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설계 대결이라면 당연히 몸집 큰 최신 모델이 이길 것 같다. 그런데 결과가 뒤집혔다. 중국 비트인프(BitInf)가 우한대, 난징공업대와 함께 2026년 6월 공개한 논문에서, 파라미터 40억 개짜리 소형 AI 아르코-T(Arko-T)가 GPT-5.2, 클로드-4.5-소네트, 제미나이 같은 대형 AI 7개를 상대로 한 설계 대결에서 12개 지표 중 8개 1위를 가져갔다. 게다가 부품 하나 만드는 데 든 값이 우리 돈으로 1원 남짓이다. 여기서 말하는 설계란, 그림만 예쁜 3D 모형이 아니라 숫자를 고치면 도면이 통째로 바뀌는 ‘진짜 설계도’를 말한다.
예쁜 사진 vs 고칠 수 있는 레시피
지금 AI에게 “구멍 네 개 뚫린 받침대 만들어줘”라고 하면 그럴듯한 3D 모형이 뚝딱 나온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막상 “구멍 간격을 조금만 넓혀줘”라고 하면 방법이 없다. 통째로 다시 만드는 수밖에 없다. 연구진은 이 상황을 “모양은 있는데 설계는 없다”고 표현한다.
이 차이는 요리로 보면 쉽다. 기존 AI가 내놓는 3D 모형은 완성된 요리 사진이다. 보기엔 먹음직스럽지만 소금을 빼거나 재료를 바꿀 수가 없다. 반면 진짜 설계도는 레시피다. 어떤 재료를 얼마나 어떤 순서로 넣었는지가 다 적혀 있어서, 숫자 하나만 고치면 결과가 싹 달라진다. 이렇게 치수와 규칙을 변수로 저장해 두고 값만 바꾸면 도면이 자동으로 다시 그려지는 설계 방식을 파라메트릭 CAD(parametric CAD)라고 부른다. 연구진은 말 한마디를 이런 ‘고칠 수 있는 레시피’로 바꾸는 일을 텍스트 투 디자인(text-to-design)이라는 새로운 과제로 정의했다.
그림1 정답 도면과 가장 닮은 아르코-T의 출력 (출처: 논문 Figure 5)
12개 중 8개 1위, 작은 놈이 저지른 사고
아르코-T는 공개 시험대인 Text2CAD-Bench에서 제미나이-3.5-플래시, 딥시크-V4-프로, GPT-5.2, 큐원3.6-맥스, 키미-k2.6, 클로드-4.5-소네트, GLM-5.1과 붙었다. 400개가 넘는 설계 요청을 쉬운 부품과 어려운 부품으로 나누고, 다시 일반인 말투와 전문가 말투로 나눠 총 12개 항목을 쟀는데, 이 꼬마 AI가 8개에서 1등, 3개에서 2등을 했다.
특히 만들어낸 모양이 정답 도면과 얼마나 닮았는지 재는 챔퍼 거리(chamfer distance)에서는 4개 부문 전부 1위였다. 이 지표는 두 모양의 표면을 점 하나하나 비교하는 방식이라, 구멍 하나가 빠지거나 보강대 하나가 더 붙어도 점수가 나빠진다. 겉모습만 비슷하게 흉내 낸 게 아니라 자잘한 부분까지 제대로 살렸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GPT-5.2가 어려운 부품에서 표면 오차 14.40을 낼 때, 아르코-T는 5.02에 그쳤다. 실루엣만 대충 흉내 낸 게 아니라, 대형 모델이 뭉툭한 덩어리에 그칠 때 이 작은 모델은 도면에 가까운 형태까지 그려낸 것이다.
물론 다 이긴 건 아니다. 만든 프로그램이 아예 안 돌아가거나 빈 껍데기가 나오는 ‘실패율’에서는, 쉬운 부품에서는 아르코-T가 가장 낮았지만 어려운 부품에서는 제미나이가 앞섰다. 어려운 부품에서 제미나이는 1.60%까지 실패율을 낮췄지만 아르코-T는 12.20%였다. 열 번 시키면 한 번쯤은 결과물 자체가 안 나온다는 얘기라, 실무에 바로 쓰기엔 아직 걸리는 대목이다. 연구진도 “복잡한 부품 만들기는 남은 숙제”라고 솔직히 인정한다.
