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콘솔 게임을 즐겨온 이용자라면 ‘컬드셉트’라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으리라 본다. 직접 즐기지 않았더라도 ‘우정 파괴’ 게임이라는 악명에 가까운 명성이 꽤나 높았기 때문이다.
게임을 잘 모르는 이용자를 위해 컬드셉트 시리즈의 재미를 압축하고 요약한다면 “부루마블에 카드 배틀까지 더한 재미”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본다. 주사위를 굴려 보드를 이동하고 땅을 차지한다는 점이 부루마블과 같은 보드게임과 닮았고, 영지에 투자하며 상대의 핵심 지역을 어떻게 빼앗고 내 영지는 지켜나갈지 고민하고 덱(북)을 다듬어가는 재미가 상당하다.
게임의 이야기는 ‘컬드셉트’의 조각인 석판 ‘컬드’를 다루는 이들인 ‘셉터’들이 모이는 왕립 학부 ‘셉트 아카데미아’에 소년 카무르가 전학 오면서 시작된다. 재능을 지닌 카무르는 학원을 떠나 왕국의 운명이 걸린 최전선인 근위 셉터 연대로 향한다. 이용자는 대륙 붕괴의 위기 속에서 펼쳐지는 카무르의 우정과 갈등, 각성의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실제로 즐겨보니 게임 초반 몇 장에서는 이동, 크리처 소환, 영지 강화, 전투 방식 등을 하나씩 설명하며 이용자가 자연스럽게 규칙을 익히도록 돕는다. 기존 시리즈 이용자라면 빠르게 스토리 모드를 클리어하며 이어갈 수 있겠지만, 게임을 처음 즐기는 이용자에게는 꼭 필요한 부분이다. 게임 초반부를 클리어하지 않으면 대전 모드가 열리지 않을 정도다.
게임의 핵심은 다양한 보드에서 펼쳐지는 전략 싸움이다. 한 경기의 목표는 정해진 목표 총마력을 달성한 뒤 성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용자는 주사위를 굴려 보드를 이동하고, 빈 영지에 크리처를 소환해 자신의 땅으로 만든다. 상대가 해당 영지를 지나가면 통행료를 받을 수 있으며, 영지 레벨을 높일수록 통행료와 방어 능력도 강화된다. 상대 영지에 배치된 크리처를 전투에서 쓰러뜨리면 그 땅을 빼앗을 수 있다.
전투 규칙 자체는 어렵지 않다. 크리처의 공격력과 체력, 속성 보너스, 아이템, 특수 능력 등을 조합해 승패가 결정된다. 다만 상대가 어떤 카드를 보유하고 있는지, 남은 마력이 얼마나 되는지, 지금 공격하는 것이 이득인지까지 고려해야 해 실제 플레이에서는 치밀한 판단이 필요하다. 여기에 각 카드마다 장착할 수 있는 아이템과 속성 관계 등 다양한 요소도 있어 전략의 재미는 한층 배가된다.
핵심 전략은 같은 속성의 영지를 여러 개 확보해 효과를 강화하는 ‘연쇄’와 영지 개발을 통한 레벨 관리다. 연쇄를 완성하고 강력한 크리처를 배치하면 통행료와 방어력이 함께 상승해 상대의 이동 경로를 압박할 수 있다.
물론 한곳에만 마력을 집중하는 것은 위험하다. 높은 레벨의 영지는 큰 수익을 안겨주지만, 동시에 상대가 가장 먼저 노리는 공격 목표가 되기 때문이다. 통행료가 낮은 영지는 비용을 감수하고 지나가고, 가치가 높은 영지는 전투로 빼앗는 식의 판단도 중요하다.
게임의 전략적인 재미는 400종에 달하는 카드가 완성한다. 게임에는 크리처, 아이템, 스펠 등의 카드가 존재하며, 이용자는 이 카드를 자유롭게 활용해 40장으로 구성된 북을 만들 수 있다. 단, 동일 카드는 최대 4장까지 넣을 수 있다.
처음에는 강력한 능력을 가진 크리처가 눈에 들어오지만, 비싼 카드만 넣은 북은 생각보다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초반 마력이 부족해 영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소환 조건을 맞추지 못해 손패에 카드만 쌓이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카드 한 장의 성능이 아니라 북 전체의 흐름이다. 초반 영지를 확보할 저비용 크리처, 방어를 담당할 카드, 전투를 뒤집을 아이템, 이동과 자원 관리를 돕는 스펠을 적절히 배치해야 한다.
만약 스토리 모드에서 막히거나 게임 플레이가 쉽지 않다면 한 가지 속성에 집중한 북을 구성해 ‘연쇄’에 집중해 플레이하는 편이 좋을 수 있다. 자신의 북은 게임을 익혀나가면서 수정하고 손보면 된다.
북을 수정하는 재미도 게임의 매력이다. 게임에서 패배한 요인을 분석해 필요한 카드와 그렇지 않은 카드를 구분하고 구성을 다시 수정해 재도전하는 재미가 있다. 아울러 이번 작품에서는 게임 플레이를 통해 카드를 획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카드 상점까지 마련돼 있어, 다양한 카드를 활용하는 재미를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주사위를 사용하는 게임이기에 운도 중요한 요소다. 피하고 싶은 고레벨 영지를 밟거나, 필요한 순간 원하는 숫자가 나오지 않는 상황도 발생한다. 불운이 연속되면 허탈함도 크지만 이 역시 ‘컬드셉트 비긴즈’가 가진 재미다.
상대방이 노력을 기울여 만든 레벨이 높은 영지를 침략해 내 것으로 만들거나, 상대를 괴롭히는 스펠 카드 등을 활용하다 보면 쾌감이 상당하다. 반대로 이를 당해본다면 들고 있는 컨트롤러를 던지고 싶은 마음이 커질 수밖에 없으리라 본다. 괜히 과거에 ‘우정 파괴’ 게임이라고 불린 것이 아니다.
다만 ‘우정 파괴’ 게임이라 불려온 명성과 달리 이번 ‘컬드셉트 비긴즈’는 로컬 멀티플레이를 지원하지 않는다. 물론 온라인 대전을 지원하고 친구와는 나눔 통신을 통해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같은 자리에서 기기 한 대로 즐길 수 없다는 점은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다.
여기에 그동안의 시리즈와 달리 크리처 등이 다소 캐주얼한 이미지로 준비된 점 등은 시리즈 팬이라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컬드셉트 비긴즈’는 시리즈가 가진 본연의 재미를 전하기에 부족함이 없고, 게임에 빠지면 빠질수록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 시리즈의 팬은 물론 명성을 듣고 염두에 둬왔던 이용자라면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