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 중국이 침지식 DUV 노광장비 양산에 들어갔다. 회사도 설립 시점도 자본금도 이제야 확인됐다.
정체가 드러난 국유기업
7월 28일 로이터가 중국의 침지식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양산 주체를 상하이 아이성나 전자기술그룹으로 특정했다. 하루 앞선 27일 더인포메이션이 상하이의 이름 없는 국유기업이 장비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먼저 전했고, 회사의 정체를 확인한 것은 로이터가 처음이다.
노광장비는 빛으로 실리콘 웨이퍼 위에 회로 패턴을 새기는 장비다.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가장 비싸고 가장 만들기 어려운 축에 속하며, 네덜란드 ASML이 사실상 독점해 왔다.
아이성나의 설립 시점은 2023년 8월이다. 등록자본은 70억 위안, 약 1조 4,000억 원이다. 주주는 상하이전기홀딩과 상하이국제신탁 자회사 두 곳뿐이며 둘 다 국유 기업이다. 회사는 웹사이트조차 없고 사업 내용을 공개한 적도 없다. 설립 3년이 채 안 된 회사가 세계에서 손꼽히게 어려운 장비를 만들어 낸 것이다.
흩어져 있던 팀의 통합
3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기업은 인재를 긁어모아 문제를 해결했다. 로이터 소식통에 따르면 아이성나는 노광장비 스타트업 위량성과 상하이마이크로전자장비(SMEE)의 팀을 그대로 흡수했다.
위량성은 2022년 설립됐고 등록자본은 10억 위안, 약 2,100억 원이다. 화웨이가 지원하는 장비 기업 SiCarrier의 계열사이며, 지난해부터 DUV 시제품을 시험해 왔다. SMEE는 중국의 기존 노광장비 대표 주자다. 기업 등기와 채용 공고를 보면 아이성나와 위량성은 상하이에서 같은 주소를 쓴다. 두 곳 모두 베이징의 반도체 자립 계획에 깊이 관여해 온 조직이다.
새 회사를 세워 기술을 처음부터 개발한 것이 아니라, 이미 각자 진도를 낸 팀을 국유 지주회사 아래로 모아 자본과 수요처를 붙였다고 볼 수 있다.
SiCarrier는 지난해 3월 세미콘 차이나에서 식각과 증착, 계측, 검사에 걸쳐 30여 종의 장비를 한꺼번에 공개했고, 9월에는 기업가치를 650억 위안, 약 13조 8,000억 원으로 인정받았다. 화웨이는 이 회사를 통해 전국의 기업과 국책 연구기관을 엮는 조율자 노릇을 해 왔다.
침지식 DUV가 하는 일
이번에 만든 장비는 침지식 DUV다. 파장 193나노미터의 빛을 쓰며, 투영 렌즈와 웨이퍼 사이를 물로 채워 빛을 굴절시킨다. 공기만 있는 건식 장비보다 더 작은 회로를 새길 수 있다.
이 장비 한 대로 만들 수 있는 칩의 범위는 매우 넓은 편이다. 같은 층을 여러 번 나눠 노광하는 멀티패터닝을 쓰면 더 미세한 공정까지 밀어붙일 수 있다. 위량성의 장비는 처음에 28나노를 겨냥해 설계됐지만 멀티패터닝을 얹으면 7나노나 5나노까지 갈 수 있는 여지를 두고 만들어졌다.
올해 나오는 물량은 약 5대다. 2027년에는 20대 안팎으로 늘릴 계획이다. 첫 물량은 중신궈지(SMIC)와 화훙반도체, 메모리 기업 창신메모리(CXMT)로 들어가 생산라인에서 검증을 받는다. 위량성의 시제품은 지난해 9월부터 이미 SMIC에서 평가를 받아 왔다.
EUV 장비의 구동 원리
극자외선(EUV) 장비는 파장 13.5나노미터의 빛을 쓴다. DUV의 193나노미터보다 열네 배가량 짧고, 파장이 짧을수록 더 가는 선을 그을 수 있다.
이 빛은 자연에 존재하지 않아 장비 안에서 직접 만들어야 한다. 진공 챔버에 주석 방울을 떨어뜨리고 고출력 레이저를 초당 5만 번 쏘는데, 방울 하나마다 두 번씩 겨냥한다. 먼저 한 번을 쏴 방울을 납작하게 펴고, 다시 쏴 가열해 플라스마로 바꾼다. 이때 나오는 빛이 13.5나노미터다.
이 빛은 유리 렌즈도 공기도 통과하지 못한다. 그래서 노광 계통 전체가 진공 상태로 돌아가고, 렌즈 대신 거울을 쓴다. 거울도 보통 거울이 아니라 몰리브덴과 실리콘을 40겹 넘게 번갈아 입힌 다층 반사경이다.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만큼 가격도 그만큼 높아진다. 기존 저NA 계열은 대당 1억 8,300만 달러, 약 2,614억 원이다. 해상도가 8나노미터인 하이NA 계열은 3억 8,000만 달러, 약 5,430억 원으로 두 배가 넘는다. 이 장비를 만드는 회사는 지구상에 ASML 한 곳뿐이다.
