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기차 산업의 아시아 배터리 셀 제조업체 의존도가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딜로이트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기차 배터리의 77%가 아시아에서 생산되어 전년(70%) 대비 비중이 확대됐다. 유럽 내에 위치한 배터리 셀 공장 생산 능력의 98% 역시 CATL 등 아시아 기업들이 통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가치 사슬 지배력 불균형으로 인해 유럽 기업들이 입는 경제적 타격은 막대한 수준이다. 유럽 배터리 제조사들이 역내에서 필요한 셀을 직접 생산하지 못할 경우 향후 4년간 총 105억 유로의 이익을 놓치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아시아에서 수입되는 전구체와 생산 설비, 숙련 노동자 의존도까지 고려하면 2030년까지 유럽이 상실할 부가가치는 최소 100억 유로에서 최대 1,50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배터리는 전기차의 가격, 주행거리,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전체 부가가치의 50~60%가 원자재 추출·가공에서, 15~30%가 셀 생산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유럽 배터리 기업의 83%는 셀 부품 생산을, 82%는 원자재 가공을 가장 큰 난관으로 꼽고 있다. 스웨덴 노스볼트의 파산 사례처럼 대규모 투자에 따른 높은 리스크와 사업 실패 위험도 유럽 기업들의 적극적인 진입을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응해 유럽연합은 무이자 대출을 지원하는 배터리 부스터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며 역내 배터리 생태계 육성에 나섰다. 스텔란티스·메르세데스-벤츠·토탈에너지의 합작사인 ACC, 르노의 지원을 받는 베르코르, 폭스바겐 그룹의 파워코 등이 주요 수혜 대상이다. 독일과 유럽 일대에서는 불칸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2028년 리튬 추출 및 가공 프로젝트 등 상류 공급망 확보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딜로이트는 유럽 제조업체들이 배터리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향후 전기차 판매 시장에서 심각한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완성차 산업과 정책 당국이 중국 등 아시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더욱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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