비결은 크기가 아니라 ‘노트 정리 습관’이었다
작은 모델이 큰 모델을 이긴 비결은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데이터를 다듬는 방식에 있었다. 아르코-T는 알리바바의 큐원3.5-4B를 바탕으로 약 130만 개의 ‘요청과 설계 프로그램’ 짝을 학습했는데, 핵심은 이걸 그냥 쏟아붓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학습에 쓸 프로그램을 전부 같은 양식으로 다시 정리했다. 판 두께나 구멍 간격 같은 숫자는 죄다 프로그램 맨 위에 이름 붙은 변수로 빼놓고, 작업 순서도 밑그림 그리기, 튀어나오게 하기, 세부 다듬기 순으로 통일했다. 비유하자면, 글씨체도 정리 방식도 제각각인 노트 100만 권을 전부 똑같은 양식으로 다시 베껴 쓴 다음 학생에게 준 셈이다. 그래야 학생이 우연한 글씨 습관이 아니라 내용의 뼈대를 배운다. 여기에 더해, 실제 CAD 프로그램에서 돌려보고 멀쩡한 입체가 나오는 것만 골라 학습시켰다. 겉만 그럴듯한 코드가 아니라 진짜로 말이 되는 설계만 배우게 한 것이다. 덕분에 아르코-T는 배운 적 없는 낯선 요청을 받아도, 구멍은 붙이는 면에, 보강대는 힘 받는 모서리에 놓는 식으로 제법 말이 되는 자리에 부품을 배치했다.
부품 하나에 1원, 커피 두 잔으로 만 개 뽑는 시대
성능만큼 눈에 띄는 건 속도와 값이다. 아르코-T는 부품 하나를 평균 0.41초 만에 만들었다. 대형 모델들이 부품 하나에 17초에서 길게는 10분 가까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수십 배 빠르다. 값은 부품 하나당 0.0007달러, 우리 돈으로 1원 남짓이다. 시험대 전체를 도는 데 아르코-T는 0.28달러가 들었는데, 같은 일에 클로드는 18.14달러가 들었다. 무려 65배 차이다.
연구진도 이 비교가 완전히 공정하진 않다고 밝힌다. 대형 모델의 API 값에는 회사 마진과 서버 비용이 얹혀 있고, 아르코-T 쪽은 순수 계산 비용만 따진 숫자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격차가 워낙 커서 쓰임새가 달라진다. 부품 하나에 1원이라면 설계 후보를 하루에 만 개씩 뽑아 그중 제일 나은 걸 골라도 커피 두 잔 값이다. 대형 모델로는 엄두도 못 내던 ‘일단 잔뜩 뽑고 고르기’ 방식이 현실적인 선택지가 된다.
몸집 경쟁 바깥에서 열리는 길
이번 결과를 “작은 AI가 큰 AI를 이겼다”로만 읽으면 절반만 본 것이다. 더 정확히는, 문제를 좁고 분명하게 정한 다음 데이터를 그 문제에 딱 맞게 정리하면 몸집의 열세를 상당히 메울 수 있다는 사례에 가깝다. 연구진이 새 모델 구조가 아니라 데이터 정리 방법에 논문 대부분을 쓴 것도 같은 이유다.
다만 조심해서 볼 부분도 있다. 논문이 인정하듯 닮은 정도를 재는 지표들은 전체 모양만 비슷하면 부품 몇 개가 빠져도 점수가 잘 나올 수 있어서, 요청한 부품이 실제로 다 들어갔는지 자동으로 확인하는 검증은 아직 숙제로 남아 있다. 지금은 부품 하나만 다루고 여러 부품을 조립하는 일은 못 하며, 회전체를 깎거나 얇은 벽을 만드는 어려운 작업에서는 여전히 실수가 잦다. 그래도 검증을 통과한 결과물을 다시 학습에 되먹여 스스로 나아지는 구조까지 예고돼 있어, 말로 설계도를 뽑는 일이 엔지니어의 일상 도구가 될 날은 생각보다 이를 가능성이 있다.
FAQ( ※ 이 FAQ는 본지가 리포트를 참고해 자체 작성한 내용입니다.)
Q. 텍스트 투 디자인은 기존 AI 3D 만들기와 뭐가 다른가요?
기존 방식은 보기 좋은 3D 모형을 만들지만 치수를 고칠 수 없습니다. 텍스트 투 디자인은 구멍 간격, 판 두께 같은 숫자가 변수로 살아 있는 설계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값만 바꾸면 도면 전체가 자동으로 수정됩니다.
Q. 아르코-T는 지금 바로 써볼 수 있나요?
논문 기준으로 모델 공개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이 시험에 쓴 결과물과 평가 코드를 논문 최종본과 함께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니, 후속 소식을 지켜보는 것이 좋습니다.
Q. 챗GPT 같은 일반 AI로도 설계 코드를 만들 수 있나요?
만들 수 있습니다. 이번 대결 상대가 전부 일반 대형 AI였습니다. 다만 쉬운 부품은 곧잘 만들어도 복잡한 부품에서는 빠지는 부분이 늘고, 값과 시간이 전문 모델보다 수십 배 더 든다는 점이 한계로 확인됐습니다.
기사에 인용된 리포트 원문은 arXiv에서 확인할 수 있다.
리포트명: Arko-T: Text-to-Design Generation for Parametric CAD
이미지 출처: AI 생성 콘텐츠
해당 기사는 챗GPT와 클로드를 활용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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