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수출 주도로 경기침체 국면을 벗어나려 하면서 2차 '차이나 쇼크'로 불리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무역마찰을 키우는 반면 국내에서는 새로운 수혜 기업군을 만들어내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몇 개월간 중국은 견조한 대외 부문과 침체하는 국내 경제 사이의 분리 현상이 뚜렷해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7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4% 늘었고 무역흑자는 1125억 달러로 집계됐다. 6월 무역흑자 1256억 달러보다는 줄었지만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1~7월 누적 무역흑자는 6874억 달러에 달해 2026년 연간으로도 1조 달러를 다시 넘어설 가능성이 높은 페이스다. 중국의 연간 무역흑자가 1조 달러를 넘는 것은 2025년에 이어 2년 연속이 될 전망이다.
대조적으로 국내 경제 지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3%로 시장 기대에 못 미쳤고, 상반기 전체 성장률도 4.7%에 그쳐 중국 정부가 제시한 연간 목표치 4.5~5%의 하단에 걸쳐 있는 상황이다. 소매판매 성장률은 5월 마이너스 0.6%로 2022년 12월 이후 처음 역성장을 기록했고, 6월에는 플러스 1.0%로 반등했으나 회복세는 여전히 미약하다.
이 같은 대내외 분리는 우발적인 현상이 아니라 중국 정부의 정책 선택을 직접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지난 10년간 첨단 제조업 우위 확보에 주력해 전기차, 태양전지, 배터리 등 분야에서 거대한 시장 점유율을 확립해왔다.
미국과 유럽의 정책 입안자들은 이 현상을 '차이나 쇼크 2.0'으로 명명한다. 중국이 제조업 수출국으로 대두해 유럽과 미국 산업을 뒤흔들었던 2000년대 초반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각국 정부는 보조금에 힘입은 중국산 전기차와 그린테크 제품의 수출 물결이 미국과 유럽의 생산자, 특히 유럽 제조업 고용을 다시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럽은 품목별 관세, 강화된 사이버보안 요건, 위안화 절상 요구를 결합한 대응을 취하고 있다. EU의 대중 무역적자는 2019년 1650억 유로에서 2025년 3599억 유로로 두 배 넘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위안화는 2025년 한 해에만 대유로 기준으로 약 10% 절하되면서 유럽 산업계의 불만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관세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는 중이다.
이런 해외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의 국내 소비 확대책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식품배달, 전기차, 태양광 부품 등 분야에서 수익성을 압박하는 격렬한 가격 경쟁, 이른바 '내권'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반내권' 정책을 시행해왔지만 성과는 뚜렷하지 않은 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 기업들은 적응을 강요받고 있다. 수익성 높은 해외 수익원이 국가별 무역장벽으로 훼손되지 않도록 주요 해외시장에서 직접 생산을 늘려 관세를 회피하고 현지 지지를 확보하는 동시에 지정학적 리스크로부터 공급망을 절연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 흐름은 자연발생적 전개라기보다 '글로벌라이제이션 페이즈 3.0'으로 불리는 정책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전기차와 차량용 배터리 공급망 기업이 대표적 수혜 후보로 꼽힌다. 전기차 분야의 BYD와 지리자동차, 배터리 분야의 CATL은 거대한 세계 시장 점유율과 함께 세계 각지에 분산된 제조 거점과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BYD의 해외 인도량은 2026년 상반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70% 넘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격렬한 내수 가격전쟁의 영향으로 주가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수출 호조가 곧바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모습이다.
가전 분야의 메이디그룹과 하이얼 역시 동남아시아, 중남미, 미국, 유럽에 걸쳐 연구개발과 제조, 유통을 현지화한 통합 국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전기차를 아우르는 샤오미도 비슷한 전략으로 해외 거점을 확대하는 기업군에 속한다.
미국과 유럽에 대체재가 거의 없는 핵심 기술 부품 기업도 잠재적 수혜 대상으로 거론된다. 광트랜시버를 제조하는 중제창신(이노라이트)과 신이성광(에옵트링크)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노라이트는 전 세계 광트랜시버 시장의 약 27%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이들 기업은 에스컬레이션하는 무역분쟁의 표적이 될 위험도 함께 안고 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데이터센터 내부에서 광케이블을 통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중국산 광트랜시버 신모델의 수입을 금지하는 규정을 준비하고 있으며 연내 발표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기업이 데이터를 탈취하거나 악성코드를 심어 미국 데이터센터를 교란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수출 불균형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비판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위안화 절상 용인이 포함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경우 또 다른 승자 기업군이 부상할 수 있다.
위안화가 대유로 기준으로 절상될 경우 다액의 유로 표시 부채를 보유한 기업이 혜택을 받는 구조다. 부채가 위안화 기준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시노펙(중국석유화공) 등 대형 국유기업이 이 범주에 해당한다. 반대로 대달러 기준 위안화 강세가 나타나면 중국 국유 항공 3사인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중국남방항공, 중국동방항공이 직접적인 수혜를 볼 수 있다. 세 회사 모두 막대한 달러 표시 부채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환경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보이는 기업들도 역풍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호조를 보이는 수출 실적이 주가 상승으로 반드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BYD 사례가 보여준다. 외생적 충격으로 정책 전환의 긍정적 효과가 상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중국 항공사 주가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분쟁의 여파로 올해 초부터 급락한 바 있다.
1차 '차이나 쇼크'는 세계 산업질서를 재편하며 세계화 시대의 지주 역할을 했다. 반면 2차 '차이나 쇼크'를 맞은 중국 기업들은 무역장벽 완화나 국제 공조 강화에 기대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대신 분단과 분쟁, 주요국의 강한 저항으로 특징지어지는 국면을 헤쳐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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