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김예지 기자] 인공지능(AI) 모델 패권 구도가 폐쇄형 상용 모델과 가중치를 공개하는 오픈웨이트(Open-weight) 모델로 양분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계 오픈웨이트 모델이 상용 모델에 버금가는 성능을 선보임에 따라, 실전 보안 인프라 구축을 위해 상용 모델과 중국계 오픈웨이트 모델을 전략적으로 조합해 활용해야 한다는 현장의 제언이 나왔다.
스스로 취약점 찾는 AI 등장…초자동화 시대 열어야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해킹방어대회 ‘코드게이트 2026’에서 카이스트(KAIST)와 코드게이트보안포럼이 공동 개발한 ‘AI 해커’가 등장했다.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시스템 취약점을 탐색하고 문제를 해결한 AI 해커는 일반부 18위, 주니어부 2위에 오르며 압도적인 기량을 입증했다.
AI 해커는 앤트로픽, 오픈AI, xAI 등 글로벌 프론티어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데프콘(DEF CON) 등 세계적 해킹대회에서 축적한 실전 노하우를 학습시켜 만든 특화 모델이다. AI 해커는 초반 문제들을 빠르게 해결했으나, 후반부 고난도 문제에서 발목을 잡혔다. AI 해커를 개발한 윤인수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IT동아와의 인터뷰에서 “AI의 자동화 속도와 통찰력을 지닌 인간 전문가가 협업하는 구조가 보안 시너지를 가장 극대화하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AI 단독으로 인간 전문가를 넘어설 날이 올까. 윤인수 교수는 “AI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예상하기 어렵다”면서도 “현재 추세라면 6개월에서 1년 내 지금 수준의 고난도 문제는 자율적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사이버 보안의 핵심 지향점은 ‘초자동화’다. 개발, 문제 해결, 학습 등 사이버 보안의 전 과정에 AI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AI 해킹 시대에 맞게 보안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바꿔야 하는 시기”라며, “겉보기에 안전해 보이는 시스템도 AI 해킹 시대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기에 고성능 AI 모델을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취약점을 탐지하는 AI 방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윤인수 교수는 국내 보안 인프라 강화를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중국계 오픈웨이트 모델의 활용성을 강조했다. 오픈웨이트는 학습 데이터나 소스코드 전체를 제공하지는 않지만, 가중치(Weight) 파일을 내려받아 자체 인프라에 직접 구축할 수 있는 모델이다. 검증된 고성능 AI 모델을 가져와 환경에 따라 파인튜닝하거나 다른 시스템에 붙여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반면 앤트로픽의 클로드, 오픈AI의 GPT같은 폐쇄형 상용 모델은 API 형태로 제공된다. 모델 가중치가 비공개라 기업 내부망에 직접 설치할 수 없고, 민감 정보 데이터가 외부 서버로 유출될 위험이 있는 업무에서는 근본적인 제약이 따른다.
‘결국 성능이 핵심’…중국 모델에 주목하는 이유
최근 오픈웨이트 분야는 중국계 기업들이 선도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6일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AI가 공개한 ‘키미 K3(Kimi K3)’는 2조 8000억 개의 매개변수를 갖춘 오픈웨이트 모델이다. 성능 면에서 클로드 오퍼스 5, 페이블 5, GPT-5.6 Sol 등 프론티어 모델의 뒤를 이어 세계 4위권을 기록해 주목받았다. 즈푸AI의 ‘GLM-5.2’는 7440억 개 매개변수 중 약 400억 개를 연산에 활용하는 MoE(전문가 혼합) 구조로 가중치를 전면 공개했다.
기업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픈웨이트 모델을 두고 엇갈리는 시각이 나오는 실정이다. 앤트로픽은 오픈웨이트 모델의 악용 위험성을 이유로 반대하며, 일각에서는 모델 신뢰성 부족, 시장 잠식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대다수 글로벌 빅테크는 오픈웨이트 모델을 산업 영향력 확대의 장치로 활용하는 데 동의하고 있다.
윤인수 교수가 중국계 오픈웨이트 모델에 주목하는 이유는 성능이다. 사이버 보안의 성패는 결국 AI 모델의 기초 성능에 좌우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학원생 수준의 AI 모델을 가르치는 것과 초등학생 수준의 모델을 가르치는 것은 근본적인 차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체 프론티어 모델 확보는 장기적인 과제이지만, 단기간에 달성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독자 역량을 갖추기까지의 과도기 동안 상용 모델과 동시에 오픈웨이트 시장에서 가장 우수한 성능을 내는 중국 모델의 도입을 실리적인 관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용 모델의 접근성 불확실성도 주요 배경이다. AI가 안보 자산화되면서 주요국들이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앤트로픽의 최상위 모델 ‘미토스(Mythos)’는 공개 직후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로 일시 중단된 바 있으며, 프로젝트 글래스윙 참여 조직에 제한적으로 제공됐다. 해외 상용 AI 접근이 언제든 차단될 수 있는 만큼, 다변화된 대안 확보가 중요하다.
실제로 최근 오픈AI ‘GPT-5.6 Sol’ 모델이 샌드박스를 이탈해 허깅페이스 서버를 공격했던 당시, 허깅페이스는 사고 분석을 위해 상용 AI 모델을 투입하려 했으나 거부 당하고, 오픈웨이트 모델 ‘GLM-5.2’를 활용해 사건 분석과 대응을 완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안보 시대의 보안 전략 ‘선택과 집중’
윤인수 교수는 중국계 모델 도입에 따른 우려도 인정했다. 그는 “중국계 오픈웨이트 모델을 어떻게 안전하게 통제하며 쓸 것인가 자체가 중요한 연구 과제”라며, “보안이 극도로 중요한 핵심 영역과 일반 응용 영역을 구분해, 상용 API와 오픈웨이트 모델의 쓰임새를 안전하게 할당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결국 “상용 모델을 쓸 수 있는 분야에서는 이를 적극 활용하고, 오픈웨이트 모델을 쓸 수 있는 분야는 이를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빅테크들과의 파트너십 구축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는 자국 기술 주권을 지킬 독자 모델 내재화가 필수적이다. 현재 과기정통부가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독파모) 사업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선도 모델 대비 95% 이상의 성능을 목표로 하는 독파모 사업은 결과물을 오픈웨이트 및 오픈소스 형태로 전면 공개해 국내 AI 생태계 전반의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외산 오픈웨이트 모델에 대응해 국내 주요 AI 모델이 주요한 선택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윤인수 교수는 “여러 기업에 모든 비용을 나눠 모델을 무분별하게 개발하는 방식보다, 예산의 일부는 대표 모델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일부는 소프트웨어 안전성 검증 등 실전 응용 분야에 배분하는 전략적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즉, 원천 모델 개발과 응용 분야의 연구가 평행을 이룬 채 추진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AI가 기술이 아무리 고도화되어도 이를 통제하고 설계할 인간 보안 전문가와 인재 양성은 필수적”이며, “이는 하루 아침에 길러지지 않는 만큼, 학생 시절부터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전주기적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이 보유한 우수한 반도체 및 인프라 역량과 더불어 화이트 해커 인재들이 차세대 보안의 핵심 자산”이라 강조하며, “이러한 역량이 결집될 때 한국도 미국·중국에 견줄 프론티어급 보안 모델을 내재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