DUV가 EUV보다 불리한 이유
DUV로도 5나노 칩을 만들 수는 있다. 다만 한 번에 그리지 못하는 선을 여러 번 나눠 그려야 한다.
5나노 공정은 같은 층을 네 번까지 노광하고 그때마다 식각을 반복하는 4중 패터닝을 요구한다. 노광 횟수가 늘면 마스크가 늘고, 공정 시간이 늘고, 장비 점유 시간도 함께 늘어난다. EUV라면 한 번에 끝낼 일을 네 번에 나누는 셈이므로 같은 장비로 찍어 낼 수 있는 웨이퍼 수가 줄어든다.
노광을 네 번 하면 층과 층이 어긋날 기회도 네 번 생긴다. 오버레이는 그 겹침이 얼마나 정확한지를 가리키는 값인데, 조금만 틀어져도 수율이 무너진다. 수율은 생산한 웨이퍼 중 불량 없이 쓸 수 있는 비율이다.
침지식 DUV로 이 급의 칩을 만드는 비용은 EUV를 쓸 때보다 몇 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들 수 있느냐와 수지가 맞느냐는 다른 질문이다.
수율과 처리량
JP모간체이스는 침지식 DUV 몇 대를 만드는 것과 대량생산에 쓸 수 있는 장비를 만드는 것은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수천 번의 웨이퍼 처리에서 수율과 오버레이, 처리량, 신뢰성이 유지되는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처리량은 시간당 처리하는 웨이퍼 수를 말한다.
SMIC의 5나노 수율은 20% 안팎으로 알려져 있고, 관측에 따라 30~40%를 제시하는 곳도 있다. TSMC가 같은 공정에서 내는 수율의 3분의 1 수준이다. 웨이퍼 원가는 TSMC보다 최대 50% 높다. 만들 수는 있지만 비싸고 느리다.
로이터 소식통도 아이성나의 장비가 추가 시험을 거쳐야 하며 ASML 제품과 견주기에는 아직 멀다고 말했다.
EUV 수입 금지
중국에 반입된 EUV 장비는 지금까지 한 대도 없다. 네덜란드 정부는 2018년 ASML의 대중국 EUV 수출 허가를 한 차례 내줬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 관계자들이 2018년 말과 2019년 1월 워싱턴 주재 네덜란드 대사관에서 잇따라 협의를 가진 뒤, 네덜란드는 2019년 6월 30일 만료를 앞두고 허가를 갱신하지 않았다. ASML이 단 한 대를 선적하기 전이었다.
네덜란드는 2023년 9월 수출통제를 발효했고, 2024년 말에는 일부 DUV 모델까지 허가 대상에 포함했다. 통제 범위는 그때마다 조금씩 확대됐다.
미국 의회에서는 4월 2일 하원, 4월 8일 상원에서 매치(MATCH) 법안이 각각 발의됐다. 침지식 DUV의 대중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이미 설치된 장비의 유지보수까지 제한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중국 팹들은 쓰던 ASML 장비를 고칠 방법마저 잃는다.
서방이 수출이나 서비스를 더 조이면 국산 장비가 대체 공급원이 되므로, 성능에서 뒤지더라도 확보해 둘 값어치가 생긴다.
EUV 프로토타입의 현재
지난해 12월 로이터는 선전의 보안이 엄격한 연구소에서 ASML 출신 엔지니어들이 EUV 프로토타입을 완성했다고 전했다. 장비는 2025년 초에 완성돼 시험 중이다.
이 장비는 극자외선을 실제로 만들어 내지만 아직 칩을 찍어 내지는 못했다. 중국 정부가 잡은 목표는 2028년이고, 로이터가 인용한 소식통은 현실적으로 2030년에나 쓸 만한 칩이 나올 것으로 봤다.
중국 반도체 장비 자립률
중국의 반도체 장비 자립률은 올해 1월 기준 35%다. 2년 전 25%에서 올라왔다.
ASML의 중국 매출 비중은 2025년 연간 33%였는데, 2026년 1분기 시스템 매출에서 19%로, 2분기에는 14%로 내려갔다. 상반기 순매출 기준으로는 약 16%다. 아직 무시할 수 없는 규모지만 방향은 뚜렷하다.
더인포메이션 보도가 나온 월요일 ASML 주가는 8% 하락했고, 로이터 보도가 나온 화요일에도 1.6% 더 하락했다. 다만 애널리스트들은 중기 실적 전망에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3년이 만든 것과 만들지 못한 것
중국이 3년 만에 확보한 것은 장비 한 종류가 아니라 반도체를 만들어내는 경로다. 흩어진 팀을 국유 지주 아래 모으고, 자본을 붙이며 국내 팹을 검증 무대로 사용한다는 방식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사실이 이번 노광장비 확보로 인해 확인됐다.
연 5대라는 물량은 ASML이 분기마다 수십 대를 내보내는 규모와는 비교할 수 없다. 수율과 처리량, 신뢰성은 앞으로 수천 번의 웨이퍼 런을 거쳐야 판가름 날 것이다. 중국산 EUV는 여전히 칩을 찍지 못한 프로토타입이다.
다만 중국의 목표는 ASML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ASML 없이도 공장을 돌리는 것이다. 그 기준으로 보면 이번 5대는 성능 지표가 아니라 공급망의 시작점으로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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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AS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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