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옆 화면에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강연자가 세일즈맨에게 펜을 내밀며 “이 펜을 나한테 팔아봐”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다음 화면에 답이 떠올랐다. “AI 펜입니다.” 김성욱 메타 어카운트 매니지먼트 총괄(Head of Account Management)이 맥스 서밋 2026 강연을 시작하며 띄운 장면이다. 그는 “앞에 AI를 붙이지 않는 회사가 없고 우리도 마찬가지”라며 “오늘은 AI 이야기를 최대한 빼 보겠다”고 말했다.
어릴 때 축구를 하면 공 하나에 아이들이 전부 달려든다. 실력이 붙으면 “공을 쫓아가지 말고 사람을 쫓아가라”는 말을 듣는다. 공은 사람을 통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김 총괄은 광고도 같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이든 인스타그램이든 왓츠앱이든, 결국 이용자를 찾아가려고 광고를 한다는 것이다.
백엔드에서 벌어지는 세 단계
메타 광고주 대부분은 자동화된 캠페인을 쓰고 있다. 구성 요소는 네 가지다. 어드밴티지+ 오디언스는 원하는 행동을 할 만한 이용자를 찾고, 어드밴티지+ 데스티네이션은 그 이용자가 웹이든 모바일 앱이든 리드 양식이든 어디에 있든 연결한다. 어드밴티지+ 플레이스먼트는 노출 지면을, 어드밴티지+ 버짓은 예산 배분을 담당한다.
PC 지면을 두고는 의아해하는 반응이 많다고 했다. 김 총괄은 “9시부터 6시까지 사람들은 여전히 PC 앞에 있다”며 PC 노출도 유효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예산이 제대로 나뉘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노출만 많고 전환이 안 나오면 문제지만, 적절한 노출과 전환이 함께 나오면 그 배분을 시스템이 자동으로 처리한다는 것이다.
이용자가 인스타그램을 켠 순간 뒤에서는 세 단계가 진행된다. 첫 단계는 메타 안드로메다로, 수백만 개 활성 광고 중에서 그 이용자에게 보여줄 후보군을 빠르게 추린다. 두 번째 메타 GEM은 추려진 후보 중에서 최종 노출 순위를 결정하는 대규모 AI 모델이다. 세 번째 메타 래티스는 개별 캠페인을 벗어나 모든 캠페인의 과거 데이터를 통합 학습해 노출 우선순위를 다시 정교하게 만든다.
메타가 공개한 수치를 보면 래티스와 GEM 개선으로 전환율이 6% 상승했고, 앱 제품군 전체 광고 노출은 전년 대비 19%, 광고 매출은 33% 늘었다. 2026년 4월 29일 메타 1분기 실적 발표 자료다.
광고 세트 5개로 나눠도 사실은 하나
김 총괄은 메타 광고 매출의 약 90%가 웹사이트 전환 목표 캠페인에서 발생한다고 밝혔다. 광고주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기대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퍼포먼스라는 뜻이다.
그가 예전 방식이라며 보여준 화면에는 함정이 하나 있었다. 광고 세트 다섯 개를 만들고 모두 여성 18~34세로 인구통계를 잡은 뒤, 각각 음식과 여행, 뷰티, 피트니스, 음악을 관심사로 넣은 구성이다. 김 총괄은 “이건 사실 광고 세트 하나인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 여성 18~34세는 그 다섯 가지를 대체로 다 좋아하기 때문이다.
여성 18~34세는 거의 모든 광고주가 노출을 원하는 연령대라 수요가 몰리고 CPM(1,000회 노출당 비용)도 높아진다. 그렇다고 이 연령대를 빼야 하느냐는 다른 문제다. 김 총괄은 CPM은 보조 지표이며 핵심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조립하던 방식에서 덜어내는 방식으로
광고주가 어드밴티지+ 세일즈 캠페인(A+SC)을 고르면 오디언스와 데스티네이션, 플레이스먼트, 예산 기능이 자동으로 적용된다. 예전에는 타깃팅과 입찰, 지면을 레고처럼 하나씩 붙였다면, 지금은 완성된 형태를 받은 뒤 필요 없는 것을 덜어내는 방식이다.
가치 조정(value rules)을 쓰면 특정 오디언스에게 광고가 더 나가도록 주문하거나 반대로 제외할 수 있다. 그 뒤 하나의 광고 세트에 소재를 넣는다.
앞단이 자동화되면서 무게가 옮겨 간 곳이 크리에이티브다. 김 총괄은 이 변화를 “크리에이티브가 새로운 타깃팅(Creative is the new targeting)”이라는 문장으로 정리했다. 시스템이 전환할 만한 사람을 찾아 주는 조건에서, 그때 나가는 크리에이티브를 무엇으로 할지 결정하는 데서 광고주가 가치를 더한다는 설명이다.
이용자 눈에는 다 비슷해 보인다
그가 제안한 개념은 크리에이티브 다각화(Creative Diversification)다. 브랜드의 메인 키 비주얼 하나를 만들고 변형 네다섯 개를 만드는 것이 통상의 작업이다. 김 총괄은 여기서부터 다시 보자고 했다.
만든 사람은 며칠씩 들여다봤으니 다섯 개가 서로 다르게 보인다. 그러나 피드를 넘기는 이용자에게는 “회색 바탕에 노란색 상품이 있네” 정도로 인식된다. 같은 메시지가 크게 다르지 않은 형식으로 반복 노출되면 피로도가 쌓인다.
