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주 카사그란데에 위치한 루시드 생산공장 AMP-1. 루시드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지속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생산시설 확장을 이어왔지만, 판매 부진과 현금 소진으로 경영 정상화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최근 파산이 임박했다는 설이 나돌면서 주가가 급락했던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Lucid)'가 반등의 기회를 잡았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지원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온 루시드(Lucid)의 주가가 28일(현지 시간) 하루 만에 20% 넘게 치솟으면서 월가를 뒤흔들었다.
주가 급등의 배경은 '사우디 효과'다. 기업 실적이 갑자기 개선된 것도 대규모 신차 계약이 체결된 것도 아니었지만 사우디가 여전히 루시드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공시에 따르면 사우디의 억만장자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는 경영권 참여 목적이 아닌 단순 투자 목적으로 루시드 보통주 1951만 3000주를 보유하며 지분 5.0%를 확보했다고 신고했다.
루시드 최대주주는 이미 사우디 국부펀드(PIF)다. PIF는 2018년 첫 투자 이후 공장 건설 자금 지원과 유상증자, 전환우선주 투자, 대출 등을 통해 수년간 약 95억 달러를 투입하며 사실상 회사를 떠받쳐 왔다. 최근에도 사우디 지원 금융을 통해 추가 유동성을 확보했다.
여기에 사우디 왕실 인사가 별도로 5% 지분을 확보하면서 시장은 이를 '사우디 자본의 추가 신뢰 표시'로 받아들였다. 단순한 개인투자가 아니라 "사우디가 루시드를 계속 살릴 의지가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이번 공시 자체가 기업 가치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사건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루시드는 지난 1년 동안 주가가 약 77% 급락했고 지난해에는 1대10 역주식분할까지 단행했다.
올해는 전체 직원의 약 18%를 감원했고 생산 목표 달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재고 증가와 현금 소진 역시 계속되고 있다. 주가는 는 최근까지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었다. 이 때문에 사우디 왕자의 투자가 루시드의 경영에 당장 도움이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럼에도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공매도 비중이 매우 높은 종목 특성 때문이다. 낮은 주가와 높은 공매도 잔고가 쌓인 상황에서 '사우디가 또 투자했다'는 뉴스가 나오자 투자자들이 몰렸고 공매도 세력의 숏커버링까지 겹치면서 상승폭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루시드가 시장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커졌지만 체질을 바꾸지 않는 한 장기 생존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루시드 에어(Air)와 대형 SUV 그래비티(Gravity)는 상품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생산 능력보다 중요한 판매량 확대에는 아직 성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가에서는 루시드가 판매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앞으로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 급등이 기업의 펀더멘털 개선보다 '사우디가 계속 지원한다'는 기대감에서 시작한 것인 만큼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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