로 업무를 수행한다.
사용자는 마케팅과 디자인, 개발, 리서치, 카피라이팅, 재무 등 서로 다른 역할을 맡은 AI 에이전트를 그룹 채팅의 팀원처럼 추가할 수 있다. 한 에이전트가 조사한 내용을 다른 에이전트가 이어받아 콘텐츠나 디자인 결과물로 만들고, 사람은 진행 과정을 확인하며 판단과 지시를 더하는 방식이다. 젠스파크는 젠팀을 PC와 웹에서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구조에서 세컨드브레인은 프로젝트와 의사결정, 커뮤니케이션을 기억하고, 젠메일과 AI 디자인 등은 이를 결과물로 바꾸며, 젠팀은 동일한 맥락을 사람과 여러 AI 에이전트가 공유하도록 한다. 작업이 끝날 때마다 정보가 사라지는 방식에서 벗어나, 워크스페이스가 업무를 수행할수록 다음 작업에 활용할 수 있는 맥락도 함께 늘어나는 셈이다.
ARR 2억5000만달러·기업 고객 7000곳…한국에 3년간 1억달러 투자
젠스파크는 서비스 시작 12개월 만에 연간 반복 매출(ARR) 2억5000만달러를 달성했으며, 현재 7000곳 이상의 기업 고객을 확보했다. 누적 투자 유치액은 6억4500만달러, 기업가치는 26억달러다.
웬 상(Wen Sang) 젠스파크 공동창업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웬 상(Wen Sang) 젠스파크 공동창업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한국은 젠스파크의 최상위 시장 중 하나”라며 “향후 3년간 약 1억달러를 투자해 한국 팀을 구축하고 기업 고객과 파트너의 목소리를 반영한 협력 기반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미슨 파월(Jamison Powell) 젠스파크 최고매출책임자(CRO)
제이미슨 파월(Jamison Powell) 젠스파크 최고매출책임자(CRO)는 빠른 기업 고객 확대의 배경으로 도입 편의성을 꼽았다. 파월 CRO는 “젠스파크를 사용하는 데 AI 전문가가 필요하지 않으며, 단순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바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다”며 “고객 접점을 넓히기 위해 글로벌 지원 조직을 확충하고 리셀러와 시스템통합(SI) 기업, 기술 파트너와의 관계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젠스파크가 AI 워크스페이스 6.0을 통해 겨냥한 것은 모델 성능만으로 승부하는 경쟁을 넘어서는 것이다. 여러 업무 도구와 오프라인 대화에서 쌓인 맥락을 장기 기억으로 만들고, 이를 AI 에이전트의 실행과 팀 협업에 연결해 실제 업무 성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준문 기자/jun@newsta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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