하나의 기능적 소구점만 다루면 그 소구점에 반응하는 이용자에게만 광고가 계속 나간다. 다른 소구점에 반응했을 이용자는 만나지 못한 채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김 총괄은 이런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신호로 예상 도달량을 제시했다. 캠페인 세팅 때 500만 명으로 나왔는데 실제로는 50만 명에 그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내 바이크를 수험생과 남성에게
실내 바이크를 파는 오버더가 실제 사례로 등장했다. 노출이 가장 많았던 크리에이티브 열 개를 모아 보니 여성과 다이어트라는 인상이 뚜렷했다. 주력 타깃이 그쪽이었으니 자연스러운 결과다.
바이크를 산 사람이 일주일 뒤에 또 사지는 않는데, 당시 오버더의 상품 종류는 하나뿐이었다. 오디언스를 넓히는 것이 그 시점의 과제였다.
메타와 오버더는 이용자 쪽에서 다시 접근했다. 1인 가구는 싱글과 독방에서 공부하는 사람, 기존에 고려하지 않던 남성으로 구분했다. 다인 가구는 홈트레이닝과 인테리어, 육아로 잡았다. 각 페르소나에 맞는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었다.
여섯 페르소나 가운데 공부와 남성 쪽 반응이 가장 좋았다. 제품 인사이트도 함께 확인됐다. 이 바이크는 코어 운동을 위해 의도적으로 손잡이를 뺐는데, 공부하며 타는 사람에게는 잡을 것이 필요했다. 댓글을 통해 액세서리 구성이라는 과제가 확인됐다. 예상하지 않았던 남성 오디언스를 크리에이티브로 발굴한 결과다.
크리에이티브 중심 퍼널을 만드는 네 가지
김 총괄은 브랜드에 세일 기간과 모델 기용, 신제품 출시 같은 여러 시점이 생긴다며 각 시점을 크리에이티브 중심 퍼널로 묶는 방법을 제안했다.
M3(메타 모먼트 메이커)는 타깃 오디언스를 지정한 뒤 그중 40~60%에게 짧은 기간 동안 광고를 집중 노출하는 방식이다. 경매형이 아니라 예약형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미리 세팅해야 하고, 대신 예산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콘텐츠를 단기간에 많은 사람에게 노출해 회자되게 만드는 것이 목적으로, 브랜딩의 또 다른 방식에 해당한다.
릴스 트렌딩 광고는 인기 급상승 릴스 콘텐츠 바로 뒤에 광고를 배치한다. 현재 베타 단계이며, 광고주가 노출되고 싶은 카테고리를 고르면 그 뒤에 붙는다. 알림 광고(Reminder Ads)는 이용자가 광고에서 상기시켜주기 버튼을 누르면 지정한 시점에 알림을 띄우고 피드에서도 다시 노출해, 정해진 기간에 세 번 리마인드한다. 신제품 출시나 사전 예약 캠페인에 쓰인다.
라이브 비디오 광고는 자체 라이브 방송을 광고로 증폭한다. 하단에 CTA 버튼이 붙어 방송을 보다가 구매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고, 팔로워 밖으로도 도달을 넓힐 수 있다.
디어달리아와 말해보카가 쓴 방식
화장품 브랜드 디어달리아는 립 3종 세트를 내놓으며 이 조합을 썼다. 출시 전에는 모델 크리에이티브로 M3를 돌려 타깃의 40~60%에 집중 노출하고, 성과가 좋은 인플루언서 소재를 릴스 트렌딩 광고로 활용했으며, 알림 광고로 출시 시점을 예고했다. 출시 후에는 올리브영을 비롯한 판매처와 협력 광고를, 인플루언서와는 파트너십 광고를 진행했다. 직원들이 직접 나선 라이브 방송에서 반응이 좋았던 부분은 다시 광고 소재로 썼다.
김 총괄은 뷰티 업종의 경우 전체 캠페인 예산의 50%까지 파트너십 광고로 운영하는 광고주도 있다고 전했다.
영어 학습 앱 말해보카는 다른 조합을 택했다. 모델과 함께 만든 브랜딩 크리에이티브를 쓰루플레이로 최적화해 영상을 끝까지 볼 만한 사람에게 노출했고,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콘텐츠를 편집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소재로 옮겼다. 이후 크리에이터 파트너십 광고와 자체 프로모션 광고를 함께 돌렸다. 이 앱은 한국뿐 아니라 대만 앱스토어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김 총괄은 해외 진출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크리에이티브라며, 현지 언어와 감각을 아는 로컬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이 유효했다고 설명했다.
카탈로그도 크리에이티브다
크리에이티브의 범위는 영상과 이미지에 그치지 않는다. 이용자 눈에 보이는 모든 것, 문구 하나까지 포함된다는 것이 김 총괄의 정리다. 이렇게 보면 카탈로그도 같은 역할을 한다.
제품 표시 기능은 단일 영상이나 이미지 아래에 카탈로그 상품을 붙여 준다. 노출 형태는 컬렉션과 슬라이드 두 가지이며, 이용자 성향에 따라 카탈로그에서 상품이 자동으로 추출된다. 크리에이터가 만든 소재 아래에 상품을 붙이면 교차 판매로 이어질 수 있고, 상품 종류가 많아 손대지 못하던 비주력 상품에도 노출 기회가 생긴다. 김 총괄은 패션 브랜드 FCMM의 적용 화면을 예로 제시했다. 카탈로그에 동영상을 함께 넣는 기능도 있다.
강연을 마치며 그는 광고 상품 이름보다 기억해야 할 것으로 크리에이티브 다각화를 다시 꼽았다. 무기를 하나만 쥐여 주면 모든 문제를 그 하나로 풀려 하지만, 연장통에 여러 도구가 있으면 상황에 맞춰 골라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지 출처: AI 매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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