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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동력 페라리 루체와 미래의 페라리 디자인

글로벌오토뉴스
2026.08.03. 07: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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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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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공개된 페라리의 첫번째 완전 전기동력 차량 루체(Luce)는 이탈리아어로 '빛(Light)'을 의미하는 이름이라고 합니다. 자동차 이름으로서의 루체는 1990년대에 기아 포텐샤 승용차의 원형 모델 마쓰다의 대형 세단 929의 이름이 루체이기도 했습니다.

페라리의 루체는 2027년 하반기에 출고될 예정으로 알려져 있지만, 크게 변화된 디자인 감각에 대한 이야기도 있긴 합니다.



루체의 차체 크기는 전장ⅹ전폭ⅹ전고가 5,026ⅹ1,999ⅹ1,544(mm)에 휠베이스 2,961mm로 거의 E-세그먼트 세단에 가까운 크기입니다. 아마도 페라리의 차체 높이로는 2024년에 나온 페라리 최초의 SUV 푸로산게(Purosangue)의 1,589mm 다음으로 높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24년에 나온 페라리 F80 쿠페의 전고가 1,138mm인 걸 감안하면 새로운 루체의 1,544mm 높이는 페라리의 승용차들 중에서는 그야말로 히말라야 급으로 높은 것입니다.
내년 2027년이면 1947년에 세워진 페라리가 창립 80년을 넘기는 해입니다. 문득 40년 전인 1986년에 페라리가 창립 40년을 넘기는 1987년을 앞두고 내놓았던 슈퍼 카 F40이 생각납니다. 당시에 대학 2학년이었던 저는 비록 잡지를 통해 간접적으로 본 것이었음에도 F40의 위용이 놀라웠습니다.



이후 페라리는 50년을 앞둔 1996년에 F50을 내놓습니다. 그런데 다시 10년 뒤에는 60주년 모델은 없었던 것 같고, 2009년도에 제작한 포뮬러-1 경주차에 F60 이라고 이름을 붙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F60 아메리카’ 라는 모델이 페라리 미국 진출 60주년 기념으로 2020년에 10대 한정 판매됐었다고 합니다.



2017년에는 ‘라 페라리(La Ferrari)’라는 이름으로 70주년 모델이 V형 12기통 6,300cc 배기량 엔진에 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로 개발됩니다. 그리고 F80 모델이 2024년에 V형 6기통 3,000cc 배기량에 트윈 터보 엔진과 3개의 전기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으로 개발됐습니다. 페라리가 하이브리드를 쓴 건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었다고 할 것입니다.



이번에 공개된 새로운 페라리 루체를 보면 차체 크기는 거의 E-세그먼트 세단에 가깝고, 네 개의 측면 출입문을 가지고 있어서 구조적으로나 스타일로나 4도어 세단입니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에 의하면 페라리 루체의 디자인은 현재 페라리의 수석 디자이너 플라비오 만조니(Flavio Manzzoni)가 이끄는 자체 디자인 스튜디오와 ‘러브프롬(LoveFrom)’ 이라는 외부의 디자인 기업과의 협업으로 개발됐다고 합니다. 러브프롬은 스마트폰 기업 애플에서 디자인 총괄이었던 조나단 아이브(Jonathan Paul Ive)가 마크 뉴슨(Marc Newson) 이라는 디자이너와 함께 설립한 디자인 개발 전문 기업이라고 합니다.



디자인 개발 과정에서는 이들에게 완전히 자유로운 디자인을 할 수 있는 권한도 주어졌다고 하며, 그런 이유에서 페라리 루체의 내/외장 디자인은 기존의 페라리와 다른 감각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런 이유에서 루체의 디자인이 논란이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실내는 페라리 역사상 처음으로 5인승 구성입니다. 이런 승차 인원 구성은 보통의 세단에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슈퍼카 페라리에서는 이례적입니다. 그리고 그런 실내를 출입하기 위해 4개의 코치도어(coach door) 구조를 채택했습니다.



이미 SUV 푸로산게에서 이런 구조의 도어가 나왔기 때문에 앞으로 2열 4도어 구조의 페라리 차량에서는 이런 형식의 도어가 자리잡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한편 루체의 휠 크기는 양산형 페라리 차량 중에서는 가장 커서 앞 23인치, 뒤 24인치 규격이라고 합니다. 물론 그렇게 큰 휠과 1,544mm의 차체 높이로 인해 루체의 측면 인상이 조금 껑충해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신형 페라리 루체의 실내에서는 기존 페라리와 다른 감각의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센터 패시아를 만나게 됩니다. 둥근 사각형과 원으로 이루어진 애플 스마트폰 형태의 폼팩터(form factor)가 그대로 적용된 인터페이스 디자인이 눈에 들어옵니다.



물론 기존 페라리의 요소가 유지되는 곳도 많습니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의 노란 바탕에 도약하는 말이 그려진 둥근 페라리 뱃지의 에어백 커버가 그것입니다.
수평형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미니멀 분위기의 크러시 패드에 달린 속도계와 센터 패시아 패널에 모두 디스플레이 패널이 적용돼서 그야말로 애플 폰의 디자인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디스플레이 패널 자체는 삼성전자 제품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페라리의 인스트루먼트 패널 디자인은 본래도 거의 레이싱 머신에 가까운 간결한 구성이었기에, 루체는 그것을 기하학적인 디지털 감성으로 재구성하면서 결과적으로 어딘가 아이폰스러운 이미지가 돼 버린 모습입니다.



루체의 실내에서 기존의 페라리 차량과 정말로 다른 점은 바로 뒷좌석의 공간 구성입니다. 널찍한 레그 룸을 확보한 건 물론이고, 3인용 좌석과 안전띠, 2열 승객용 독서등까지 설치돼 있습니다. 그리고 도어 트림 패널 팔걸이와 B-필러에 모두 자동으로 열리는 뒷문 열림 버튼이 설치돼 있습니다. 여기에 센터 콘솔에는 2열 전용 송풍구와 공조기기 조작, 주행 정보 표시 패널까지 설치돼서 그야말로 E-세그먼트 고급 세단의 뒷좌석 공간의 특징을 물리적으로도 갖추고 있습니다.

페라리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루체의 성능은 정지 상태에서 100km/h 가속 2.5초, 200km/h가속 6.8초, 최고속도 310km/h 이상, 최대출력 1,050마력과 1회 충전으로 530km 이상의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전기동력의 각종 구동계에서 발생하는 순수한 기계적 소리를 증폭해 들려주는 페라리 사운드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고 합니다.



루체는 엔진을 쓰지 않음에도 이처럼 물리적 요소를 통해 페라리의 특징을 나타내면서, 그런 특징을 바탕으로 앞 펜더 상단에 노란색 방패 형태에 도약하는 말이 새겨진 ‘스쿠데리아 페라리(Scuderia Ferrari; 페라리 레이싱 팀)’ 배지가 붙어 있습니다. 사실 페라리의 차들을 자세히 보면 저 방패형 배지는 모든 페라리에 다 붙어 있지 않습니다. 즉, 저 방패형 배지가 붙어있다는 건 페라리 중에서도 고성능 모델을 의미합니다.

페라리에서 디자인 논란은 역대의 혁신적 페라리 차량에서는 언제나 있었습니다. 심지어 앞서 이야기한 등장 즉시 전설이 됐던 40년 전의 F40조차도 당대에는 뒤쪽의 높다랗고 직선적인 스포일러 디자인이 차체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었지만, 지금 보면 가장 페라리다운 디자인의 차량입니다.



디지털과 인공지능이 많은 것을 바꾸는 오늘날에는 사실상 바뀌지 않는 것이 없고, 그런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페라리 루체 역시 큰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40년이 지난 뒤에 우리가 본 오늘의 루체가 페라리의 새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지만, 페라리로서는 이미 논란이 됐다는 자체로 역사의 한 페이지로 인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디자인의 감각 자체는 중요한 게 아닌 걸까요?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 ​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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